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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허무는 트럼프…‘견제와 균형’도 무너지고 있다
  • 이종철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9-16 08:01:30
  • 수정 2026-09-16 08:02:58


‘제국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워싱턴 한복판을 걷다 보면 고대 로마의 신전과 광장을 떠올리게 된다. 백악관과 의사당, 대법원 등 권력 핵심부 건물의 양식은 대부분 로마풍이다. 건국 주역 중 한명인 토머스 제퍼슨이 의사당과 백악관을 지을 때 로마를 모델로 삼은 결과다. 의사당이 위치한 ‘캐피틀힐’이라는 이름도 로마 신전이 있는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따왔다. 주권재민과 자유라는 건국 세대가 추구한 정치적 이상을 드러내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로마가 남긴 유산에는 공화정의 이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서 공화정이 무너져간 역사도 있다.

제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해 1월20일 의사당 로턴다 홀에서 헌법 준수를 엄숙히 선서했다. 그러나 그는 그 헌법 정신을 거스르며 공화국을 사실상 1인 지배 체제로 몰아가고 있다. 유럽 전제정의 폐해를 겪고 신대륙으로 건너간 건국 세대는 바로 이런 사태를 막고자 견제와 균형을 공화국 유지의 핵심 장치로 설계했다. 권력이 한 인물에게 쏠리면 그의 야망과 탐욕만으로도 공화정이 무너질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건국 주역 중 한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헌법 제정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대담하고 폭력적인 자들, 거친 욕망과 지칠 줄 모르는 사리사욕으로 움직이는 자들”의 자리다툼이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그런 자들 눈앞에 명예의 자리이면서 동시에 이익의 자리인 관직을 내보이면 그들은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온 세상을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으로부터 꼭 250년이 된 올해, 민주주의 250년의 역사가 희대의 선동가 한 사람 앞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2780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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