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6년 전에는 몽골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왔다. 그러니 몽골에 대한 나의 여러 이야기들은 외부인의 피상적인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몽골에 왔을 때는 몽골에 대한 나의 지식도 적지 않고, 몽골에 적지 않은 지인들도 있기 때문에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 내가 이번에 몽골에 도착해서 며칠 지내보다 보니 몽골 사회의 문제점들이 단박에 들어오고 있다.
울란바타르도 지난 몇 년 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도심 곳곳에 새로운 현대 식 건물들이 들어섰고, 지금도 계속 건축 중이다. 그러다 보니 수도 울란바타르로의 인구 집중이 과거 보다 훨씬 심해지고 있다. 몽골 땅이 남한 보다 무려 16배나 된다고 하지만 울란바타르의 크기는 한국의 서초구 정도 뿐이 되지 않는다. 이곳에 350만 인구 중 무려 150만이 거주를 하고 있는 셈이니 주거 밀집도가 갈 수록 심해질 것이다. 도시 계획 당국자들이 정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도시 계획을 해 나가야 하는데 몽골의 정책 당국자들에게서 그걸 기대하기란 난망이다. 한 마디로 난 개발이 갈 수록 심해 지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몽골이 경제 성장을 해도 한국처럼 행복지수는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유목 민족이라 그런지 과거 몽골인들은 말을 이동의 필수품으로 생각했다. 이런 필수품이 현대에서는 자동차다. 몽골인들의 자동차 선호는 세계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 보다 높다. 베트남의 오토바이와 다르게 추운 나라라 겨울 철에는 그런 이동 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 도심의 거리에는 수입 일본 차들이 거진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 버스는 대우나 현대에서 사용하던 버스들이 한국의 간판도 떼지 않은 상태에서 거리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도로는 한국처럼 왼쪽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지만 일본 차들은 운전석이 오른 쪽에 있다. 그러다 보니 운전할 때 언밸런스가 아주 심하다. 몽골인들은 자동차를 말을 부리듯 거칠게 몬다. 갑자기 말 대가리를 들이 대밀 듯 깜빡이도 없이 차선 변경을 시도하고, 한국처럼 미안하다는 신호는 거의 없다. 희한하게 도로 양쪽으로 차가 밀리는 데도 임의로 좌회전을 허용하는 것이다. 때문에 잔뜩 밀려 있는 직진 차량과 좌회전 차량이 뒤엉키는 황당한 사태가 도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굳이 필요가 없는 우회전 신호가 있고, 그걸 위반하면 교통 경찰들이 딱지를 떼는 것이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자동차를 워낙 좋아 하다 보니 자동차 대수가 인구수에 비례해서 너무 높아 인구 밀집도 이상으로 도심 곳곳이 하루 종일 막히고, 아파트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매일 같이 지옥 같은 주차 전쟁을 반복하고 있다. 내가 이런 현상을 지적하니까 아무도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다들 그러려니 하고서 사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내력을 끝없이 테스트하는 상태로 간다면 도시의 정상적 기능이 크게 떨어져 울란바타르 전체의 시민들에게도 큰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내가 며칠 동안 지켜본 바로는 교통 정책 자체가 아예 없어 보인다. 그저 각자 도생일 뿐이다.
몽골인들이 시장 경제에 대해서는 밝은 편이지만 이런 시장 경제를 떠 받쳐주는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은 대단히 낮다. 물론 이런 낮은 의식은 사회주의 정부가 조직적으로 감시 통제를 하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문하고 정권 교체가 수시로 이루어지지만 국민을 감시 통제하고, 국가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데는 별 차이가 없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국민들의 정치 의식을 문맹 상태나 무관심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어떤 매체든 언론 통제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몽골인들이 많이 한다고 하는 페이스 북도 한국의 댓글 알바들처럼 수시로 이상한 글들을 지우고 삭제한다고 한다. 그러니 국가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들이 얼마나 부패한 지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외국인인 내가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 한국인들이나 몽골인들 모두 하나 같이 두려워 하면서 바로 추방될 수 있다고 걱정을 한다. 한국의 70년 대 유신 통제 시절의 엄혹한 상황이 21세기 몽골에서 재현되고 있다. 그런데 몽골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대단히 순종적이어서 정부의 그릇된 시책을 묵묵히 따르고만 있다는 점이다. 정치 발전의 면에서 본다면 5년 전이나 SNS가 발달한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이런 대표적인 현상들 가운데 한국인들도 경험하는 불이익이 있다. 바로 한-몽 노선 항공료다.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3시간 정도 걸려서 울란바타르의 신공항에 도착한다. 이 정도의 노선이면 동남아 노선과 비교해서 30 만원 정도가 적절하다. 그런데 비수기에 60만원을 넘고, 6월에서 8월로 이어지는 관광 성수기에는 무려 100만원이 넘는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인데, 관광을 위해 가는 한국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에서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을 비싼 항공료로 지불하는 몽골 노동자의 심정이 어떻겠는 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할 정도이다. 몽골인들은 대단히 가족주의적이서 아빠가 한국에서 일을 하면 가족들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 데 그들 가족 항공료가 얼마나 부담이 되겠는가? 일전에 아시아나 항공이 새로 취항하면서 항공 요금을 20만원 이상 대폭 할인을 했는데, 몽골 정부가 아시아나 관계자들을 따로 만나 항공 노선 취소와 같은 강한 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가 돈다. 결국 대한 항공, 몽골 Miat 항공, 아시아나 항공 3개 노선의 항공료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독과점 담합이 이루어진 셈인데, 이 문제를 몽골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 정부도 풀지 못하는 것을 보면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한국의 공정 거래법에 위반되는 처사인데 어떻게 이런 위법과 탈법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 문제는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아무튼 인구 350만의 자원 부국인 몽골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식과 언론의 자유와 비판 기능이 회복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몽골은 앞으로 10년이 가든 30년이 가든 부와 권력을 장악한 3%의 세력들만이 천국을 누릴 것이다. 나는 몽골인들의 순박한 얼굴들을 보다 보면 수십년 전의 우리 부모 세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과 우리 세대들이 고생을 해서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루어냈지만, 그것은 민주주의를 달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몽골도 그런 나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렇게 위험한(?) 글을 울란바타르의 한 가운 데서 쓴다. (2022. 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