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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건망증
  • 이종철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7-27 2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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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젊을 때와 달리 신체 기능이 여러 모로 떨어진다. 나는 개인적인 질병과 관련이 있었지만 청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 이 부분은 보청기로 대신하고 있지만 그래도 강의실에서 토론식 소통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하지만 청력 저하가 꼭 나쁘지만도 않다. 요즘 같이 도처에 소음이 많은 세상에서 적절히 그런 소음을 물리적으로 닫을 수 있고, 또 남의 싫은 소리에 귀를 닫을 수도 있으니까 좋다. 이제는 소리를 선택적으로 들을 나이다. 그래야 耳順이 되지 않겠는가?


다음으로 발성과 관련된 성대다. 젊은 시절 술 담배를 무척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하면 객기에 불과하지만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담배도 하루에 평균 두 갑 정도를 피웠다. 나는 학교를 갈 때 연희동 쪽으로 나있는 북문으로 들어간다. 지금은 없어졌는데 북문 쪽에 슈퍼가 있어 그곳에서 담배 두 갑을 사면 저녁에 학교를 나갈 때 쯤이면 다 떨어질 정도다. 그 슈퍼 주인이 담배를 사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나의 모습이 안 돼 보였는지 그냥 크락숀만 누르면 자기가 들고 나가겠다고 했다. 크락숀을 누르고 5천원을 준비하고 있으면 슈퍼 주인이 에쎄 2 갑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지금은 건물 내 흡연이 완전히 금지되어 있지만 몇 년 전까지 연구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헛기침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대에 무리가 간 것같다. 유명하다는 이비인후과를 여러 곳을 다녀보고 정밀 검사를 해보기도 했지만 이상은 없다고 한다. 한 때는 후두암 증상과 비슷해서 성대를 잘라낼 것 같은 악몽에도 시달린 적이 있다. 한 8년 전부터 완전 금연을 했지만 연속 강의를 하다 보면 바로 목이 쉰다. 목소리 가지고 먹고 사는 직업인데 이 부분도 불편하다.


다음으로 하체의 운동 능력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소아마비를 앓았다. 그래도 대학교 1학년 때까지는 보조기 없이 먼 거리를 걸어 다녔다. 하지만 대학의 넓은 캠퍼스를 이동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 보조기를 착용했다. 기계에 한 번 의존하다 보니 서서히 운동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여년 전부터는 이동할 때 차를 몰고 다니다 보니 더 걷는 능력이 더 떨어진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오래 전 인사동에서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가 후진하는 차에게 장애가 있는 발이 완전히 밟혀 버린적이 있다. 치료는 한 달 정도 걸렸지만 재활하는 데는 몇 개월이 걸렸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그 다리를 다쳤다. 때문에 그 다리를 거의 활용하지 못하다 보니 더욱 장애가 심해진 것이다. 지금은 집에서도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걷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요즘은 집중적으로 하체 운동을 하고 가급적 걷기 운동을 하면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편이다.


내가 제일 우려하는 기능 저하는 시각이다. 눈도 젊은 시절에는 안경없이 살았지만 근시와 난시가 오고, 40살 넘어서는 노안도 왔다. 그래도 안경을 쓰면 책을 읽거나 모니터를 보는 데는 큰 불편은 없다. 물론 세미나나 강의를 할 때 돋보기와 일반 안경을 바꿔서 쓰는 불편이 있다. 다초점 렌즈를 쓰려고 했더니 나의 난시같은 경우는 시야각이 문제가 돼서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이런 정도의 불편은 나이를 먹는 댓가라 생각한다. 가장 두려운 것은 녹내장이나 가끔씩 듣는 황변백색증으로 인해 시력을 완전히 잃는 경우다. 다른 기능은 퇴화되거나 상실돼도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력을 상실한다면 가장 불편할 것 같다. 일단 책을 보거나 글을 쓸 수 없다는 고통을 참아 내기 힘들 것이다. 영국의 시인 존 밀턴은 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딸에게 구술해서 <실락원>을 썼다고 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나이가 돼서 다시 점자를 배우고 재활훈련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미치면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나는 아직까지는 이런 증상이 없다는 것에 위안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조심은 할 일이다.


다음 뉴스를 보다 보니까 기억력 쇠퇴와 관련된 기사가 나온다. 나의 경우도 기억력 감퇴가 심각한 편이다. 이것은 나중에 치매와도 연결이 된다고 한다. 기억력은 물리적인 노화 이상으로 기술 문명의 발달과도 연관이 깊다. 요즘 처럼 기억을 대신하는 기술들, 예를 들면 저장장치가 발달한 상태에서는 기억력 감퇴는 어쩔 수 없다. 예전에는 지인들 전화 번호를 100개 정도 그냥 외우고 있었지만 스마트 폰이 일반화된 지금은 가족들들 전화번호도 모른다. 지금은 다만 어디에(where)에 있고, 어떻게(how) 접근하느냐만 알면 되는 세상이다. 책을 봐도 덮고 나면 무엇을 읽었는지 가물거리고, 사람을 만나 인사하고 나서 바로 이름을 잊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그래서 나는 기억력 저하를 메모와 기록에 의존한다. 기록에 관해서는 거의 편집증적이다. 적어도 어디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한 기록해두면 잊지는 않는다. 나는 일기를 꽤 오래 써 왔다. 젊은 시절에는 쓰던 일기장이 부끄러워 태워 버린 적도 있고, 모종의 사건을 벌일 때는 그 일기장을 사랑하던 여자에게 주고 거사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태워 버린 것이 아깝고, 이제는 그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은 여인에게 준 일기장도 되돌려 받고 싶다는 느낌이다. 10여년 전부터는 노트북에서 일기를 쓴다. 내가 기가 막힌 diary 프로그램을 발견한 다음부터는 모든 기록을 여기에 한다. 그 사이에 노트북은 수 차례 바뀌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윈도우 8.1에서도 사용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곳에 그동안 기록한 분량이 무려 14M 정도가 된다. 텍스트 1M의 분량이 600P 책 한 권 정도 되니까 무려 14권 이상이나 될 정도로 방대하다. 이곳은 철저히 나의 사적 공간이다. 이 다이어리가 나의 기억력의 강력한 보조 수단이다.


