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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러시아 여성 관련, 전통 신앙적인 부분과 크리스마스 결혼 시즌
  • 알렉세이정
  • 등록 2026-04-13 18:20:14

중세 슬라브 여인들의 미(美)적인 부분에서 추가되어야 할 부분은 머리카락이다. 중세 러시아에서는 머리카락을 ‘코스미(Kосмы)’라고 불렀다. 머리카락을 우주(Kосмос)와의 소통을 돕는 일종의 안테나로 여겼기 떄문인데 이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족들도 안테카라고 하여 사슴 뿔이 우주와의 소통을 돕는 안테나로 여긴 것과 같은 이치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는 여자와 남자 모두 머리를 길렀다고 전한다. 러시아의 처녀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길게 땋고 다녔으며 그것은 단순한 헤어스타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슬라브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공간에 3개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첫 번째는 영혼의 세계, 꿈과 사고인식의 세계(Hавь, 과거)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 세계는 무의식의 공간으로 정교회가 들어오기 전에는 샤머니즘에 접신하여 무의식의 공간에 들어가면 신과 조상들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 

러시아의 전통 결혼식,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그러나 정교회가 들어오면서 그 세계는 하나님과 통하는 세계로 바뀌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 감각기관인 5감으로 인지하는 세계(Явь, 현재)를 말한다. 두 번째 세계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현실을 말하며 현실에서의 삶과 고통 모두를 가질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여겼다. 세 번째는 신들의 세계(Правь, 미래)이다. 이 세계는 슬라브족이 샤머니즘을 믿던 시절에 페룬, 호릇, 다지보그 등의 천상 신들이 지배하여 인간 세상을 영향을 줬다면 정교회가 들어왔을 때는 예수와 성모마리아 등을 비롯한 천사들이 살고 있는 또 다른 세계를 의미했다. 슬라브의 여자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세 갈래로 머리를 땋아주었는데 이것은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세계의 통합을 상징했다. 땋은 머리채가 등을 따라 가지런히 놓이면 우주의 기운이 머리카락을 통해 척추로 들어가 장차 어머니가 되었을 때 역할에 필요할 생명력을 몸과 영혼에 불어넣어준다고 믿었다. 


건강하고 긴 머리카락은 수많은 러시아 동화에서 여성의 아주 중요한 덕목으로 나오고 있다. 동화에 나오는 미녀들은 대개 발뒤꿈치까지 머리를 기르고 있다. 땋은 머리채의 폭은 손바닥만큼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미용실에서 할 수 있는 머리카락 이어 붙이기와 같은 기술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풍성한 머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처자들은 땋은 머리에 말총 가닥을 엮어 넣기도 했다. 땋은 머리를 보면 그 집안에 대해 많은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만약에 젊은 여자가 머리를 하나로 땋았다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한다. 만약 머리에 리본을 묶었다면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고 잠재적인 신랑감들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라 보면 된다. 리본이 만약에 두 개라면 이미 신랑감이 정해져 양가 부모님의 축복을 받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결혼 후에 여자는 머리를 양 갈래로 땋는데 자신과 미래의 아기 두 사람 몫의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왕관처럼 머리 위로 올려 남의 시선으로부터 머리카락을 가려주는 머릿수건으로 고정했다. 여자에게서 머릿수건을 빼앗는 것은 여성으로써 그 정체성과 자존감을 잃는 최악의 모욕으로 여겨졌다. 여기서 나온 표현이 ‘Oпростоволоситься (아프로스또발라시쨔). 즉 모자 및 머릿수건을 벗다, 머리를 드러내다, 웃음거리가 된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는 여성의 자존감이 없어져 남에게 모욕을 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Oпозориться (아빠조리쨔), 불명예스러움을 의미하며 자기 이름을 더럽히고 망신당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루스 지역에서는 성탄절과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특별히 신비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시기와 관련된 관습과 전통들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고대 슬라브 신앙에도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러시아의 정교는 구력인 율리우스력으로 성탄절을 지낸다. 율리우스력의 날짜는 신력인 그레고리력보다 대략 2주 정도 늦다. 그래서 성탄절도 유럽처럼 12월 25일이 아니라 1월 7일인 이유다. 다음 해를 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 교회가 엄격하게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슬라브 옛 전통에 따라 운세를 보러 갔다. 1년 중 가장 밤이 긴 날인 12월 21일 동지에 이와 같은 운세를 많이 보는데 이와 유사하게 슬라브 민간 신앙에 의하면 특별히 이날 힘이 거대해진 잡신들이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사방군데 돌아다닌다고 믿었으며 이를 두려워 했다.


