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도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간 양국 관계의 성적표는 눈부셨다. 경제적 교역량은 수천 배가 넘어서, 베트남은 벌써 두 해 째 한국의 3대 교역국의 지위에 서 있다. 양국의 거리에는 서로의 음식이 일상이 되고 있어서, 반미나 쌀국수 같은 음식점은 한국에서도 흔하게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동반자 관계는 이런 외형적인 숫자나 가시적인 음식문화로만 증명되지 않는다. 서로의 기쁨에 함께 열광하고, 서로의 고뇌에 깊이 공감할 때 비로소 관계가 ‘뿌리’ 내릴 수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들려오는 두 가지 소식은 한-베트남 관계가 이제 단순한 협력을 넘어 ‘정서적·지적 공동체’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 그라운드에서 확인하는 뜨거운 신뢰: 김상식의 리더십
먼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김상식 감독의 행보가 눈에 띈다. 앞서 박항서 감독은 파파 리더십에 기초해 베트남 축구 수준을 탄탄히 닦아놓음으로써 ‘K-축구’의 위상을 높인 바 있다. 바톤을 이어받은 김상식 감독은 더욱 세련된 리더십을 통해 베트남 축구를 한 단계 더 높이 끌어 올리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김상식 감독이 이끈 베트남 국가 대표팀은 동남 아시아의 주요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했고, 최근 2026 AFC U-23 아시안컵에서는 최종 3위를 차지해서 아시아 전역을 놀라게 했다. 베트남인들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적 자부심의 표출이자, 공동체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용광로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안겨 주고 있다.
김상식 감독은 특유의 유연함과 형님 같은 친화력으로 베트남 선수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그가 그라운드에서 써 내려가는 승전보는 한국식 리더십이 베트남의 역동성과 결합했을 때 어떤 폭발력을 갖는지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축구공 하나로 양국 국민이 함께 울고 웃는 경험은, 그 어떤 외교적 수사보다 강력한 ‘심장의 연결’을 만들어낸다.
둘, 서재에서 나누는 깊은 공감: <에세이철학회>의 베트남 진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뜨거운 열기’가 '에세이철학회'의 ‘차분한 사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인문학 담론을 담은 <에세이철학회>의 베트남어 버전 출시는 매우 고무적이다. <에세이철학회>는 처음부터 다국어 버젼으로 설계해서 세계 유수어를 지원하는데, 한국에서는 최초로 새롭게 아시아권의 언어로 베트남어를 추가했다. 덕분에 그동안의 한류(Hallyu)가 드라마나 K-POP 같은 시청각적 소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한국인의 깊은 고민과 철학적 사유가 담긴 텍스트들이 베트남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베트남에 체류하고 있는 고고학자이자 <에세이철학회> 회원인 정길선 박사는 직접 베트남어로 된 사이트를 주변의 베트남 지인들에게 소개를 해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른 누구 보다 이 사이트에 많이 기고한 정길선 박사는 자신의 활동이 잔뜩 담긴 베트남어 웹사이트를 베트남 지인들이 인정한 것에 대해 큰 기쁨을 얻었다고 말했다. 조만간 그는 <하노이대학>을 방문해 그곳 교수들에게도 똑 같이 시연을 해보이겠다는 말을 전해 왔다.
철학은 인간의 본질을 묻는다. 현대 사회의 고독, 자아의 발견,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에세이철학회>의 담론이 베트남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두 나라가 같은 시대적 고민을 공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베트남의 젊은 세대가 한국의 철학 에세이를 읽으며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는 사실은, 양국 관계가 ‘물질적 교류’를 넘어 ‘정신적 성숙’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셋, 심장과 머리가 만날 때, 우정은 영원하다
축구가 베트남의 ‘뜨거운 가슴’을 두드린다면, 철학은 그들의 ‘차분한 머리’에 말을 건넨다. 이처럼 감성과 지성이 조화를 이룰 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관계는 비로소 인격적인 ‘우정’으로 격상된다. 운동장의 환호와 서재의 침묵이 공존하는 한-베트남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한 떼 불행했던 역사를 가졌던 한-베트남 관계는 인문과 철학을 통한 공감과 이해를 통해 더욱 성숙한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는 이제 베트남을 단순히 ‘수출 시장’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그들의 열정을 응원하고 그들의 사유를 존중하며, 함께 미래를 고민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김상식 감독의 전술과 <에세이철학회>의 고품질 담론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낼 시너지가 한-베트남의 내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승리의 기쁨뿐만 아니라 삶의 깊은 고뇌까지 나눌 수 있을 때, 우리의 동행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에세이철학회는 철학의 학문적 수준도 충족하면서 철학의 대중화와 일상화를 가장 중시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