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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으로 현실을 쓰는 작가, 정보라
  • 이진호 기자
  • 등록 2026-05-29 06:45:29

https://magazine.hankyung.com/job-joy/article/202605235501d

환상으로 현실을 쓰는 작가, 정보라 "기이한 불확실성이야말로 가장 사실주의적인 결말"


 이진호 기자


"인간은 단 한 가지만 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닙니다." 변기 속에서 자라는 머리, 피를 빨아먹는 여우, 저주받은 토끼. 정보라의 소설을 처음 집어 든 독자는 그 표면의 기이함에 먼저 숨을 삼킨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진짜 두려움이 뒤늦게 밀려온다.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을 가능하게 한 사회 구조가 무섭다. 가해자를 감싸고 피해자를 침묵시키는 권력의 기제가 무섭다. 환상은 현실을 가리는 장막이 아닌 현실을 가장 선명하게 비추는 렌즈다.

정보라는 러시아·동유럽 환상문학 번역가이자 소설가다.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등의 작품을 한국어로 옮기며 언어와 세계를 동시에 훈련해 왔다. 단편집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고, SF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 영어 번역본은 한국어 SF 소설로는 처음으로 로커스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에 『붉은 칼』,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밤의 시간표』를 펴냈다. 소설 속에서는 가해자를 저주하고, 억압의 기제를 죽이고, 고립된 인간의 내면을 해부한다. 현실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서명에 이름을 올리고 노조 활동에 참여한다.

정보라 작가는 담담하게 말한다. 세상은 쓸쓸하다고 믿으면서도 뭐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 있는 시간이 보람 없다고. 정보라 작가를 만나 환상의 문법으로 현실을 쓰는 일, 피해자를 모욕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 그리고 혼자이지만 함께 걷는 일에 대해 들었다.
정보라 작가 제공/혜영ⓒ Hyeyoung]
정보라 작가 제공/혜영ⓒ Hye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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