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러시아의 크리스마스 트리 욜카(Ёлка)와 러시아 성탄절의 역사
  • 알렉세이정
  • 등록 2026-04-13 20:48:24

러시아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욜카(Ёлка)라고 부른다. 욜카(Ёлка)는 보통의 트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나무'라는 뜻의 러시아어로 불려지고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트리를 욜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1920년대 말 러시아에서 성탄절은 종교를 부정하는 소련 공산주의 볼셰비키 체제의 종교 금지 정책 때문에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성탄절을 지내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35년에 성탄절은 이미 다른 겨울 명절인 설날, 즉 마슬레니쨔로 대체되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 인근의 크리스마스 마켓의 트리,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이 때 특별한 고민 없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욜카라는 이름의 새해맞이의 상징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그때부터 욜카는 러시아의 겨울을 상징하게 되었고 그 꼭대기를 장식하는 별은 베들레헴의 예수 탄생 별에서 크레믈린의 붉은 별과 똑같이 닮은 소비에트식 볼셰비키 붉은 별로 바뀌었다. 소비에트 정부는 대중들의 불만을 억누르고자 전통 문화보다는 급조된 서구식 문화를 전파하려 했는데, 그 영향으로 가족끼리 기념하던 신년 맞이는 사회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문화회관이나 광장에서 인민 행사를 열면서 서커스를 공연했다. 아이들은 체육관이나 유치원, 혹은 군부대에 불려 들어가 신년맞이 공연인 ‘욜카’라는 공연을 보여줬다. 


아이들은 분장한 배우들이 나오는 무대를 관람하고 다양한 경연대회에 참가했고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대신 군인 아저씨들이 주는 선물을 받았다. 이와 같은 ‘욜카’ 공연으로 인해 신년맞이는 즐거울 일이 거의 없었던 소비에트 시절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념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 러시아 겨울 도시 풍경을 보면, 각 도시의 중앙 광장이나 큰 쇼핑센터에 알록달록한 전등으로 장식된 거대한 트리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성탄절에 이처럼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는 것은 러시아 고유의 풍습은 아니었다. 러시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도입된 유래는 독일 풍습을 따라 성탄절에 각 가정마다 전나무를 세우도록 명령한 표트르 대제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풍습이 러시아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 예카테리나 여제 시기였다. 당시 페테르부르크에 살고 있던 독일인들은 성탄절에 트리를 장식했는데 이러한 풍습이 러시아 귀족들 사이에 퍼져나간 것이다. 18세기 러시아 귀족들이 유럽 문화를 적극 수용, 향유하는 코스모폴리탄적 특성을 띠었던 점을 고려하면, 크리스마스 트리는 귀족들 사이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유럽 문화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어로 욜카라고 부르는 전나무를 세우는 풍습이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퍼져나간 것은 19세기 말엽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 같이 소련은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해서 적극적으로 무신론을 옹호하고 러시아 정교회를 탄압하고 대부분의 교회를 폐쇄했다. 따라서 성탄절을 축하하는 욜카, 즉 트리를 세우는 것은 용납될 수 없었다. 그러나 욜카의 풍습이 워낙 강하다 보니 욜카의 종교적 의미는 배제한 채 신년 축하용으로 욜카를 세우는 것이 허용되었다.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현대 러시아가 태동한 상태에서 욜카는 성탄절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용도라기보다 신년 축하 용도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0
유니세프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