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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뜸과 마늘 구워 먹기
  • 이종철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8-24 08:19:37
  • 수정 2026-08-24 18:59:50


젊은 시절 한 때 인산 김일훈(仁山 金一勳, 1909~1992) 선생의 한의학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알던 친구 중에 한 사람이 이미 그의 의학에 빠져서 나에게도 열심히 권한 탓이다. 인산은 9번 법제한 죽염과 10분 이상 타는 쑥뜸으로 잘 알려진 분이다. 인산은 주역에도 해박해서 약제나 천문 지리등을 설명할 때도 자유자재였다. 덕분에 인산의 책들을 구해 읽으면서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도 했다. 나는 이 친구를 따라 통으로 된 6쪽 마늘을 매일같이 코일에 싸서 옅은 불에 구워 죽염에 찍어 먹어본 적이 있었다. 

친구따라 강남을 간다고 거진 30년 전인 어느 가을 날 인산의 딸이 운영한다는 지리산 농장으로 간 적이 있었다. 산 속으로 들어서니 넓은 농장에다 황토 집을 여러 채 지어서 조용히 쑥뜸을 뜨기가 좋아 보였다. 그곳에서  한 사내에게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단전과 중완 혈을 잡아 주고 바로 뜸을 뜨기 시작했다. 내 옆에는 서울에서 내려 왔다고 한 분이 족삼리와 단전에 함께 뜸을 떳다.  나는 당시에도 난청으로 고생했는데 뜸을 뜨고 나면 청신경도 복구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해서 호기심 반, 건강에 대한 욕심 반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뜸은 시쳇말로 작난이 아닐 정도이다. 새빨간 담배 불로 맨 살갗을 지지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진다. 그런데 강화쑥을 계란 1/3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서 단전과 관원 혈에 올려 놓고 10분 이상 타들어 갈 때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불침이 쑥쑴 내려오는데 온 신경이 그리로 집중된다. 한 번 이 쑥뜸을 뜨면 선방에 3년 있는 것보다 효과가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닐 듯 싶다. 하지만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라서 오직 경험한 자만이 공감을 할 수가 있다. 너무 심하니까 함께 뜨던 사람은 서울에 볼 일이 생겼다고 하면서 도망치듯 그날로 바로 하산했다. 이렇게 오전에 3시간, 오후에 3시간씩 하루에 6시간을 뜨고, 아궁이 구덩이를 덮어 두는 것처럼 닫았다가 다음 날 다시 열어서 보름을 뜬다. 

30년 가까이 된 지금도 그 때의 경험이 생생하다. 쑥이 타들어갈 때마다 불침이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그런데 신기한게 이 쑥이 다 타고 나면 그만두고 싶은 데도 정 반대로 다시 쑥 덩어리를 올려 놓는 것이다. 극도의 고통 속에서 느껴지는 쾌감이라고 할 수가 있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끄 라캉이 말한 '주이상스'(Jouissance)가 아마도 이런 경험을 말하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근대의 많은 철학자들, 특히 프로이트 같은 정신분석학자는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쾌락원칙(Pleasure principle)'이 인간의 행동을 이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라깡이 말하는 주이상스는 이 쾌락원칙의 한계를 뚫고 넘어서는 영역, 즉 "고통 속의 쾌락(painful Pleasure)"을 가능하게 해준다. 일종의 금지된 영역, 참아낼 수 없는 한계와 고통의 문을 열어주는 죽음 충동인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그 가을 날 2주 정도 뜸을 뜨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뜸을 뜨는 일은 뜨기 3개월 정도 몸을 정화시키고, 뜸을 뜨고 나서도 3개월 정도 음식을 가리고 술담배를 끝어야 한다. 그렇게 100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거짓말처럼 신경이 예민해지고, 피부도 상당히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주의해야 될 것이 많아서 매일같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뜸을 좋아하는 인산의 절대적 추종자들은 봄 가을로 뜬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다시 뜨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정색을 하고 거절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쑥뜸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6개월 정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뜸을 뜬 흔적은 남아 있지만, 그 기운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말았다. 한 번 선방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고 해서 단박에 깨우치는 것이 아닌 것과 똑 같다. 오히려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섭생과 운동, 그리고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가 있다. 10분이상 타는 쑥뜸을 일상에서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에 반해 인산 의학에서 강조하는 마늘 구워 먹기가 번거롭기는 해도 훨씬 쉽다. 지난 폭염으로 힘이 좀 떨어진 느낌이 들어서 옛 기억을 되살려 마늘 먹기를 시작했다. 마늘은 서산의 6쪽 마늘을 옥션에서 주문했다. 내가 고혈압과 당뇨가 있어서 죽염은 함께 먹지 않는다. 그냥 마늘만 구어서 먹는데 1주일 정도 지났다. 젊은 시절 처럼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몸에 생기가 돌아서 운동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내 나이도 70이 넘었으니, 아무튼 이런 마늘 구워 먹기를 꾸준히 하고자 한다. 마늘의 효능은 굳이 인산 의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여러 문화권들의 역사나, 현대 의학에서도 증명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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