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과 개밥바라기는 다른 별이 아닙니다. 같은 금성이 새벽 동쪽에 뜨면 샛별, 해 진 뒤 서쪽에 걸리면 개밥바라기입니다. 한밤중에는 어느 이름으로도 보이지 않습니다.

금성은 지구 궤도 안쪽만 돌기 때문에 태양에서 멀리 떨어지지 못합니다. 해가 뜨기 전 동쪽, 또는 해가 진 뒤 서쪽에만 붙습니다. 그래서 옛 기록은 자리를 보고 이름을 갈랐습니다. 새벽이면 명성(明星)·계명성(啓明星), 초저녁이면 태백성(太白星)·장경성(長庚星)입니다. 순우리말은 그 한자 이름 아래 생활의 시간을 붙인 것입니다. 이름에서 명성, 계명성은 좋은 별 친근한 느낌으로, 태백성 장경성은 강고하고 두려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샛별은 새벽의 별, 새로 난 별이라는 풀이가 일반적입니다. 다만 『국어생활백서』는 ‘새’를 동쪽 또는 흰빛으로 보아, 단순히 새벽에서 온 말은 아니라고도 합니다. 새벽의 ‘새’와 뿌리가 닿아 있어 둘은 완전히 갈라지지는 않습니다. 들에 나가기 전, 해가 뜨기 전 가장 밝은 점을 일터의 신호로 본 이름입니다.
개밥바라기는 해 진 뒤 서쪽 금성입니다. 바라기는 작은 사기그릇이고, 개밥바라기는 개 밥그릇입니다. 우리말 유래 사전은 저녁에 개가 배가 고파 밥을 바랄 무렵 서쪽 하늘에 잘 보여 붙은 이름이라 합니다. 마당의 개가 빈 그릇을 핥는 시각과 서쪽 별이 켜지는 시각이 겹친다는 풀이도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어둠별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쪽 이야기는 금성이 넘어갈 때쯤 개가 배를 고파 한다는 말로 같은 풍속을 잇습니다.
둘을 한 이야기로 묶으면 하루의 시작과 끝입니다. 샛별을 보고 일터로 나가고, 개밥바라기를 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스의 비너스처럼 신의 전기가 붙은 별이 아니라, 밥과 노동의 시각을 알려 주던 별입니다. 밝기가 북극성의 수백 배에서 천 배까지 오르내리는 것도, 달처럼 모양이 변하는 내행성이라 새벽과 저녁마다 다르게 보인 이유입니다.
1년 내내 새벽에 샛별, 저녁에 개밥바라기가 함께 보이지는 않습니다. 둘은 같은 금성의 자리 이름이라, 한동안은 새벽만, 그 다음 한동안은 저녁만 밝습니다.
금성은 지구 궤도 안쪽만 돌아 태양에서 최대 약 47°밖에 떨어지지 못합니다. 태양보다 서쪽에 있으면 해 뜨기 전 동쪽에 떠 샛별이 되고, 태양보다 동쪽에 있으면 해 진 뒤 서쪽에 남아 개밥바라기가 됩니다. 둘을 같은 날 저녁과 새벽에 함께 보기는 어렵고, 한밤중에는 어느 쪽으로도 뜨지 않습니다.
바뀌는 주기는 회합 주기 약 584일, 1년 7개월입니다. 저녁별로 약 9개월 반, 태양 앞을 지나며 며칠에서 2주 가까이 사라졌다가, 새벽별로 다시 약 9개월 반, 태양 뒤를 지나며 한 달 남짓 보이지 않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한 해 열두 달 내내 두 이름이 동시에 쓰이지는 않습니다.
계절에 고정되지도 않습니다. 584일이 1년이 아니라 어느 해는 봄 저녁에 개밥바라기가 있고, 다음 주기에는 그 모습이 다른 달로 밀립니다. 다만 다섯 번 바뀌면 약 8년이 되어, 금성 공전 13바퀴·지구 공전 8바퀴와 거의 맞습니다. 그래서 8년 전의 새벽별은 계절만 이틀쯤 빨라진 채 다시 새벽별로 돌아옵니다. 옛사람이 본 샛별과 개밥바라기의 교대는 이 584일과 8년의 리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