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8 〈기만〉
– 내부의 부패와 외부의 적: 인간 사회의 자기기만에 대하여 –
인간 사회를 관찰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하나의 경향을 조심스럽게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내부에 존재하는 문제와 부패,
그리고 스스로 직면하기 어려운 결함을
정면으로 응시하기보다,
외부에 적을 설정하거나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문제를 왜곡하는 태도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삶에서부터
국가와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반복되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부당함과 부패를
온전히 직시하는 일을 어려워하는 존재일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불편한 진실을 감추거나 정당화하기 위해
외부의 위협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외부의 적을 구성하는 방식이 선택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양상은
역사적 사례에서도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일본의 전국시대 말기,
장기간의 내전과 혼란을 거쳐
권력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났던 사례가 있습니다.
내부의 긴장과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로의 군사적 팽창이 선택되었고,
그 과정에서 조선이 침략의 대상이 되었던 사건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례를 특정 국가의 선택으로만 한정하기보다,
내부 문제와 외부로 향하는 힘 사이의 관계를
성찰할 수 있는 하나의 맥락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 국제정치에서도
유사한 해석이 제기되곤 합니다.
어떤 국가가 내부의 사회적 문제나 구조적 한계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 갈등이나 군사적 긴장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외부로 전환하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이러한 해석이 언제나 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내부 문제와 외부 갈등의 상호작용을 함께 검토하는 일은
중요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구조가 국가 단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발견됩니다.
인간은 때때로 자신의 부족함이나 부당함,
혹은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을 마주하기보다,
외부 환경이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해지기도 합니다.
이는 비난 이전에
인간이 지닌 두려움과 한계에서 비롯된
하나의 방어적 기제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기만의 방식이 반복될수록,
사회와 역사 속에서
갈등과 고통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적으로 덮는 구조는
일시적인 안정감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결국 더 큰 왜곡과 충돌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외부를 향한 비난 이전에
내부를 향한 성찰의 태도일 것입니다.
내부의 부패와 부당함을
정직하게 직시하는 일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러한 성찰 없이는
문제의 본질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율여백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문제는 단순한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조율되지 않은 내부 구조의 문제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외부를 조정하기 이전에
내부의 왜곡을 인식하고,
그 왜곡의 증폭을 억제하는
자가검열과 지속적 조율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외부의 적을 설정하는 행위는
때로는 내부의 균열을 가리는 여백처럼 작동하지만,
그 여백이 성찰이 아닌 은폐로 기능할 때
조율은 멈추고 왜곡은 확대됩니다.
따라서 개인과 사회가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부를 향한 시선 이전에
내부를 향한 정직한 응시가 필요합니다.
그 응시 위에서만
비로소 관계의 질은 개선될 수 있으며,
조율은 실제적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 글은 비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한계와 그로 인한 반복적 구조를
조심스럽게 성찰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그리고 그 성찰의 지속이야말로
개인과 사회, 나아가 문명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더 건전하게 이끌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조율여백, 이수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