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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괘 天地否(천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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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6-08-05 22:14:50
  • 천지 불통의 막힌 서사

제12괘 天地否 - 천지 불통의 막힌 서사


☰ 상괘 : 하늘 (乾天) 

☷ 하괘 : 땅 (坤地) 


천지비괘

1. 卦象의 서사

천지 불통(天地不通)의 막힌 시대, 내면을 지키며 기다리는 자중과 인내의 서사

하늘의 기운은 끝없이 위로 올라만 가고, 땅의 기운은 아래로만 내려가 서로 만나지 못합니다. 

우주적 조화가 깨어진 스산한 가을 대지처럼 상하와 강약이 어긋나며 모든 것이 답답하게 정체되는 불통(不通)의 시기입니다. 

소인의 도가 자라나고 군자의 도가 사라지는 불균형의 시대이지만, 군자는 외부의 영화에 흔들리지 않고 검소한 덕으로 자신을 지키며 새로운 조화의 때를 조용히 기다립니다.

否괘는 泰괘와는 반대로 坤괘를 하괘로, 乾괘를 상괘로 이루어진 泰괘의 착종괘, 도전괘, 배합괘이다. 그러므로 태평을 상징하는 泰와는 반대의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므로 「不交」「不通」 등을 의미하는 「否」라이름한 것이다.

이 괘상을 살펴보면 乾은 위에 있고 坤은 아래에 있어 天道에 있어서는 천지의 운수가 막혀있고 人道에 있어서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길이 막혀있는 상이며 또한 양기는 밖으로 물러가고 음기가 들어오는 상이므로 人事로 보면 군자는 물러가고 소인이 득세하여 들어오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적극적이요 약동적이며 진취적인 기상은 쇠퇴해 가고, 소극적 위축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때라고도 본다.

그러나 泰의 상황이 영원하지 못하듯 否의 상황도 영원하지는 않은 것이니 인내하고 조심하며 때를 기다리면 고난의 시대가 지난 뒤에는 반드시 안락의 시대가 온다는 것을 否괘는 보여주고 있다.


2. 주역 본문과 해석


卦辭 (괘사)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 비지비인이니 불리군자정하니 대왕소래니라

∙ 否(비)가 사람이 아니니 군자의 바름이 이롭지 못하니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오느니라.

∙ [해석] 비(否)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니, 군자가 바름을 지켜도 이롭지 못하고, 큰 것(양/군자)은 떠나가고 작은 것(음/소인)이 들어온다.


彖傳 (단전)

彖曰否之匪人不利君子貞大往小來 則是天地不交而萬物不通也, 上下不交而天下无邦也, 內陰而外陽 內柔而外剛 內小人而外君子 小人道長 君子道消也 (나라 방邦)

∙ 단왈비지비인불리군자정대왕소래 즉시천지불교이만물불통야, 상하불교이천하무방야, 내음이외양 내유이외강 내소인이외군자 소인도장 군자도소야

∙ 단에 가로되, '비지비인불리군자정대왕소래' 는 곧 천지가 사귀지 못하여 만물이 통하지 아니하며, 상하가 사귀지 못하여 천하에 나라가 없음이라. 안에는 음이고 밖에는 양이며 안에는 柔(유)하고 밖은 剛(강)하며 안에는 소인이요 밖에는 군자이니, 소인의 도가 자라나고 군자의 도는 사라지느니라.

∙ [해석] 비(否)가 사람의 도리가 아니며 군자의 바름이 이롭지 못하고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는 것은, 곧 천지가 서로 교합하지 않아 만물이 통하지 못함이요, 위아래가 사귀지 않아 천하에 나라다운 나라가 없음이다. 안에는 음(부드러움)이 있고 밖에는 양(강함)이 있으며, 안에는 소인이 있고 밖에는 군자가 있으니, 소인의 도는 자라나고 군자의 도는 사라지는 것이다.

∙ 地天泰 괘에서는 健과 順을 말하며 통하는 뜻을 말하고, 否괘에서는 剛과 柔를 말하여 막히는 뜻을 나타냈다.

∙ 小人道長 君子道消 은 국가로 말하면 소인은 조정에 있고 군자는 재야에 있으니 그러한 상황의 국사는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大象傳 (대상전)

象曰天地不交 否 君子以檢德辟難 不可榮以祿

(검소할 검檢, 피할 피辟, 영화영榮, 녹봉 록祿)

∙ 상왈천지불교 비 군자이검덕피난 불가영이록

∙ 상에 가로되, 천지가 서로 사귀지 못하는 것이 비(否)이다. 군자는 이를 보고 검소한 덕을 쌓아 난리를 피하고 , 벼슬의 녹봉으로 영화를 누리려 하지 않는다. 

