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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3년, ‘분단의 강에서 평화의 섬으로’
  • 김철호
  • 등록 2026-08-26 03:43:54
  • 수정 2026-08-26 07:49:16
  • 한강하구 중립수역·교동도 활용 정책토론회 개최
“기다리는 통일에서 움직이는 평화로”…평화장터·국제평화학교·실향민 기록관 등 제안

페이스북 조택상님 사진

정전협정 체결 73주년을 맞아 남북 분단의 최전선인 강화군 교동도에서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평화적으로 활용하고 교동도를 ‘평화의 섬’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제73회 정전협정 기념 정책토론회–한강하구 중립수역 및 평화의 섬 교동도 활용방안’은 지난 7월 27일 오후 강화군 교동면 난정평화교육원에서 개최됐다. 행사는 (사)우리누리 평화운동과 강화·교동 청장년 지도자들이 주관하고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한반도 중립화를추진하는사람들, 한국중립화추진시민연대, 중립한국국제협의회, 평화민족통일 원탁회의, 동학민족통일회, 통일민주협의회, LA 인문산책아카데미, Action One Korea (AOK), 한얼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 화두는 “분단의 상징인 한강하구와 교동도를 어떻게 실제적인 평화와 교류의 공간으로 전환할 것인가”였다.

교동도는 북한 황해도 연백지역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최접경 지역이다. 한국전쟁 당시 연백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정착해 대룡시장을 만들고 갯벌을 간척하며 삶의 터전을 일군 곳이기도 하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러한 역사성을 지닌 교동도가 더 이상 ‘분단의 끝’에 머무르지 않고 남북이 다시 만나는 ‘평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호 소장 “평화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선물처럼 오지 않는다”

제1부에서 김철호 한얼연구소장·Action One Korea 미주 공동대표는 ‘분단의 강에서 평화의 섬으로–교동도에서 다시 통일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했다.

김 소장은 이산가족 문제를 통일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상봉을 기다리다 끝내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얼굴”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 4·27 판문점선언 등 여러 남북 합의가 있었지만 정권과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성과가 반복적 으로 후퇴했다며, “성과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성과를 지킬 제도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소장은 통일정책의 시간표가 국가나 정권이 아니라 고령의 실향민과 이산가족의 시간에 맞춰져야 한다면서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서신·화상상봉 상설화 △남북 합의의 법제화 △문화·체육·관광·의료 등 생활영역부터 교류 확대 △교동도와 한강하구를 평화협력의 실험장으로 활용 △해외동포의 민간 가교 역할 확대 등을 제안했다.

그는 “평화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선물처럼 오지 않는다. 평화는 움직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역사”라며 선언과 정상회담에만 의존하는 통일운동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과 민간이 직접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동도에서 매달 평화장터 열자”

김 소장은 특히 교동도에서 당장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1년에 한 번 정전협정 기념일에 행사를 갖는 데 그치지 말고 대룡시장 등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평화장터’를 열자고 제안했다. 남북 교류가 당장 어렵더라도 교동 주민과 실향민 후손, 국내외 방문객들이 물건을 사고팔고 음식을 나누는 생활 속 평화공간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또한 연백 피난민 1세대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증언과 사진·육성을 보존하는 교동 실향민 구술기록관’, 어린 세대가 북한을 단순한 적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장차 다시 만날 이웃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평화교육 프로그램, 한강하구 공동 생태조사와 민간 뱃길 실험, 재일동포·고려인 등 해외동포와의 자매결연 등을 제시했다.

김 소장은 강연 말미에 “정상들의 화려한 악수가 아니라 이름 없는 민초들의 꾸준한 발걸음이 오래 견디며 역사를 바꾼다”며 “정전 73년이 되는 오늘 교동도에서 분단의 강이 평화의 물길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립화 통한 ‘코리아 연합’과 동북아 평화체제 논의

제2부 정책토론에서는 양재섭 전 대구대 대학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임상우 전 서강대 부총장은 ‘한반도 중립화를 통한 코리아 연합과 동북아 평화체제’를 주제 로 발제했으며, 노정선 전 연세대 교수는 ‘통일의 길은 중립평화로부터’라는 내용으로 논찬 했다.

이어 강종일 한국중립화통일협의회 회장은 ‘평화의 섬 교동도와 한강하구 중립수역 활용 가치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했고, 오종문 박사는 정전협정과 국제법의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찬했다. 이후 김홍묵 박사와 현장 및 온라인 참석자들이 참여하는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한강하구의 독특한 법적·역사적 지위가 중요한 논점으로 제시됐다.

정전협정 제1조 5항은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 아래 있고 반대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 아래 있는 한강하구 수역을 쌍방 민간 선박의 항행에 개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 조항을 한강하구의 민간적·평화적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중요한 출발점 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인천광역시가 2022년 제정한 ‘한강하구 평화정착 지원 조례’ 역시 한강하구 공동이용 촉진과 민간 선박 자유항행의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소개됐다.

다만 북한 주민과의 직접 접촉이나 물품 반출입, 남북 협력사업 및 수송장비 운행 등은 현행 남북교류협력 관련 법률에 따른 신고나 승인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관계 법령과 안전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제기됐다.

 

국제평화학교·실향민박물관 만들자”…행사 이후에도 논의 이어져

이번 토론회는 일회성 행사로 끝내기보다 교동도와 한강하구의 미래를 준비하는 민간 연대체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행사 후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남북관계가 정체된 시기일수록 정부 정책만 기다리지 말고 민간단체들이 힘을 합쳐 교육과 연구, 평화 일자리 창출 등 실현 가능한 사업부터 추진하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여한 오종문 박사는 행사 후 의견을 통해 “이제는 실천하고 움직여야 할 때”라며 정부에만 의존하기보다 참가자들이 힘을 합쳐 온·오프라인 교육을 시작하고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후속 사업으로는 정전협정과 국제법, 분쟁해결, 생태평화, 재난구조, 남북관계의 역사를 가르치는 국제평화학교’ 또는 ‘교동도 평화대학’ 설립 구상도 제시됐다. 또한 한국전쟁과 피난, 실향민의 삶, 대룡시장과 접경지역의 생활사를 구술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교동 실향민박물관’ 조성 방안도 논의됐다.

 

교동도, ‘분단 최전선’에서 ‘평화 베이스캠프’

행사를 주관한 김영애 우리누리평화운동 대표는 교동도와 한강하구가 역사적으로 농어촌과 수도권을 잇는 수송로이자 해양과 대륙세력이 만나는 관문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쟁 때에는 피난과 귀향의 통로였지만 정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막혔고, 연백 등지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은 척박한 땅을 간척하고 시장을 일구며 교동도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교동대교 개통과 도로망 확충으로 이제 많은 관광객이 교동도를 찾고 있다면서 “과거 선조들이 그러했듯 평화의 사신을 맞고 상생의 교역을 하며 공존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서 반복해 등장한 메시지는 ‘거대한 통일담론보다 교동도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먼저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정전협정 체결 73년. 북녘 땅이 지척에 보이는 교동도에서 참석자들은 평화장터와 실향민 기록사업, 평화교육, 생태조사, 민간 뱃길, 국제평화학교와 같은 구체적인 사업을 하나씩 현실화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분단의 최전선으로 불려온 교동도가 앞으로 한강하구를 매개로 남과 북, 국내와 해외동포 를 연결하는 평화의 섬’이자 민간 평화운동의 베이스캠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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