다음에서 읽은 기사에는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몇 가지 방법이 들어 있다. 여러분들은 이 중에 몇 가지를 활용하고 있는가? 나는 종종 책을 큰 소리로 읽거나 경전을 큰 소리로 암송을 한다. 그리고 왼손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하는 편이고, 가끔씩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명상은 마음이 내키면 집중적으로 하다가도 바쁜 일상 속에서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직 먹고 싸는 일처럼 생활화가 안 돼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이나 손글씨로 쓰라는 부분은 지키기 힘들다. 나는 워낙 악필이라 일찍부터 타이핑을 배웠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변치 않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손가락 운동 능력이다. 타이핑만은 나에게 드물게 남아 있는 경쟁력이자 자신 있는 부분이다. 입만 산게 아니라 손가락만 살아 있나 보다. 반면 컴퓨터 게임은 이상하게 흥미를 느끼지 못해 별로 하지 않고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편이다. 한 때 애니팡이 국민 게임이 된 적이 있다. 그 때 지인들과 경쟁하면서 해봤지만 십만 점을 넘지 못하다가 그만 둔 적이 있다. 그래도 이런 게임이 기억력 감퇴를 막아 준다고 하니까 애용하는 것 하나는 남겨둘 일이다.


기억력 감퇴가 치매로 발전한다고 한다. 내가 가까이 하는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오랫 동안 뵈어 왔는데 몇 년 전부터 치매 증상이 오면서 외부 출입을 거의 안하고 계신다. 당황스럽고, 그런 일을 나라고 비껴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앞선다. 젊은 시절 술을 엄청 많이 하신 분이다. 사실 치매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이 없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인지와 자각이 없다는데 더 두려움이 있다. 음주가 치매로 이어진다는 데는 여러가지 과학적 근거들이 많다. 내 친구 중에 단기 건망증이 아주 심한 사람이 있다. 나는 심한 건망증이라고 생각하지만 본인 자신이나 가족들은 치매로 판단하고 있다. 몇 년 동안 그의 행동이나 생각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최근에 황당한 경험을 하면서 결국 치매라는 생각을 굳혔다. 그가 나에게 철원을 가보자고 철썩처럼 요구했다. 그런데 가기 이틀전 자신이 모 도시에 가는 날 선약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알고 보니까 나하고 함께 가는 약속이다. 그거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당일 날 내가 그를 픽업하기 위해서 멀리 떨어진 그의 집으로 갔다. 도중에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되지 않다가 간신히 통화했다. 친구는 가족들과 함께 지금 대전에 있는 딸을 보고 서울로 올라가려는 중이라고 한다. 이미 나하고의 약속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몇 시까지 올라올 수 있냐고 물으니까 운전하는 아들에게 묻더니 늦어도 3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먼저 그의 집 근처의 카페에 가서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여전히 전화연결도 되지 않고, 문자를 보내도 확인을 하지 않는다. 결국 4시간이나 넘어서 도저히 더는 있을 수 없어 문자만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다음 날 아주 늦게 천연덕 스럽게 지금 자신이 몽골에 와 있다고 한다. 나의 문자를 뒤늦게 확인했다고 하는 것이다. 나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전혀 없다. 아예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쉽지만 완전히 판단했다. 그는 단기 기억 건망증이 아니라 치매라고..


이런 노화에 따른 여러 증상들은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필연성이다. 우리가 노력해서 잠시 늦출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벗어날 수는 없다. 건강할 때 조심하라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Memento mori라는 말이있다.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도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이 말이 언젠가가 살인 교사죄로 시비가 된 적이 있다. 이 잠언을 살인교사와 연관시키는 상상력이 황당한 세상이지만, 아무튼 어느 날 당신도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장애로 고생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러니 지금 당장 부터라도 오랫 동안 험하게 굴려 왔고 고마운 줄 모르고 부려왔던 자신의 몸에 고마워하고 그 몸부터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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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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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niceye2026-07-27 22:41:47

    노화를 단순한 신체 기능의 쇠퇴가 아니라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과정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잃어가는 기능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기록과 운동, 절제 등으로 삶의 균형을 지켜가려는 태도에 공감했습니다. 결국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자신의 몸과 시간을 어떻게 돌보고 살아갈 것인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울림을 전해 주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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