∙ [해석] 하늘의 기운은 높은 곳으로만 치솟고 땅의 기운은 깊은 바닥으로만 가라앉아 불통하는 것이 비(否)의 거대하고 쓸쓸한 형상이다. 이 막힌 시대의 이치를 통찰하는 창작자이자 리더는 자신의 빛나는 재능과 덕을 안으로 검소하게 감추어(儉德) 소인들의 시기와 엮여오는 재앙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며(辟難), 눈앞의 화려한 재물이나 직책(祿)을 탐하여 어둠의 세력과 타협하는 영예를 취해서는 결코 안 된다. 


3. 6효의 효사와 해석


初六 (초육)

拔茅茹 以其彙 貞吉亨

∙ 발모여 이기휘 정길형

∙ 띠풀을 뽑으니 뿌리가 엉켜 무리로 함께 뽑히듯 하니 , 바르게 하면 길하고 형통하리라.

∙ [해석] 막힘이 시작되는 때, 소인의 무리가 세력을 형성하므로 바름을 지키며 극히 조심해야 한다.

∙ 초육은 否의 처음이니 아직 그 악함이 드러나지 않은 때이다. 같은 음의 六二 六三과 더불어 바르게 하고자 하니 길하고 형통한 것이다.

∙ 地天泰 괘 初九는 나아감이 마땅하나 否의 初六효는 지키고 있어야 마땅하다고 한다. 泰의 상황에서는 군자가 나아가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이로운 사회이므로 효사 끝에 征吉이라 했으나, 否의 상황일 때는 소인이 득세하여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군자라도 함부로 나아가거나 망동하지 말고 지키고 있어야 마땅하고 바르게 할 수만 있다면 바로 군자와 같으니' 貞吉亨'이라 했다.


六二 (육이)

包承 小人吉 大人否亨 (쌀 포包)

∙ 포승, 소인길, 대인비형

∙ 포용하여 이음이니 소인은 길하고 대인은 비색하니 형통하니라.

∙ [해석] 포용하고 수순히 받드니 , 소인은 길하나 대인은 꽉 막혀 멈추어 있는 것이 도리어 형통하다. 소인의 포위 속에서 대인은 순응하는 척하면서도 내면의 소신을 갖고 때를 기다린다.

∙ 否의 때에 육이가 中正을 얻었으니 구오의 命을 이어 받드는 것이 육이 자신의 이익이 되므로 육이가 소인이라면 길한 것이다. 대인은 이와 반대로 정치에 참여를 안하니 몸은 비색하지만 군자의 도는 형통하게 되는 것이다.


六三 (육삼)

包羞(부끄러울 수羞)

∙ 육삼은 포수로다 

  包羞에는 2가지 해석 체계가 있다.

  ①  받드는() 것이 부끄럽도다 

   육삼이 싸는 것(包)은 정당하지 않은 자리와 사악한 의도이다. 그 행위 자체가 이미 부끄러운 것이다. 무엇을 싸느냐가 문제이지, 싸는 행위 일반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② 부끄러움을 감싸 안는다

   부끄러움을 알면서도(또는 상황이 부끄러움을 드러내므로) 그것을 포장하고 감추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상태을 말함이다. 소인이 부끄러움을 ‘모른다’기보다, 알면서도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탐하는 모습이 더 가깝다.

∙ [해석] 막혀서 부당한 처신을 할 수밖에 없는 수치스러운 상황이나, 이를 묵묵히 참아내고 내면을 수양해야 한다.

∙ 육삼은 음유함으로써 中正을 얻지 못하여 否의 극한 때에 이른 자이다. 더욱 소인스러운 소인이다. 구사부터는 乾體에 가까워 교화를 입음으로써 장차 군자가 뜻을 얻으리라는 것을 아니 자신이 하고 있는 행실이 부끄러운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내란 이전에 고위 관료들이 적절한 비유가 될 것이다.

∙ 包는 육이의 「包承」과 같은 계열이다. 육이가 “감싸 받든다(包承)”는 비교적 부드러운 소인의 순종이었다면, 육삼에 이르러서는 그 내용이 이미 「羞」로 변질된 것이다. 즉, 자신의 부당한 위치와 사악한 계략,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부끄러움 자체이다.

∙ 羞는 단순한 수치심이 아니라, 덕과 자리가 맞지 않는 데서 오는 본질적인 부끄러움이다.


九四 (구사)

有命无咎 疇離祉

(동무/짝 주疇, 걸릴 리離, 복 지祉)

∙ 유명무구 주리지

∙ 하늘의 명을 받아 행하니 허물이 없고, 동류들이 함께 복을 입는다. 

∙ [해석] 막힘이 풀리기 시작하는 전환점에서 천명에 따라 올바르게 행동하여 주변과 함께 복을 나눈다.

∙ 有命은 天命을, 疇는 類를, 離는 麗(려)를, 祉는 福을 뜻한다. 구사효는 상괘의 처음으로 否의 상황이 이미 중간을 지났으므로 천명이 장차 泰로 돌아오게 될 것이고 구오와 상구 두 효는 四효와 동류이나 양으로서 음의 자리에 있으니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 上命을 잘 받들어 움직여 허물이 없으며 구오 상구와 더불어 복을 받는 것이다. 


