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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탄생 4주년 - 시대적 단상
  • 이병호
  • 등록 2026-08-31 06:06:30
  • 수정 2026-08-31 08:49:31

생성형 AI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아직도 전통이미지매체인 미술이나 사진의 하위적 보조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접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
그 이면에는 혹시 새로운 이미지 생산기술을 바라보는 기존 예술계의 매우 현실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예술적 주체성의 위기 〉


전통의 이미지 생산방식과 달리 생성형 AI는 프롬프트 명령 몇 줄만으로도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이미지를 쏟아낸다.
예술은 오랫동안 작가의 노동과 사유, 숙련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 탄생하는 결과물이라는 믿음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고도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전통적 창작관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AI를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매체로 인정하기보다 ‘아이디어 스케치 도구’, ‘합성용 이미지 소스’, ‘후반작업 보조수단’ 정도로 제한하려는 태도에는 기존 예술체계의 위계와 작가의 주체성을 방어하려는 심리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만이 AI의 역할이라고 규정하는 순간이다.


〈 가두어 두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AI 이미지 생성술 〉


누구나 조작가능한  생성형 AI 이미지 시대가 열린 지 4년 그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며
어디까지 진화할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기존 사진과 미술의 물리적·매체적 한계 때문에 표현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카메라와 렌즈, 실제 피사체가 존재하지 않아도 사진보다 더 사진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고,물감이나 캔버스라는 물질적 조건 없이도 회화가 축적해온 거의 모든 시각양식을 호출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
특히 예술적 스타일 표현에 독보적 강점을 지닌 미드저니의 경우, 활용 가능한 스타일 조합이 수십억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는 단순히 현실을 모사하는 수준을 넘어,상상할 수만 있다면 상당 부분을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


그렇다고 생성형 AI가 완성된 매체라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학습 데이터의 지역적·문화적 편중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편향(Data Bias), 통계적 최적화 과정에서 개별성과 예외성을 약화시키는 스테레오타입, 특정한 아름다움과 스타일을 반복적으로 선호하는 미학적 편향(Aesthetic Bias),그리고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다시 학습 데이터로 유입되면서 예상되는 열화현상 - 알고리즘 피드백 루프와 모델 붕괴(Model Collapse) 문제 등이 그것이다.


즉 생성형 AI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동시에, 스스로 평균화와 반복의 함정에 빠질 위험 또한 안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AI 예술가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 인공지능만의 고유 시각언어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천재적 재주꾼인 AI를 단순히 사진을 흉내 내거나 회화를 모사하는 도구로만 사용한다면, 
과연 전통 미술계로부터 새로운 예술매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성형 AI는 카메라나 붓과 같은 전통적 도구와는 성격이 다르다.
붓은 작가의 손동작을 전달하고, 카메라는 렌즈 앞으로 들어온 빛을 기록한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학습된 데이터와 알고리즘, 확률적 연산을 바탕으로 인간이 직접 결정하지 않은 수많은 선택을 내부적으로 수행한다.
빌렘 플루서는 그의 저서『사진의 철학을 위하여』에서 카메라를 내부의 프로그램에 따라 이미지를 생산하는 일종의 블랙박스장치(apparatus)로 바라보았다.
알고리즘에의해 이미지가 생성되는 생성형 AI의 블랙박스는 카메라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다.
프롬프트라는 인간의 지시가 입력되지만, 그 지시가 모델 내부에서 어떤 의미 관계를 형성하고, 어떤 학습 데이터의 흔적을 호출하며, 어떤 형상과 공간과 스타일을 선택하고 배제하여 최종 이미지에 도달하는지를 사용자가 완전히 통제하기란 어렵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 , 역설적으로 AI만의 독창적인 시각언어가 탄생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오직 생성형 AI의 이미지 생성구조를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는 형상과 시각질서는 무엇인가.
이러한 실험 속에서 비로소 생성형 AI의 고유 시각언어가 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AI ART 단체들을 중심으로 고유한 AI 시각언어의 개발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이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계적 이미지였다면, 생성형 AI 이미지는 21세기에 등장한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기계적 이미지 체계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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