이 때 가장 많이 점을 치는 도구가 밀초였다. 물이 담긴 그릇에 녹인 밀랍을 붓거나 그냥 촛불을 기울여 촛농이 떨어지도록 하면서 점괘를 보았다. 물에 여러 가지 묘한 형상들이 형성되면 그 모양을 보고 미래를 예측했다. 예를들어 크게 한 덩어리로 형상이 만들어지지 않고 작은 방울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은 징조라고 여겼다. 이는 다음 해에 금전운이 따른다는 의미였다. 사과를 닮은 형상이 만들어지면 건강하고 지혜로운 생활을 할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러시아인의 조상들인 슬라브족이 가장 독창성을 발휘했던 분야는 운명이 맺어준 신랑을 알아 맞히는 점괘였다. 성탄절이라는 축일은 기독교적인 형태를 띄고 있지만 슬라브 민속 신앙에 의하면 40일의 금식 기간이 끝나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금식 기간에는 결혼식도 금지되었기 때문에 성탄절이 지나면 교회에서는 ‘결혼 시즌’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미래의 신랑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지 않으면 오히려 점괘는 제 역할을 못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특히 단화로 보는 결혼 점의 인기가 가장 높았는데 이는 길 밖으로 던진 단화의 앞 부분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보고 어느 방향으로 시집을 가게 될 것인지를 예언했다 한다. 그런데 여성이 용기를 내서 봐야 할 정도로 무서운 점술도 있었다. 이것이 거울 점이다. 이 점을 치려면 여성은 밤에 어둠 속에서 거울 두 개를 사이에 두고 앉아야 했다. 그런 다음 촛불을 켜고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운명의 짝, 숙명의 짝, 나타나라는 내용의 언사를 세 번 반복해 외쳐야 한다. 


그리고 여성이 신랑의 얼굴을 보게 되는 즉시 저리 가!를 외쳐야 했다. 그러면 미래 신랑의 얼굴을 하고 나타났던 귀신이 사라진다고 믿고 있다. 이와 같이 슬라브족 전통 관습 외에도 성탄절은 기독교 전통으로도 가득 찬 축일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러시아의 8월과 10월은 결혼의 달이다. 대다수 예비 신랑 신부들이 결혼식과 신혼 여행에 엄청난 돈을 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평생 기억에 남도록 럭셔리하고 보기 좋은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보기 좋은 결혼식이 러시아의 옛 전통에 따른 것인 반면 럭셔리한 결혼식은 서유럽에서 들여온 유행이 그러하다. 러시아 전통 혼례 의식에는 중매 - 상견례 - 약혼식 - 처녀 파티와 총각 파티 - 결혼식 마차 - 신부 데려오기 - 교회 결혼식 - 동네 돌기 - 결혼 피로연 같은 절차가 포함된다. 


현대의 러시아에서 옛 풍습을 곧이곧대로 지키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21세기의 신혼부부는 과거의 전통에서 결혼 피로연과 약혼식, 정교회 형식의 결혼식을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의 개성으로 승화해가고 있다. 러시아의 전통 결혼식 자체는 여러 날에 걸쳐 치러지는 행사였다. 첫날 신랑은 보통 신부집으로 지참금으로 예물(приданое)을 실어왔고 그 후 결혼 피로연이 벌어졌다. 몇 시간 동안 계속되는 '신부 데려오기(выкуп)' 의식 과정에서 신랑은 갖가지 시험과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옷을 바꿔 입은 여자들 사이에서 신랑에게 신부를 알아맞추도록 하는 등의 놀이 같은 것도 있었다. 신부 데려오기 의식이 끝나면 신랑과 신부는 각자 따로 중매쟁이 등을 태운 마차(свадебный поезд)를 타고 교회로 가 결혼식(венчание)을 올렸다. 


혼례 둘째 날엔 양가 부모를 위한 음식을 마련하고, 노래를 부르고, 혼례를 축하하는 의미로 마을과 근교의 주요 장소를 방문하면서 의식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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