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세계화의 물꼬 튼 '해의만(海義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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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대륙붕 에너지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 미국기업들이 러시아와 일본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건설하기로 한게 벌써 26년 전이다. 당시 1999년,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합작사를 설립해 송유관의 노선을 결정하고 타당성 조사보고서를 작성했다. 미일 합작사는 고정 자본의 절반을 일본 국영 소데코가, 나머지는 이토추와 마루베니가 각각 출자하기로 했었다. 송유관 설계를 위한 연구비용의 3분의 1은 미국 엑슨모빌이 부담했다. 이들 기업들이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작업을 추진하는 지역은 사할린 대륙붕의 북동 구역이며 사업명은 사할린 제1 프로젝트로 정했다. 사실 이는 러시아가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동북아시아에서의 그 영향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종의 러시아 자원 약탈 사업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삼성중공업 기술로 건설된 룬스코예 A (Лунское A) 해양 플렛폼,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여기에 러시아는 어느 정도 달러를 받고, 송유관 설치를 합의한 것인데 이 송유관은 유전 시발지로부터 사할린 남부의 코르사코프(Корсаков) 시(市), 일본 홋카이도를 거쳐 도쿄 부근 이바라키 현 카시마 시로 연결되는 것으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거의 헐값을 받고 넘겨준 셈이었다. 당시 러시아 경제는 1998년 모라토리움을 선언했을 정도로 바닥의 정점을 찍고 있던 때라, 그마저의 달러도 아쉬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사할린 1 프로젝트 유전 지역의 원유 매장량은 25억 배럴, 천연가스는 15조 입방피트로 추정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이 이를 공동 개발하여 원유를 발굴하면서 러시아 자원을 쓸어갔지만 결국,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미국의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액슨모빌은 러시아 가스프롬에게 사할린 1 유전 지대를 팔아 치우게 되었다.
미국의 마라톤 사와 일본의 미쓰이, 미쓰비시는 사할린 대륙붕 근처에서 사할린 2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마라톤 사가 빠지고 미쓰이, 미쓰비시만 공동으로 사할린 2 유전 개발에 나서게 되어 오늘에 이른다. 사할린 2 프로젝트는 사할린 주 북동쪽 해상에 있는 룬스코예(Лунское) 가스전 등에서 LNG와 원유를 생산하는 사업을 말한다. 참고로 '룬스코예 A'로 명명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 플랫폼을 우리 삼성중공업이 수주하여 건설한 바 있다. 룬스코예 A 플랫폼은 높이만 약 33층 빌딩과 비슷한 100m에 달하며, 가로 75m, 세로 126m의 크기를 자랑하며 가스전의 원유와 가스를 해상에서 운송하기 위한 설비이다. 이 거대한 플렛폼을 지은 우리 기술을 러시아에서 인정 받아 이후에도 각종 건설 및 사할린 내 인프라 확충 사업을 제안 받게 된다.
또한 일본이 러시아에 어느 정도 엔화를 주고 유전을 운영 중에 있지만 2020년대 들어 미쓰이와 미쓰비시는 프로젝트 지분을 각각 12.5%, 10%로 유지하고 프로젝트 최대 지분 소유주가 가스프롬으로 바뀌면서 서서히 일본 기업이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고,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맹목적으로 지원하여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일본의 사할린 2 프로젝트는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게다가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쿠릴열도 남부 4개 도서에 관련한 영유권 주장을 하게 되면서 전쟁과 제재애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받던 일본 또한 비상에 걸리게 되었다. 사할린 2 가스전의 최대주주인 가스프롬이 다른 러시아 에너지 회사들을 끌어들여 미쓰이와 미쓰비시의 지분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이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에너지 안보 차원의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면서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만약 일본이 이곳을 잃게 된다면 막대한 비용을 미국에 주고 LNG 액화가스를 사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인 손실과 리스크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사할린 프로젝트 일본 기업에 달러 대신 위안화로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압박을 시작했다. 그리고 대규모 보수 및 점검을 이유로 생산 정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의 에너지 안보와 계속 하락 중인 일본 경제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사할린 가스전 프로젝트만은 사수해야 한다. 지금 중국과 대만 유사시 문제로 첨예하게 맞서고 한국과는 독도 문제로 강하게 맞설 수 있어도 러시아에게만큼 적당히 하고 있다.
다카이치조차도 사할린은 일본 경제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지난 경주 APEC 이전의 미국과의 회담에서 러시아로부터 원유 및 가스 수급을 자제해 달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한 이유다. 에너지 문제는 현재 중국과는 다른 문제의 현안이기에, 일본은 러시아에 저강도, 중국과 한국에는 고강도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또한 일본을 서서히 고강도로 누르려 하고 있다. 이제 곧 겨울이고, 일본은 러시아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따스해지는 내년 3월이 되면 그조차도 어찌될지 모른다. 그 때되면 일본 또한 이미 다른 대안을 찾아 놓지 않았을까? 러시아와 북방 영토 문제 때문에 현 중국과의 대립처럼 고강도로 나오게 된다면 그때는 다른 대안을 이미 찾아 놓았다는 신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