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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도 동지(冬至)가 있다.
  • 알렉세이정
  • 등록 2026-04-12 13:23:49

오늘이 Зимнее солнцестояние (짐네 쏠른쩨스따야니예, 동지(冬至)이다. 오늘부터 러시아는 동지(冬至) 기간으로 가장 긴 흑주(黑晝)의 시간을 맞이할 것이다. 러시아는 십이간지도 있고 하지(夏至)도 쇠고 동지(冬至)도 쇤다. 이 또한 동양 문화의 일종이니 러시아를 어찌 유럽이라고만 보겠는가? 이 때 천지를 주관하는 것은 Мокошь (마코쉬) 여신이다. 러시아의 전통 역사서인 <원초연대기(Повесть временных лет)>에 나타나는 Мокошь (마코쉬)는 슬라브 세계의 해와 달을 주관하는 천신(天神)이자 천녀(天女)였다. 방적과 직조, 운명과 공예와 관련이 있으며 농경 사회에서 수확의 어머니였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축복과 풍요의 여신이었다. 현 우크라이나 지역 슬라브 족의 로드노베리(Родновери), 북부 슬라브 족의 야즈츠니크(Язычник), 우랄 슬라브 족의 네오야즈체스트보(Неоязычество), 볼가 강의 5월과 10월에 지내는 미슬로보(Мислово)와 옥탸브츠보(Октябчво) 등 슬라브 민족들의 Мокошь (마코쉬) 관련 제천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러시아의 마꼬쉬 여신과 동지,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페이스북


또한 7세기 중엽 하자르 제국의 칼가(Khalga, ? ~ 690, 재위 : 660~690) 카간이 발간한 <아눈트반(Anuntban)>에 의하면 슬라브 족의 풍속으로 10월에 제천 행사인 옥탸브츠보(Октябчво)가 열렸고, 전쟁을 벌이러 출정할 때 이에 앞서 양을 잡아 발굽의 형상으로 길흉을 점치던 양 발굽 점성술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적혀 있어, 슬라브 족의 제천 행사들의 이름이 공통적으로 볼 때 남북의 제천을 합쳐 로드노베리(Родновери)로 통일되었음이 밝혀지게 된다. 슬라브 족의 10월 제사, 옥탸브츠보(Октябчво)는 농경이나 정착 생활의 과정에서 생기긴 Мокошь (마코쉬)를 모시는 추수 감사제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라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12월에 열리는 우랄 지역의 제례 행사는 추수 감사제라고 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으며, 슬라브 족의 오월제는 매년 5월에 열리는 중앙아시아 유목 민족들의 제천 행사와 시기적으로 같다. 당시 7세기 이전 유목 제국을 세운 흉노(匈奴) 족 및 훈족은 매년 5월에 용성(龍城)이나 특정 지어진 신성한 곳에서 큰 모임을 갖고 그들의 조상, 하늘과 땅, 신(神)에게 제사를 지냈다. 따라서 슬라브족의 제천행사는 같은 농경민인 그리스나 로마의 제천 의례보다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제사와 그 관련성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키예프 루스 지역 중 스몰렌스크 공국의 경우 제천행사 브리루츠키(Брилуски)를 나라 중심의 큰 모임으로 여는데, 날마다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감옥에 갇힌 죄인들을 풀어주어 화합을 도모했다. 


이 때에 모두들 의복에 곰털로 짠 모피를 입고, 금과 은으로 장식하면서 제천 행사에 참가하였다. 신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기는 것이다. 당시 스몰렌스크 공국의 브리루츠키 행사는 스몰렌스크 공국이 멸망할 때까지 공후가 직접 참가하여 행사를 주관했다고 한다. Мокошь (마코쉬)의 모습을 보면 남성 신인 Сварог (스바로그)와 동일시 된다. Сварог (스바로그)는 천지 우주를 주관하는 신이며 여신인 마코쉬의 부군이다. 슬라브 족들도 음양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음적인 부분은 마코쉬가 관장하고 양적인 부분은 스바로그가 관장한다. 투르크계의 탱그리와 얼핏 유사하다 볼 수 있는데 Мокошь (마코쉬)의 경우, 천지를 주관하며 오로스(Oros)라는 생명수를 타고 그 위에서 천하를 내려다본다고 하였다. 


마코쉬의 이러한 모습은 한국에서 나타난 <부도지>의 마고 설화의 마고 여신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데 슬라브의 신화를 조합해보면 이는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마코쉬와 새 봄을 알리는 설 축제와 유사한 마슬레니쨔(Масленица)의 연계성도 무시할 수 없다. 슬라브 신화와 잊혀진 민속에 대해 러시아 고고민족학계에서 정교회를 받아들인 이전의 문화적 속성들을 이해해야 이후의 러시아 정교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에 현재 가장 많은 연구 결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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