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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의 이란 진격, 트럼프는 쿠르드족에게 무슨 딜(Deal)을 제시했나?
  • 알렉세이정
  • 등록 2026-04-15 20:55:59

- 이스라엘과 미국,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의 역사


나는 2년 전, 터키 디야르바크르에서 쿠르드족과 쿠르디스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디야르바크르의 분위기는 반(反) 터키 정서가 대단했다. 이 지역은 쿠르디스탄의 영토로 수도는 디야르바크르이고 쿠르디스탄의 영토는 북부 쿠르디스탄, 이라크 쿠르디스탄, 시리아 로자바 쿠르디스탄, 이란-이라크 후제스탄 쿠르디스탄으로 나뉘어져 있다. 디야르바크르는 북부 쿠르디스탄에 속해 있다. 디야르바크르를 걸어보면 중심대로인 가지 대로를 보면 이스라엘 국기가 바닥에 새겨져 있다. 보통 국기라면 어딘가에 내걸거나 하는 것이 원칙인데 바닥에 새겨져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는 밟고 가라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한 나라의 상징인 국기 모형이 이렇게 일반인들에게 지저분하게 밟히는 것은 해당 국가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 없다. 그 대신 팔레스타인 국기는 도처에서 팔고 있는데 이스라엘 국기처럼 바닥에 새기지는 않는다. 이는 당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격화되던 시기였고, 대다수의 무슬림들이 팔레스타인 응원 집회와 반(反) 이스라엘 규탄 집회가 홍수를 이루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터키 쿠르디스탄의 수도 디야르바크르 가지 거리 바닥에 붙어 있는 이스라엘 국기, 출처 : 필자의 직접 촬영


그래서 나는 당시 이스라엘에 대한 쿠르드족의 감정이 어떤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10명에서 7명은 매우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스라엘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들은 "배신자(Betrayer)" 라는 것이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그 다음이다. 모두들 쿠르드족이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은 자들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런 쿠르드족은 현재 이스라엘을 증오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과거엔 친(親) 이스라엘, 우태인을 좋아한 민족이었다. 그들은 아랍인도 아니고, 페르시안도 아니다. 물론 넓게 보면 인도-이란계 민족이지만 그래도 현 이란과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유태인처럼 가장 오랜 기간 디아스포라를 겪었고, 그 디아스포라가 현재진행형인 민족이다. 그러한 동질성이 유태인과 가깝게 만들었다. 1931년 유태인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의 한 인물이 쿠르디스탄에 잠입했다. 그는 현 팔레스타인 땅에 유태인들을 들어가게 하여 이스라엘 건국의 준비를 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는 당시 디야르바크르를 방문해 쿠르드족을 비롯한 그곳의 비 아랍권 세력들, 이란 및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인들과 접촉하여 앞으로 있을 이스라엘 건국을 위한 장기적 비전을 구축하려 했다. 


그는 쿠르드족에게 미국과 영국 및 서방 국가들이 유태인들을 중심으로 한 국가를 건국할 것이니 이 건국을 지지해주고 또한 지원해 준다면 쿠르드족이 터키 공화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며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라크와 아르메니아 일대에 살고 있는 유태인들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통로가 되어 달라고 요청했고 이와 같은 모사드 요원의 제안에 쿠르드족은 받아들이게 된다. 그 모사드 요원이 바로 모사드 정보기관의 창립 국장인 레우벤 실로아흐(ראובן שילוח)이다. 이 때부터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만들어지는데 쿠르드족이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었을 당시 이라크의 유태인들은 이란 왕정과 이스라엘 정부, 쿠르드족의 도움을 받으며 쿠르디스탄 지역을 통과하는 조건으로 이라크를 탈출했다. 한편 쿠르드족은 이 기간 동안 터키 내에서 소요 사태를 일으켜 터키의 관심을 소요 사태로 향하게 하고는 이스라엘 건국에 대해 큰 관심을 쏟지 않게 유도하여 간접적으로 돕기도 했다. 