九五 (구오)

休否 大人吉 其亡其亡 繫于苞桑

(쉴 휴休,맬 계繫, 우묵할 포苞, 뽕나무 상桑)

∙ 휴비 대인길 기망기망 계우포상

∙ 막힘을 쉬게 하니, 대인은 길하다. "망할지도 모른다, 망할지도 모른다" 하고 경계하며 뿌리 깊은 뽕나무 묶음에 매어두듯 근본을 굳게 하라.

∙ [해석] 시운이 돌아왔으나 늘 방심하지 않고 근본을 다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 구오는 陽剛 中正한 덕으로 존위에 있으니 대인의 길함이다. 다만 아직 비색한 때이므로 완전히 다스려질 때까지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 즉 견고한 뽕나무 뿌리에다 든든히 매어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上九 (상구)

傾否 先否後喜

(기울어질 경傾, 기쁠 희喜)

∙ 경비 선비후희

∙ 막혔던 비색함이 기울어 뒤집히니, 처음에는 막혀 답답하나 뒤에는 기쁨이 온다. 

∙ [해석] 오랜 정체와 고통의 시기가 마침내 끝나고 새로운 변화와 희망이 열린다. 傾은 轉倒(전도) 된다는 뜻이다.

∙ 상구효는 否의 극으로 物極必反(모든 사물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돌아온다)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泰의 상황으로 돌아오게 된다. 否의 상황이 끝나 傾否(경부)가 되면 반드시 천지상하가 통하니 먼저는 나쁘나 나중에는 기쁘게 된다는 것이다.


4. 역사적 득괘 사례

전국시대 종횡가 소진(蘇秦)의 합종책 무산과 종말

전국시대, 일개 서생에서 출발해 뛰어난 지모로 진(秦)나라에 맞서 6국을 하나로 묶는 '합종책(合縱策)'을 성사시키고 6국의 승상 인장(印章)을 동시에 찼던 소진이 점을 쳐서 얻은 괘가 바로 천지비괘이다.

그는 화려한 외형적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후 장의(張儀)의 연횡책(連衡策)으로 인해 6국의 동맹(상하/좌우 관계)이 어긋나고 서로를 배반하며 극심한 불통 상태에 빠졌다. 시대의 흐름이 역행하고 군자의 도가 쇠하는 천지비의 시운에 자신의 지략만을 믿고 자중하지 못했던 소진은 , 결국 모함과 암살이라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모든 것이 막히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벼슬과 영화)을 탐하지 말고 자신을 낮추며 천도에 순응해야 한다는 역사적 경고를 보여준다.


5. 실천적 교훈 (占辭 비결)

天地不交 陰陽閉塞 夫妻不和 別離南北 君子道消 小人道長 人物乖違 不動之象.

천지가 교합하지 않아 음양이 막히고, 부부가 화합하지 못해 남북으로 갈라서며, 군자의 도는 줄어들고 소인의 도가 자라나니, 사람과 사물이 서로 어긋나 움직일 수 없는 상이다.

天地不交 萬物不通 枯木無花 迷民相連 意往事違 財散人離 守舊待時 憂極生喜.

천지가 사귀지 못해 만물이 통하지 않으니 마른 나무에 꽃이 피지 않고 답답함이 이어지며, 뜻하는 바와 일이 어긋나 재물이 흩어지고 사람이 떠나가니, 옛것을 지키며 때를 기다려라. 근심이 극에 달하면 비로소 기쁨이 생겨나리라.

[실천 지침] 소통이 막히고 일이 꼬일 때 강제로 뚫으려 하지 마십시오. 화려한 직함이나 외면의 성과(녹봉)를 좇지 말고 검소하게 내면의 가치를 다져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망할 수 있다'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근본(뿌리)을 굳게 지키면, 정체의 끝에서 반드시 반전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6.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소통의 단절, 조직 내 정체, 노력이 통하지 않는 무력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천지비괘는 이러한 막힘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인내와 자중의 미학"을 전합니다.

상하가 통하지 않고 주변 상황이 나와 어긋날 때, 서둘러 상황을 바꾸려 애쓰기보다는 부끄러움과 답답함을 견디며 내면의 불씨를 지키는 것이 지혜입니다. 막힘이 영원할 것 같아도 우주의 이치는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게 되어 있습니다. 스산한 가을바람 속에서도 대지는 봄을 준비하듯, 정체의 시간을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다면 머지않아 막혔던 비색함이 물러가고 기쁨의 순풍이 불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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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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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niceye2026-08-05 22:32:58

    태괘와 대비되는 비괘의 의미를 원전과 현대적 관점으로 균형 있게 풀어내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비(否)를 단순한 흉이 아니라 인내와 성찰, 새로운 태(泰)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해석하신 부분에 공감했습니다. 다만 현대 사례는 조금 더 보편적으로 표현하시면 시대를 넘어 오래 읽히는 해설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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