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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의 속담철학 1탄 :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
  • 타라고
  • 등록 2026-04-08 22:14:34
흔히 속담을 과거의 죽은 잠언 정도나 교훈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속담처럼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 것이 없고, 또 그것을 주관적 체험에 묶어 두지 않고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차원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속담은 '일상의 철학' 혹은 '에세이철학'이 가장 주목해야 할 소재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속담철학>은 단순히 철학 이론을 기숧하는 것이 아니라 속담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가지고 철학적 사유를 하고자 한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I.Kant가 말했듯, 철학은 '명사'(Philosophie)가 아니라 '동사'적 의미(philosopieren)로 받아들여한다. '이종철의 속담철학'은 바로 그런 정신을 구현해보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내가 내일 아침 일찍 심장 관련 검사를 갖기 위해 병원에 가야 한다. 그래서 보일러를 빵빵하게 튼 물로 샤워를 했다. 그동안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샤워도 자주 못했다. 오래 간만에 샤워를 하고 나니까 몸이 개운하다. 아내가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더니 데워진 물로 자기도 머리를 감아야 겠다고 한다. 새로 물을 데우려면 그만큼 가스가 많이 들어가겠지만, 이미 데운 물이니까 한 마디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엊는 격이다. 이런 상황에 딱 맞는 속담이 있다.




우리 속담에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는 표현이 있다. 예전 가난한 시절에는 떡을 보기도 힘들었고, 제사를 지내려면 정성 들인 음식이 필요했다. 그런데 마침 떡이 생기거나 떡을 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렇게 생긴 떡을 제사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사고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기회가 생겼을 때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물이 들어올 때 배를 띄우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적절한 조건과 상황이 생겼을 때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준비된 사람만이 할 수가 있다.



두번째는 떡과 제사라는 별개의 사건을 연결하는 융합적 사고이다. 사실 주관적 경험에 매몰된 사람들은 늘 자기 경험만 중시해서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는 모든 경험은 낱낱이 분리되어(discrete)되어 있을 뿐이다. 별개의 경험은 그들에게 독특한 인상(impression)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들의 인과적이고 보편적인 연관을 그들은 모른다. 데이비드 흄을 위시한 영국의 경험론자들이 이런 사고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주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생각하는 동양적 사고에서는 모든 사물이나 사건이 그것 자체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불교의 화엄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렇게 철학을 할 수가 있다. 눈이 있는 자만이 볼 수가 있다는 말처럼 우리가 어떻게 사물을 대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철학적 사유를 할 수가 있다. 속담은 그런 사유의 소재가 우리 일상 속에 있고, 또 그것이 얼마든지 보편화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철학은 결코 먼 나라 이야기나 특별한 인간들의 소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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