쿠르드족은 17년이 지난 상황에도 이스라엘의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따라서 비(非) 아랍권 국가 중 하나였던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또 다른 비(非) 아랍권인 쿠르드족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1958년부터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쿠르드족 무장단체 페쉬메르가를 1970년대까지 지원하기도 했다. 1963년부터 1973년까지 이스라엘군은 쿠르디스탄 지역으로 파병하여 병원을 지어주기도 했고 식량과 무기도 지원하면서 그들의 무장 독립 투쟁을 도왔지만 이스라엘은 쿠르디스탄 독립을 끝까지 돕지 않았다. 무장 독립 투쟁에 식량과 무기 지원하며 돕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으로는 그들의 독립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쿠르드족은 터키와 이라크를 대신 싸워 주면서 이들 국가들의 국력을 낭비하게 만드는 존재로 이용했던 것이다. 1975년에는 이란(팔라비 왕조)-이스라엘-쿠르드가 삼각 동맹을 맺어 이라크를 견제하여 중동 국가들을 상호 간의 혼란에 빠지도록 했다. 이후 이란에서는 이란 이슬람 혁명이 나타나 제정이 폐지되고 새로운 신정 정부는 반미와 반 서방, 반 이스라엘주의를 내세우며 이들 동맹에서 이란은 제외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쿠르드의 동맹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이 때 호메이니의 탄압을 받던 일부 쿠르드족은 이스라엘로 망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적 이유로 인해 이스라엘과 다수의 쿠르드인들은 서로 협력적인 관계가 되었고, 중동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아랍인들과 이란인들, 이슬람 세계 전체에서 보이콧 운동이 일어났을 때에도 이라크 쿠르디스탄에서는 반 이스라엘 보이콧활동이 적었으며 터키 영내인 북부 쿠르디스탄에는 이스라엘을 더욱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등, 오히려 이들은 이스라엘에서 만든 제품들을 적극 이용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쿠르드족이 고마운 존재였고 중동에 완전히 자리 잡는데 있어 큰 이득을 준 민족이었다. 쿠르드족은 이스라엘의 적대국에서 각종 소요사태를 일으켜 이스라엘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그와 같은 혼란 기간 동안 중동과 연이은 전쟁에서 소모되었던 국력을 쿠르드족이 소요사태를 일으켜 다른 중동 국가들의 주목을 받는 사이에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쿠르디스탄의 독립 국가 승인에 있어서는 매우 미온적으로 나왔다. 


이스라엘은 쿠르드족과 약속을 지키지 않지만 그동안 많은 소요사태를 일으켰기에 주변 중동 국가들에게 있어 미운 털이 박혔고 쿠르드족은 어쩔 수 없이 이스라엘에게 독립을 승인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했다. 이미 쿠르드족은 이스라엘과 공동 운명체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2000년대에는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 요원 수백 명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지역과 이란, 시리아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면서 쿠르드족 특수 부대원들을 훈련시키며 중동과 이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미국-이라크 전쟁에서 결국 이라크 대통령인 사담 후세인이 타도되고 임시 정부가 만들어졌을 때, 이스라엘은 시아파 민병대를 견제하는 세력으로 쿠르드족 특수부대를 활용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아울러 이란 영토 내에 이스라엘 첩보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지를 만들려 했고 이 과정에서 후제스탄의 쿠르드족의 도움이 필요했다. 따라서 후제스탄의 쿠르드족들이 적극적으로 돕게 되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타도 되었을 때, 최소한 이라크 쿠르디스탄의 독립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 측에서 쿠르드족의 독립을 거부했다. 쿠르드족은 또 다시 배신을 당하며 독립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그와 같은 미국을 전혀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미국에게 쿠르디스탄 독립을 반대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쿠르드족을 독립시켜 주겠다는 운을 띄워주면서 이라크 내 수니ㆍ시아파와의 갈등 및 이란을 견제하는 효과까지 한꺼번에 노리고 있었다. 이와 같이 쿠르드족을 이용한 이스라엘의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2017년 이라크 쿠르디스탄 독립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성명이었다. 그리고 2019년 터키가 본격적으로 쿠르디스탄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본인의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쿠르드 지역에 대한 터키의 침략을 규탄하고 터키와 그 대리인들의 쿠르드족 인종청소에 경고한다(Israel condemns Turkish aggression against Kurdish areas in Syria and warns of ethnic cleansing of Kurds by Turkey and its proxies)."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용감한 쿠르드족에게 인도주의적 도움을 줄 준비가 됐다(Israel is ready to provide humanitarian assistance to brave Kurds)고 했다. 


