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자연재해, 상상을 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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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아일체 — 존재와 세계의 경계를 확장하는 과정》
조율여백 이수진
개인적인 관점에서 물아일체를 단순히 ‘나와 사물이 하나가 되는 상태’라고만 이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존재들의 관계를 점차 넓혀 가면서 조화, 공존, 의미, 책임에 대한 고려가 높아지는 상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장 좁은 범위에서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하나의 물아일체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삶과 선택이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주고, 반대로 가족의 삶과 필요가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입니다. 이때 자신의 이익만을 독립적으로 추구하기보다 서로의 삶을 함께 고려하려는 마음이 형성된다면, 이미 작은 범위에서 물아일체의 의미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모습도 존재합니다. 자신의 존재와 욕망을 세상의 전부처럼 여기면서 타인의 삶이나 공동체, 자연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태를 물아일체라기보다 오히려 자아의 과도한 중심화라고 생각합니다. 조화와 공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양심이나 책임에 대한 성찰이 약하다면, 자신의 범위를 넓히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의 범위를 조금 더 확장하면 조직과 사회, 국가와 민족이라는 공동체가 나타납니다. 역사 속에는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넘어 공동체의 조화와 생존, 의미를 위해 상당한 감내를 선택했던 사람들이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개인의 존재가 더 큰 공동체의 존재와 연결되면서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이 나타납니다.
●위 이미지는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되었습니다.
더 넓게 바라보면 자연과 역사 역시 하나의 관계망으로 들어옵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해 온 터전과 자원, 생명과 환경을 단순히 소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배려와 순환의 구조를 인식하게 되면 인간은 자연과 자신을 분리된 존재로만 보기 어려워집니다.
역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수많은 사람과 사건, 희생과 실패, 성취와 반면교사가 현재의 자신을 가능하게 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현재의 존재는 과거와 단절된 독립적인 객체가 아니라 역사의 연속선 위에 놓인 하나의 결과이자 다음 과정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물아일체의 범위를 다시 확장하면 거시적인 우주와 미시적인 세계에까지 생각이 닿게 됩니다.
우주를 이루는 물질과 에너지, 행성과 별, 전자와 쿼크와 같은 미시적 구성요소, 그리고 초끈이론과 같은 현대 물리학의 가설들을 바라보면서 인간 역시 우주와 완전히 분리된 외부자가 아니라 동일한 물질적 기원과 자연법칙 속에서 발생한 하나의 구성요소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각각의 존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제가 말하는 물아일체는 바로 이러한 관계성과 연결성에 대한 인식의 확장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물질적으로 직접 측정하거나 단순하게 수치화하기 어려운 의미의 영역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 사랑, 애정, 배려, 책임감, 미안함과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 역시 인간의 행동과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물질처럼 직접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존재의 방향을 변화시키고 관계의 구조를 형성하며 때로는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넘어서는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저는 물아일체를 하나의 고정된 상태라기보다 관계와 인식의 범위를 확장해 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개인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조직과 공동체로,
공동체에서 국가와 민족으로,
국가와 민족에서 인류와 자연으로,
자연에서 역사와 우주로,
그리고 다시 미시적 존재와 비물질적인 의미의 영역으로 확장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모든 것이 하나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존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 속에서 어떤 책임과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물아일체 역시 진화적인 단계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나의 생존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지만, 점차 가족과 공동체를 고려하고, 더 나아가 자연과 역사, 인류와 우주를 고려하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 범위가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확장은 단순히 생각의 크기가 커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넘어 다른 존재의 기회와 생존, 의미와 조화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의 확장이기도 합니다.
결국 제가 바라보는 물아일체란 나와 세계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상태라기보다, 그 경계를 인식하면서도 그 너머의 관계를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더 큰 관계망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해가 깊어질수록 ‘나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조금씩 벗어나 **‘나라는 존재가 이 연결된 세계에 무엇을 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이동 자체가 하나의 성숙이며, 물아일체가 지닐 수 있는 중요한 진화적 의미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