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단군세기》 속 가륵 단군의 소통을 향한 고뇌와 1443년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시공간을 초월해 연계하고, 이를 '홍익인간 정신의 발현'이라는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 우리 민족의 위대한 서사를 입증하고자 한 것이다."
1. 기원전 2181년, 홍익인간 DNA의 시초: 가림토 문자
홍익인간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부리는 말이 아니다.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뜻이다. 그 이로움의 첫자리는, 거창한 제도보다 제 목소리를 잃지 않는 데 있다. 말하고자 해도 적을 글자가 없으면, 억울함은 풀리지 않고 삶은 남의 글로만 번역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4,200년 전, 고조선의 제3대 가륵 단군시대에 영토는 넓고 백성은 많았으나, 지방마다 사투리가 심하고 이를 적을 고유한 글자가 없어 백성 간의 소통이 어려웠다. 이에 가륵 단군은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건국 이념으로 백성을 가장 이롭게 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말과 글'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단군은 당대 최고의 석학인 삼랑 을보륵에게 명하여 38자의 소리글자, 즉 '가림토(加臨土)'를 짓게 했다. 이는 지배층의 통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소통하지 못해 고통받는 변방의 백성들까지 하나로 묶어내려는, 세계 역사상 최초의 '인간 중심적 복지 문자'의 탄생이었다. 백성의 소리를 담는 정음(正音)의 역사는 이미 이때부터 우리 조상의 DNA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2. 1443년, 잠들었던 DNA를 깨운 군주: 세종대왕
세월이 흘러 고조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한반도에는 유교와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은 조선 왕조가 들어섰다. 사대부들은 중국의 한자를 성스러운 문자로 받들며 지식을 독점했고, 글을 모르는 백성들은 법을 몰라 억울하게 죽어가거나 농사 기술을 배우지 못해 굶주렸다.
세종은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않으니, 어린 백성이 이르고자 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한다고 썼다. 이를 가엾게 여겨 스물여덟 자를 만든 까닭은,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하려는 데 있었다. 말하지 못하던 사람을 글의 주인으로 세운다. 홍익인간이 왕조의 문장 안에 가장 또렷이 앉은 자리다.
평양에 단군 사당을 세운 일도 이 마음과 닿아 있다. 세종 11년, 기자묘 남쪽에 사당을 따로 짓고 단군을 주벽으로 모셨다. 나라의 시작을 누구의 이름으로 기억할 것인가를 제사의 질서에 새긴 일이다. 다만 그 사당이 옛 소리글자의 설계도였다는 증거는 없다. 이어짐은 혈통의 암호가 아니라, 사람을 이롭게 하려는 뜻이 다른 세기에 다시 쓰인 데 있다.
반대는 예상된 일이었다. 글을 아는 이들은 중화의 문자를 두고 새 글자를 만드는 일을 질서가 무너지는 징조로 보았다. 세종은 그 반대를 누르고 창제를 마쳤다. 이듬해 해례는 집현전의 학자들이 명을 받아 원리와 용례를 풀었다. 초성은 소리 내는 자리의 꼴을 본뜨고, 중성은 하늘·땅·사람을 셋으로 벌려 합쳤다.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 둔한 사람도 열흘이면 익히게 하려는 글자였다. 비밀로 감춘 술법이 아니라, 숨기지 않으려고 만든 글이었다.
그래서 훈민정음은 홍익인간의 결정체에 가깝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이, 가장 낮아 글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자기 말의 집을 내어 주었기 때문이다. 법은 읽어 억울함을 풀 수 있고, 농사의 요령은 적어 다음 해로 넘길 수 있으며, 노래와 소송과 일상의 소리가 비로소 제 꼴을 얻었다. 널리 이롭게 함은 구호로 남지 않고, 열흘이면 배우는 스물여덟 자로 내려앉았다.
3. 결론: '홍익인간'이라는 위대한 서사의 완성
결국 우리 민족에게 문자는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찍어누르는 압제의 도구가 아니라,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군주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백성에게 베푼 '보편적 복지와 사랑'의 도구였다.
기원전 2181년 고조선의 가림토에서 시작되어 1443년 조선의 훈민정음으로 만개한 이 서사는,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DNA가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떻게 맥맥히 흐르고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위대하고 눈물겨운 증거입니다.
이 관점으로 바라볼 때, 한글은 단순한 문자 체계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자 홍익인간 정신 그 자체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