이는 쿠르드족 입장에서 볼 때 이스라엘의 행위가 매우 가증스러운 것이었다. 쿠르드족이 원하는 것은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으로부터 완전한 쿠르디스탄 공화국을 설립하고 독립하는 일이었는데 독립 승인을 거절 및 반대하면서 투쟁은 돕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네타냐후가 말한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은 사탕발림식의 이야기나 마찬가지였고, 쿠르드족이 정작 원한 것은 독립과 정부 수립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쿠르드족 독립과 쿠르디스탄 공화국 건설에 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쿠르디스탄으로 인해 중동에서 새로운 소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경계했다. 따라서 터키군이 그동안 쿠르드군을 지속적으로 공격한 것은 사실상 미국 정부의 묵인 아래 진행되었던 것이라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고민이 컸다. 당시 쿠르드족은 시리아에서 미군을 도와 IS 격파에 나서서 실제 이들 토벌에 공을 세우고 막대한 인원이 전사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이 시리아 철군을 결정하면서 터키군의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작전에 불개입을 선언하게 되었다.


이는 쿠르드족이 미국과 기타 서방 국가, 이스라엘 등에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다는 뜻이었다. 당시 AFP통신은 "미국 지도자의 쿠르드족 포기는 이스라엘에 깊은 우려를 초래했다"고 분석했을 정도였으니 이스라엘 또한 상당한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스라엘은 미국의 손을 들어주며 또 다시 쿠르드족을 배신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2019년 하반기에 유태인들은 2000년 동안 박해와 추방으로 고통받았다며 이스라엘에는 쿠르드족 출신 유태인들이 많고 중동에서 온건하며 서방 친화적이라 주장하면서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쿠르드족에게 군사 · 경제적인 면 등에서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작 쿠르디스탄의 자치 독립은 인정하지 않았기에 그 모순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규탄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쿠르드족은 이스라엘을 증오하기 시작했고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벌어지자 적극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응원했다. 그리고 쿠르드 노동자당인 PKK조차도 이스라엘을 돕지 않을 것임을 선포했다. 쿠르드족을 이용하려고만 했던 이스라엘과 미국은 코웃음 치며 무시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트럼프는 이라크와 이란의 쿠르드 지도자들과 전화 통화를 했고 이란과의 전쟁 및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들을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이란과 이라크 국경 부근에 수천 명의 병력을 거느리고 후제스탄 일대를 근거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을 지상전으로 이용하려 한 것이다. 후제스탄 쿠르드 반군의 숫자는 불과 수천이지만 PKK나 로자바가 합류하면 수만으로 불어나기에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쿠르드족 지상작전을 시작했다는 속보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PKK나 로자바의 합류는 보이지 않는다. PKK나 로자바가 움직이면 터키와 알 줄라니의 시리아가 움직일 것이고, 그러면 더 복잡해지기에 PKK와 로자바는 작전에서 제외된 듯 보인다. 그러나 수천의 쿠르드족이 이란 정규군과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지 알 수 없고, 결국 이스라엘을 통한 미국의 지원이 어느 정도일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과 미국 또한 쿠르드족이 이란 정규군을 이길 수 있다고 보진 않지만 적어도 이란 군사력을 분산시키고 어느정도 지상군을 소모시키는 측면에서 기대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바라는 것은 쿠르드족이 최대한 혁명수비대의 군사력, 물자, 자원을 소모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후제스탄의 쿠르드족에게 트럼프가 어떤 딜을 제시했는지가 궁금하다. 아마 후제스탄과 북부 이란의 쿠르디스탄 국가 건설을 약속했을 것이 유력해 보이지만 이번에도 그 약속이 지켜질 지 미지수다. 이라크의 페슈메르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들이 움직여 중동 전선에 나섰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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