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자연재해, 상상을 초월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83107490005641?dtypecode=pancode_main네팔·티베트 대홍수 사망 797명·실종 3048명…터널 구조 사력입력 2026.08.31 07:54한국일보를 선호 출처로 추가김현우 기자네팔, 수력발전소에서 집중 구조작업미국·캐나다 등 긴급 자금 지원이미지 확대보기29일 네팔 홍수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누와코트 지역 비...
[에세이철학 네트워크=황인오 ]
안보 현실주의와 전작권, 한반도의 경우는?
황인오(한반도 거주민)
1914년 1차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의 젊은 사업가 장 모네는 영불 연합군 군수물자 조달기구의 프랑스측 대표를 맡았다. 자신이 군수물자를 조달하는 일을 하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각자 따로 군수물자를 조달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현장에서 직접 실감한 것이다. 이에 그는 양국 정부에 이를 개선할 것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연합국 간의 물자를 통합 조정하는 기구를 직접 설계하고 이를 운용하여 전쟁의 효율적인 수행에 기여한 것이다.
20여 년 후 2차대전이 터지자 모네는 같은 경험을 더 큰 규모로 확장했다. 1939년 12월 그는 영국-프랑스 조정위원회 의장이 되어 양국의 전시 공동 경제계획 전체를 통합 조정했다. 1940년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패배 직전에 몰리자 그는 더 급진적 제안을 밀어붙였다. 영불 완전 합동국가 선언 — 두 나라를 하나로 합쳐서 두 나라의 자원 전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자는 것이었다. 처칠은 받아들였지만 프랑스 내각이 거부하고 독일에 휴전을 요청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모네의 이 구상은 전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로, 다시 유럽경제공동체로, 마침내 유럽연합으로 이어졌다. 현재 나토의 통합군사령관을 미국 장성이 맡고 있지만,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어느 나라도 그것을 주권 침해라고 여기지 않는다. 집단 방위의 효율적 설계로 받아들인다.
2026년 한국의 안보 논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환수)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재명 정부는 2028년 전작권 환수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고,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준비 안 된 일정 추진이 밤잠 못 이루게 한다‘며 2029년을 제시했다. 한미 간 시각차가 다시 드러나는 양상이다.
이 논란을 보면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전작권 문제를 주권의 상징으로, 민족 자존심의 문제로 접근하는 일부의 시각이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것은 상황이 변한 것을 보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오인이거나, 아니면 다른 저의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주권의 문제로 보거나, ’미국과의 안보협력이 필요없다‘는 입장이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독재자 마르코스 퇴진 후 민족주의 열풍에 휩싸였던 1991년 필리핀 정부가 미국에 대해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해군기지의 반환을 요구하여 이를 관철한 것처럼, 현재의 연합전력 운용체제를 거부하고 해체하는 것은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미국과의 안보협력 체제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니라면, 이 문제를 주권과 자존심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현재의 국가안보와는 다른 이해관계에 입각하여 논지를 전개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있다.
필리핀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1991년,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해군기지 반환 이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었고, 결국 필리핀은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며 미군의 순환 배치를 다시 받아들였다. 정당한 주권을 행사였지만 그 결과는 안보 공백이었고, 현실적 판단으로 다시 협력 체제로 돌아간 것이다. 이것은 힘의 공백이 생기면 이를 채우거나 차지하고 싶은 강대국의 변함없는 속성을 간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는 이와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원군을, 6.25 때 유엔군을 요청하고 이들이 실제로 들어와 전선에 배치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희생을 치렀는가. 그런데 이미 들어와 있는 전력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하거나 심지어 내보내려는 것은 이런 역사적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거나, 대한민국의 국익과는 다른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것이다. 안보를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들어와 있는 전력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데 집중할 일이지, 이를 내보내거나 약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국제정세, 또는 국제적 안보 환경이 바뀌면 인식과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 소련의 일원이었던 발틱해의 세 나라가 새로운 안보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토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비핵화를 헌법에 규정했던 리투아니아가 기존의 입장을 바꾸고 있다. 2026년 7월 헌법에서 핵무기 반입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군의 주둔과 핵무기의 반입 등의 금지를 규정한 리투아니아 헌법 137조는 소련 해체 이후인 1992년, 외국 군대와 전략 무기를 영토 안에 두지 않으려는 의지에 따라 설계한 것인데, 이 나라 정부와 야당은 초당적인 합의를 거쳐 이 조항의 폐기를 진행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나토의 핵 억제력을 자국 안보의 핵심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리투아니아 영토 내에 독일 연방군 제45기갑여단이 주둔하고 있기도 하다. 같은 나라가 34년 만에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다. 주권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변화된 정세를 냉정하게 읽은 결과다. 러시아와 1천300㎞ 넘게 국경을 맞댄 핀란드도 2026년 6월 17일 핵무기 금지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서 가결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하여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주권의 실질적 내용이다. 이미 전작권 전환 논의 자체가 우리의 주권적 행위이다. 진짜 문제는 전환 이후의 연합사령부 체제에서 미군의 역할이 제한되면, 양국 전력이 분절화되어 위기 시 즉각적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군의 입장에서는 미군의 핵심 능력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감시정찰, 군사위성, 연합 C4I, 미사일 탐지·경보·방어 등 정보자산과 공중작전, 합동 표적처리, 사이버·우주 지원, 군수·증원, 장거리 정밀타격 및 확장억제 능력 등 유형적 전력이 어떠한 지휘 관계와 절차를 통해 한국군과의 작전에 결합 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요컨대 이들 전력을 적시에 활용하기 위한 합동 체계 설계가 핵심이다. 다만 최근 브런슨 주한 미군사령관이 말한 것처럼 한국을 ’중국 입장에서 비수‘라고 규정한 발언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교량 대 단검' 비유는 대륙과 해양의 연결 고리(교량)이자 특정 세력의 목을 겨누는 군사적 요충지(단검)라는, 19세기 말부터 정립된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설명하는 오래된 은유다. 과거 일본의 침략 명분과 미·중 패권 경쟁 속 외교 전략 등 상황에 따라 낙관적 기능과 비관적 안보 관점이 교차하며 인용되어 온 지정학적 은유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굳이 이 은유를 되풀이하여 중국을 자극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신중한 접근으로 서해안의 긴장을 완화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전작권 문제의 진짜 핵심은 주권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해야 한미 양국 전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가이다. 미국 측의 실무적 우려는 수용하되, 미국의 전략적 프레임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필요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형식적 전작권 환수보다 실질적 전력 운용의 효율성이 우선이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보를 보장하는 효과적인 억지력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사진은 독일과 네덜란드 연합부대인 독일연방육군 제 1기갑사단 414기갑대대가 운용하는 레오파르트Z 전차
필리핀과 리투아니아의 사정을 돌아보며 과거와 다른 국제환경에 따라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검인가 교량인가라는 한반도에 대한 지정학적 은유는 오래된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교량이 될 수도 있고, 단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