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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의 속담철학 2탄 : 백지장도 맛들면 낫다 -
  • 타라고
  • 등록 2026-04-08 22:15:53
현대 사회는 집단화, 조칙과, 체계화, 그리고 거대화되어 있어서 과연 여기서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소규모의 사회에서라면 개인이 힘을 발휘해도 금방 표가 난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의 인구는 대략 50만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면 서울의 1개 구민 정도도 되지 않는다. 이런 작은 공동체 사회에서는 자유로운 개인들, 능력자 개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개인들 역시 자신의 역할에 따른 인정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개인은 공동체의 목표에 맞추어 삶의 목표를 세울 수 있고, 공동체는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여기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분열을 생각하기 힘들다. 그래서 오랜 전 독일의 철학자 G.W.F. Hegel은 그리스 사회를 '행복한 사회'라고 규정지었다. 이 그리스 사회도 후기로 갈수록 분열이 되고, 내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그 이후 등장한 로마는 소규모로 이루어진 그리스의 폴리스(Police)와 달리 거대한 제국(Reich)이다. 이 거대한 제국에서 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거나 위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개인은 오늘날 공장에서 돌아가는 거대한 기계의 부품과도 같다. 이러한 부품들은 규격화되고 표준화되어 있어서 다른 부품들과 차이가 없고, 언제든 다른 부품들로 대체될 수 있다. 거대한 공장과 같은 제국에서 부품과 같은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 그리스의 폴리스에서처럼 개인이 자신의 삶의 목표를 공동체의 이념과 일치시킬 수가 없다. 이런 제국 하에서 스토아의 철학자들은 현실 정치를 하나이 운명(Fortuna)처럼 생각했다. 그들은 운명의 여신이 자신의 삶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자신들의 사적인 삶의 공간의 벽을 세웠다. 그들의 철학은 철저히 마음의 평온과 평화를 유지하고 자기만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방편이라 할 수 있다. 소확행을 꿈꾸던 쾌락주의자들은 '쾌락의 공원'을 만들었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성향은 현대로 들어올수록 더욱 심해진다. 현대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은 소외(alienation)이다. 사회로부터의 소외,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외, 전문화된 지식 체계로부터의 소외 등은 현대인을 규정하는 일상적인 특성이다. 그러다 보니 현대의 개인들이 협력할 여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개인들의 협력이 없이는 무슨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들은 대단히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지장도 맛들면 낫다"라는 우리 속담은 현대인들의 이런 딜레마적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함께 하면 그만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농촌 공동체에서도 농번기에 마을 주민들이 서로 협력해서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든 '두레'나 필요할 때 노동력을 상호 교환한다는 의미의 '품앗이'가 그렇다.


사실 일을 혼자 하기란 너무 힘들다. 누가 함께 거들면 그만큼 덜 힘들고, 서로 죽이 맞아 일하면 신도 난다. 그런 의미에서 "백지장도 둘이 들면 낫다"라는 우리 속담의 의미는 현대에서 더욱 가치를 발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 <에세이 철학회>의 창립을 위한 일은 거의 맨땅에서 헤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일 일수록 서로 손발을 맞춰 힘을 합하는 것이 좋다. 인구 50만의 아테네 폴리스는 똘똘 뭉쳐 거대한 페르시아의 공격을 막아 냈다. 우리 역시 전방에서 소수의 준비위원들이 앞서 분투하면 후방의 다수들이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도 우리 멤버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다. '맛든다'는 의미는 여러 가지 형태의 협력 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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