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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해 이야기
  • 알렉세이정 칼럼리스트
  • 등록 2026-09-24 00:32:33

카스피 해(Caspian Sea)는 면적 362만㎢로 한반도 보다 14만㎢ 더 넓으며, 러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5개국이 접하고 있다. 육지로 둘러싸인 카스피 해는 어느 나라의 영해일까. 1991년 소련이 해체되기 이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카스피 해의 대부분을 소련이 차지하고 이란이 남쪽 일부분을 가져가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이 독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생 3개국은 카스피 해의 영유권을 주장하게 되었고, 여기에 더해 카스피 해가 바다냐 호수냐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바쿠(Baku) 인근의 카스피해(Caspian Sea) 해안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유명한 다큐멘터리 사진, 출처 : Getty Images

카스피 해 명칭엔 바다(sea)로 되어 있지만, 지리학자들은 호수(lake)라고 규정해 왔다. 학생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는 어디인가’라고 물으면 단연 카스피 해라고 답한다. 하지만 바다냐 호수냐의 개념 규정이 연안국에는 생사가 달린 문제다. 카스피 해가 호수라면 연안국들이 협의를 통해 호수에 대한 권리를 배분하게 된다. 바다라고 한다면 국제해양법에 따라 연안국이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의 바다를 영해로 확보한 후, 나머지는 협의에 따라 배타적 경제수역(EEZ)를 설정해 경제적 이익을 배분하게 된다.


구소련 시절에 소련과 이란은 쌍무협정을 통해 카스피 해에 대한 권한과 이익을 나누어 가졌다. 하지만 소련이 붕괴하고 3개국이 새로 독립하면서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와 이란은 카스피 해를 호수라고 주장하고, 신생 3개국은 바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대립 이면에는 석유자원의 이해가 숨어 있다. 구소련 시절에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유전에서 엄청난 기름이 생산되었지만 소련 해체 직전에 고갈되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이 독립한 이후 새로운 채굴기술이 개발되면서 해상에서도 기름이 채굴되었고, 미국과 유럽의 석유자본을 유치해 석유생산을 늘리려 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입장에서는 카스피 해가 바다로 규정되어야 12해리+EEZ에서 나오는 석유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러시아는 이와 같은 아제르바이잔의 결정에 심사가 뒤틀렸다. 소련 시절에 바쿠 유전에서 생산된 기름을 마음껏 가져다 썼는데, 이젠 그것을 빼앗기게 되었으니 카스피 해를 호수라고 해야 해상 유전의 기름을 나눠 갖게 된다. 또한 여기에는 군사적 배경도 있다. 카스피 해가 호수이면 러시아와 이란은 자국 해군을 상대국 해안에 해군을 배치할수 있다. 이에 비해 신생 3개국은 강대국의 함선이 자국 연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국제해양법의 보호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놓고 다섯 나라가 오랫동안 티격태격하다가 2018년 8월 12일 카자흐스탄 해안도시 악타우에서 만나 ‘카스피해의 법적 상태에 관한 협정’(Convention on the Legal Status of the Caspian Sea)에 합의했다. 협정은 카스피 해를 어떻게 규정했을까. 명칭은 바다(Caspian Sea)로 규정하고, 조약의 세부 조항에는 수역(body of water)이란 애매한 표현을 썼다. 절충안 같지만 대체적으로 호수라고 규정한 현상유지의 협약이란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와 이란이란 강대국이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을 누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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