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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사회문제, 필자가 마닐라에 있었던 2016년을 중심으로
  • 알렉세이정 칼럼리스트
  • 등록 2026-05-17 23:36:19

필리핀은 두테르테가 집권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마약 문제와 마피아 등 각종 범죄들과 사회 문제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필자가 필리핀 마닐라에 체류하고 있을 때는 두테르테가 대통령 되기 직전, 한창 유세 중인 2016년이었다. 이 때만 해도 매일 아침 신문을 보면 피살 사건은 늘 보도 되고 있었던데다, 그 중 경찰 등의 법 집행 기관에 의해 피살된 사건의 경우 마약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이라 보도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일반인에 의한 피살 사건의 경우 또한 살해 동기의 대부분이 마약과 연루되어 있다고 보도 하고 있을 정도로 최악의  치안을 가진 국가였다. 이만큼 필리핀에서 마약을 흡입하거나 소지, 그리고 마약 거래와 연관될 일일 경우, 생명에 매우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했었다. 

필자가 2018년 필리핀 마닐라에 있었을 때, 슬럼가를 지나갔었다. 출처 : 필자의 직접 촬영


필리핀에서 마약을 소지한 사람과 불법총기를 소지한 사람 중에 누가 더 위험하냐고 물었을때 대부분의 필리핀 인들은 마약이 더 위험하다고 대답한다. 반면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총기가 더 위험하다고 대답을 한다. 자칫 한국의 기준으로 볼 때 마약을 인식하고 필리핀에서 살고 있다면 큰 낭패를 볼 수가 있을 정도로 마약에 대한 인식이 무지했다. 참고로 필리핀에서는 마약 5g 이상 소지한 경우 20년 형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고 이는 살인죄와 형량이 비슷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다. 또한 5g 이상은 보석도 신청할 수가 없기에 중간에 형량을 낮추고 출소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봐야 한다. 특히 필리핀 교민 중에서 선량한 교민과 관광객에 접근하여 마약을 탄 후, 음료나 술을 권하고 여자까지 동침하게 함으로써 마약 복용자로 만든 후, 셋업 범죄로 돈을 착취하는 자들도 넘쳐 나기에 같은 한국인이라 해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마약은 메스 암페타민(Meth Amphetamine)이라 불리는 샤부(Shabu)라 불리는 약이며 이는 일반적으로 필로폰(Philopon)으로 통용된다. 필로폰은 코카인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많은 양이 소비되어 왔다. 이와 같은 필로폰은 가난한 극빈층이나 중하류층이 주로 소비하지만 필리핀 부유층은 엑스터시(Ccstasy)와 같은 파티용 마약을 소비하고 있다. 이처럼 필리핀은 ‘샤부’와 같은 불법 마약의 생산국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7,107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 국가라 통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섬들도 대부분 무인도에 불과해 사람이 사는 섬은 약 880개 뿐이며 이름이 붙여진 섬도 약 2,700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외의 섬들은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들로 이런 곳들에서 대개 불법 거래가 이루어진다. 현재 지상 최대의 필로폰 산지는 미얀마로 미얀마의 북부의 산악지대는 메스를 제조하기 위한 재료를 수입하기에도, 생산된 메스를 밀매하기에도 최적인 곳이다. 


그리고 생산 비용마저 매우 저렴하다 보니 해로인을 완전히 대체했을 정도다. 거기에 소수민족들 간의 분쟁 및 미얀마 군부와의 내전으로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마약 생산을 독려하며 주변국의 치안과 마약 단속률마저 저점을 찍었고 한창 경제 개발에 힘쓰기 시작한 미얀마 내부의 정치 경제적 문제까지 겹쳐 이 마약들이 해외로 유출되는데 있어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보통 결정체 형태로 약을 제조하여 유통하는 일반적인 메스 생산자들과 다르게, 현지에서는 먹거나 태워서 코로 흡입하기 좋은 알약 형태로 만들어 밀매하고 있는데 이를 '야바(Yaba)'라고 부른다. 특히 필리핀은 이러한 '야바(Yaba)'를 지역 마피아들과 거래하기 아주 알맞는 장소다. 이렇게 거래된 약이 필리핀 본 섬인 루손에 퍼지고 그 약은 다시 일본과 한국에 상륙하여 퍼지고 있다. 한국의 버닝썬 게이트 당시 물뽕이라 하여 섞던 약이 미얀마에서 생산되어 필리핀에서 거래되고 한국에 밀수되는 쓰리쿠션 형태로 들어온 것들이다. 


