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라틴아메리카에서 중요한 칠레 대통령 선거와 총선
  • 알렉세이정
  • 등록 2026-04-12 15:06:45

현재 라틴아메리카 칠레에서 총선과 대선이 진행 중이다. 지난 칠레의 대통령은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로 좌파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4년 전 대선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나타난 경기 침체와 전임인 세바스티안 피녜라(Sebastián Piñera)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인 피로가 가중되었고, 대규모 청년층의 정치 참여가 맞물려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가 돌풍을 일으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시 보리치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 젠더 개혁, 소외 계층의 기본 생활 보장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칠레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가부장적인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칠레 내의 빈부격차를 줄이고, 심화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면서 청년 실업율을 줄이는 일이었다. 2019년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에 경제적, 사회적 변화 요구가 칠레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보리치는 젊은 진보 정치인으로 기대를 모았다. 보리치는 1986년 생으로 나이도 젊고 가능성이 무한한 정치인으로 인식되었었다. 

칠레의 대통령 선거, 출처 : Panel Ciudadano


그러나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2023년부터 보리치 정권을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보리치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해 다수의 조사에서 20%대 후반까자 떨어졌으며, 어떤 조사에서는 20% 초반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그리고 부정평가는 60%를 넘겼고, 초기 핵심 지지층으로 나타났던 Z세대, 도시 중산층, 고학력층까지 모두 보리치 정권에 등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인플레이션 해결에 실패했고, 칠레 원주민과의 갈등을 심화시켰으며 장관들의 부패가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미흡한 조치가 국민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지연, 치안 악화, 개혁 과제의 난항 등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은데 특히 칠레 내 극심한 빈부격차와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난의 빈도가 높아가는 서민들에게 한 라디오에서 인터뷰 하기를 "칠레 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 문제가 정부의 직접적인 이체(현금성 지원)만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빵이 내일의 배고픔이 되기 때문입니다.(No podemos esperar que la desigualdad estructural de la sociedad chilena se resuelva únicamente mediante transferencias directas del gobierno (asistencia económica). El pan de hoy se convierte en el hambre de mañana.)"라고 언급하여 논란을 불을 붙였다.


2022년 국민투표에서 보리치 정부와 좌파가 주도해 작성한 새로운 헌법 초안은 62% 가까운 반대로 인해 부결되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보리치 정부의 정치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 정의, 인권, 환경, 페미니즘에 집중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좌파 대통령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주요 산업과 여러 부문의 사회화를 지지하고 있는 인물로 영국의 의료보험과 같은 보편적 공공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비롯해 칠레 최대의 산업인 광산업에 대해 정부의 관리를 강화했다. 특히 리튬 추출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을 장려했지만 국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그의 이러한 정치적인 행보는 진보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는 정권 전체에 대한 신뢰성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옆의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정권과 사뭇 대조적인 정책으로 인해 사실상 사회주의 정치성향이 지배하고 있는 칠레로써는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후 정부는 진보적 개헌 논의를 사실상 중단하고 온건 및 중도 성향의 내각으로 재편했지만, 이는 오히려 진보층의 표심 이탈로 이어졌다.  


보리치가 집권하고 있을 시기의 의회 환경 역시 보리치가 일을 하는데 있어 쉽지 않았던 것이 당시 칠레 의회는 상원에서 보수 야권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특히 보리치 정부가 추진한 GDP 3.6% 규모의 조세 개혁 안의 경우, 상원에서 모두 제동이 걸려 입법화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 정책에 있어서 주당 노동시간을 4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등 성과를 남겼고 이는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공약한 40시간 근무제를 이룬 셈이 되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보리치가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특히 지대했다는 것이다. 보리치는 열렬한 페미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기업에 대해 노동이사제와 여성 이사 할당제를 지지했고, 낙태권 지지, 여성부 강화, 차별적이지 않은 성교육 실시,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통합적 법률 제정, 돌봄노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 여성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을 공약했으며 이는 대선 결선에서 20대 여성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성소수자와 관련해서는 제3의 성을 법적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칠레의 경기가 이전의 피녜라 정권보다 훨씬 더 최악으로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 피녜라 정권이 대규모 현금지원을 하는 바람에 그 여파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폭등했다. 


