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해 대학의 주변부 지식인들(강사들)의 삶이 피폐하다는 것은 아주 익숙한 사실이다. 그런데 <에세이철학회>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그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이 사이트의 정회원들은 연회비 5만원을 내야 하는데 그것 조차 없어서 힘들어하는 분들이 한 둘이 아니다. <에세이철학회>의 전문 칼럼니트 중에는 프랑스에서 출간된 브레이어의 <철학사> 번역을 끝내 놓고서도 출판할 곳을 찾지 못하는 분도 있다. 이 책의 번역 원고는 200자 원고지로 무려 16,000매에 해당할 만큼 방대하다. 책으로 출간하면 권당 500쪽 10권 정도 되는 분량이다.
이런 현실은 글쟁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안으로는 가난에 찌들어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그저 운명처럼 참고 견뎌야 할 것인가? 대학도 손을 놓고 있고, 국가도 손을 놓고 있다. 책이 안 팔리니 출판사들도 어쩔 수 없다. 한국의 지식 생태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져 버린 참혹한 현실 때문이다. 정치가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 상태로는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지금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진보를 표방하는 이 땅의 지식인들 조차 이런 비참한 현실은 외면한 체 허구헌 날 정치에 매달려 삽질을 반복하고 있다. 심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에세이철학회>를 만든 1차적인 목적은 이런 생태계 복원에 있다. 지식과 텍스트 생태계가 복원되지 않는다면 연구자들이나 글쟁이들 누구도 살아 남을 수 없다. 중견 출판사들도 굳이 국내 필자들을 데리고 모험하고 싶지 않으니까 비싼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고서도 외국의 유명 저자들 번역서들만 내고 있다. 한 마디로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이 고리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끊을래야 끊을 수 없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1980년 대 여러 학술단체들이 서로 힘을 합쳐 <학술단체 협의회>를 만들어 대처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런 단체들이 유명무실해져 경향으로 수백개의 전문 학회들로 흩어져 버렸다. 때문에 이들을 다시 규합해서 21세기 버젼의 네트웍(Network)을 형성하면 어떨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에세이철학회> www.essayphilosophy.com는 이런 네트웍을 형성할 수 있는 대단히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이일을 시도하고 있다. 다음 주 중 한국 사회 내에서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단체와 이런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약속했다. 제발 한국의 인문학자들, 철학자들이여. 페북에서 재밌게 노는 것도 좋지만 떠오르는 지식과 사상 플랫폼 <에세이철학회>도 둘러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