이처럼 필리핀은 불법 마약 거래에 깊이 뿌리를 내리며 마약 조직들의 주요 활동지가 되어왔다. 멕시코, 콜롬비아,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와 같이 유력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마약 조직들 및 이들을 보호하고 마피아들까지 깊게 연결되어 있어 불법 마약 문제에 연관되어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필로폰에 중독된 필리핀인들이 증가하면서 필리핀의 불법 마약 소비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필로폰의 악명 높은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손쉬운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샤부’의 소비는 전혀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필리핀 내 사회 문제로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사회 차원의 ‘샤부’를 매우 적은 양으로 재포장하여 판매함으로 인해 오히려 빈곤층들이 경제적인 이득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필리핀 내 악의 고리는 끊임 없이 순환되었다. 이처럼 취업도 쉽지 않고, 각종 사회 문제의 대물림 속에 악의 고리가 끝없이 순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리핀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빈곤문제와 더불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실업문제이다. 필리핀의 극심한 부의 편중과 양극화는 큰 사회문 제로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필리핀 내 상위 3~5% 정도는 상류층의 생활을 영위하며, 이들이 사실상 필리핀의 정계를 이끌어 오고 있다. 그리고 인구의 25%는 최하위 빈곤층으로 하루 5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필리핀의 빈곤층은 28.2%로 21세기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으며, 현재 필리핀 국민 3명 중 1명이 빈곤층으로 추정되고 있다. 필리핀의 슬럼 지역 거주 인구는 40%에 이르며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에 이른다. 필리핀보다 1인당 GDP가 떨어지는 라오스와 미얀마조차도 이처럼 슬럼 지역 거주 인구가 높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슬럼 거주 인구가 많다는 것은 치안이 몹시 불안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러한 빈곤의 주요 원인으로는 1960~2000년까지 약 40년 동안 지속되어진 저성장, 그리고 높은 인구증가율과 더불어 빈부격차가 매우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20세기 중후반에 한국보다 잘 살았었던 필리핀은 당시 한국의 입장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필리핀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바램이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필리핀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시대를 거치며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저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1980~1995년에 경기 침체를 맞아 평균 2%라는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많은 빈곤층을 양산했으며 우리 한국에게도 추월을 당하면서 경제력이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인구증가율은 매우 높았다. 필리핀의 인구증가율은 연간 2.36%로, 하루 평균 5,000여 명이 출생할 정도였다. 이는 전형적인 카톨릭 국가인 필리핀이 낙태를 금지하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뤄지는 모든 피임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필리핀의 인구는 1억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이미 1억을 넘어선 상태였다. 이처럼 한정된 자원에 비해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빈곤 비율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거듭되었던 것이다. 각종 지표에서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빈부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또 정치권 내부에서 각종 비리와 부패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니 다음에 터지는 문제는 뻔하다. 많은 인구에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적다보니 취업난과 실업 문제까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리핀의 실업률이 태국 0.7%,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2.3%인 것과 비교하면 아세안 지역 내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 볼 수 있다.  최근 필리핀의 해외 근로자 숫자가 1,000만 명으로 인구의 약 10% 수준임을 감안할 때, 실제 필리핀의 실업률은 공식 발표 된 수치보다 2배 이상 높을 것으로 보인다. 즉,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 불안이 급증하고 범죄율은 치솟을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는 스스로를 "악과 싸우는 독재자"로 선언하면서 취임 6개월 내에 부패를 뿌리 뽑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필리핀의 통제 불능 수준의 사회 문제 및 범죄 문제를 감안하면 이는 어쩔 수 없는 조치다. 전임 대통령인 아키노, 마르코스도 해결하지 못하고 손 놓아 버린 것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에게는 범죄자 즉결 처형권이 부여되며, 마약 밀거래상을 죽인 자에게는 포상금이 주어진다. 일반 시민에게도 범죄자 처형 동참을 촉구했으며, 사형제도 부활시켰다. 두테르테는 대통령에 당선된 6개월 이래, 5달간 경찰에 사살된 마약 관련 범죄자가 2,000명이 넘어섰다. 또한 경찰이 사살한 범죄자 2,041명 이 외에도 괴한에 의해 살해된 3,841명을 합치면 무려 5,882명이 살해되거나 사살되었다. 이후 두테르테에 대한 여론 조사를 보면 필리핀 국민에게서 반응이 좋다. 


조사 결과, 두테르테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91%로 나타났으며 두테르테는 필리핀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관료로 인정되었다. 그만큼 필리핀의 사회가 무정부나 다름 없는 무법 천지였고, 선량한 시민들은 언제 범죄에 노출될지 몰라 불안해 했었다는 것이 된다. 두테르테 효과 덕분에 그의 재임 시기에 전체 범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의 퇴임 이후, 필리핀은 다시 예전의 불안한 모습으로 돌아갈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결국 두테르테처럼 강력하게 하지 않으면 사회 안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서서히 입증이 되고 있다. 필리핀이 정작 중요한 것은, 외교적인 부분보다는 확실한 내정 개혁과 사회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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