따라서 칠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1.25%까지 올리는 초강력 긴축 정책을 단행했다. 물가 상승률은 4%대로 유지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고금리와 긴축 재정은 성장세를 크게 둔화시키면서 팬데믹이 지나 어느 정도 올라왔던 경제력이 다시 급속히 추락했다. 2021년 11%에 이르던 성장률은 급속히 떨어졌고, 이는 민심 이반으로 직결되었다. 특히 경제보다 여성을 비롯한 성 관련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칠레 국민들의 지지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보리치 최측근 장관의 비리 의혹까지 겹치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고착됐다. 게다가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 1908~1973) 전 대통령의 생가를 매입해 박물관으로 만들려고 시행했지만 매입과정에서 생긴 부패 문제로 인해 장관 9명이 통째로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정국 혼란을 더 부추긴 것은 이민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남미 인근 국가들, 페루나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정치 및 경제 불안이 겹쳐 칠레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이 늘어났으며 이와 같은 과정에서 불법 이민과 관련된 치안 문제로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특히 콜롬비아 일대에서 구스타보 정권이 마약 카르텔들에 대한 전쟁을 포고한 이후,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들은 칠레로 상당수 이주한 상태다. 


보리치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치안 예산을 증액했지만 범죄 집단과 치안 문제에 대해 매우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혹평이 잇달으면서 이민 정책에 대한 강경화를 주장하는 우파 세력이 반사 이익을 얻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이민 문제는 2025년 대선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게 된 것이고, 여기에 범죄와 치안, 실업 문제 등과 연결되면서 사회적 불안 상태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이 때 꾸준히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인물이 우파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이다. 그는 피노체트 정권의 부활을 꿈꾸던, 피노체트의 엄연한 후계자임으로 자처하는 인물로 "칠레의 트럼프"라고 부른다. 카스트는 4년 전 대선에서 보리치를 상대로 최종결선까지 갔던 후보다. 그가 이끄는 공화당은 불만 여론을 흡수하며 빠르게 세력을 확장해갔다. 우선 2023년 5월 치러진 제2차 제헌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은 약 34%의 득표와 23석을 확보해 제1 야당이 되었고, 칠레 우파 진영 전체 의석의 과반을 차지했다. 카스트는 이를 인기 없는 보리치 정권을 규탄하는 국민들의 뜻이라 해석하여 2025년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야권의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 동시에 독립민주연합(Unión Demócrata Independiente)의 에벨린 마테이(Evelyn Matthei) 역시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우파의 또 다른 중심 축으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칠레의 헌법상 대통령직 연임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2025년 대통령 선거에는 보리치 정권 내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히아네트 하라(Jeannette Jara)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고 보리치는 퇴임을 앞두게 되었다. 이어 지난 주, 11월 16일 1차 선거에서 히아네트 하라가 26.85%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카스트 또한 23.92%의 득표율을 보이며 접전을 기록했기 때문에 2차 투표로 넘어가게 되었고, 12월 14일에 최종 2차 대선이 이어진다. 칠레 공산당(Partido Comunista de Chile) 소속인 히아네트 하라는 예상 밖의 선전을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지만 2위부터 5위까지 모두 우파 후보들이고, 이 4명이 전부 두 자리수를 득표해 아직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 특히 우파들을 나누어 지지했던 표심들이 2차 대선에서 카스트 후보로 집중하여 모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극우 성향으로 4위 요하네스 카이저(Johannes Kaiser) 후보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낙선했고, 5위를 차지한 에벨린 마테이 후보도 낙선 확정 이후 2차 대선에서 카스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연달아 밝히면서 히아네트 하라는 매우 불리한 상태에 있다. 


지금 같은 상황으로 별다른 스캔들이 터지지 않은 이상 안토니오 카스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이며 카스트는 스스로 BRICS 가입을 공언했던만큼 칠레는 이전 사회주의 정권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안토니오 카스트가 대통령이 되어 브라질, 인도, 중국, 러시아, 남아공 등의 동의를 얻어 BRICS에 가입하게 된다면 BRICS 가입을 철회한 아르헨티나의 경우, 고립 상태에 빠지게 된다. 남미의 경우, 브라질과 칠레가 남미 경제를 끌고 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밀레이 정부의 입장에서는 히아네트 하라(Jeannette Jara)가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라고 있다. 칠레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남미의 정치, 경제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문제는 안토니오 카스트의 치명적인 문제는 부친인 미하엘 카스트(Michael Kast)가 나치 장교 출신이라는 것에 있는데 이는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그가 나치 출신이든 뭐든, 칠레 경제가 그의 손에 부활될 수 있다면 출신 성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칠레 현지의 반응이라 한다. 12월 14일에 있을 2차 대선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0
유니세프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