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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교수 별세
  • 타라고
  • 등록 2026-04-10 11:32:04


오영환 연세대 교수가 향년 94세로 돌아가셨다. 나 하고는 개인적으로 애증이 교차한 분이다.



내가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철학과에서 <과학철학>을 이 선생님의 수업에서 들었다. 이때 거드 부크달(Gerd Buchdahl, 1914–2001)이 쓴 <형이상학과 과학철학> (Metaphysics and the Philosophy of Science: The Classical Origins, Descartes to Kant, 1969)이란 두툼한 책의 영문 원서를 교재로 사용했다. 학생들이 챕터 별로 번역도 하고 발표도 했다. 철학에 대한 배경적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나도 한 챕터를 맡아서 번역을 했다. 내가 다른 것은 몰라도 영어 하나만은 자신이 있었다. 당시 꽤 많은 분량을 번역해서 선생한테 제출해서 칭찬도 듣고 학점도 A를 받았다. 선생이 직접 "내 밑에 들어와서 공부하게" 하는 말을 듣고 무척 고무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내가 철학과의 한 학생과 술을 마시다가 선생의 수업을 빠진 적이 있었다. 그 수업에서 선생이 내 칭찬을 많이 했다고, 철학과의 한 학생이 부러운 듯 나에게 말을 전했다. 하지만 선생과의 좋은 관계는 거기까지 뿐이었다.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해서 수강 신청을 할 때였다 타 전공자는 반드시 학부 한 과목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 대학원 9학점과 학부 3학점으로 수강신청을 했고, 당시 학과장이었던 그분의 허락을 받는 자리였다. 선생은 안 된다고 하면서 대학원 6학점, 학부 3학점만 신청하라고 했다. 그냥 순순히 받아들였으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학원 6학점, 학부 6학점을 우겼다. 그랬더니 선생이 화를 벌컥 내는 것이었다. 마침 그때 박사과정에 입학한 선배가 눈짓을 하면서 나가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선생의 입장에서는 내가 당신의 역린을 건드린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이 후유증으로 석사 3학기 때 이 선생이 영국으로 안식년 휴가를 갈 때 당시 3학기에 오른 나와 내 동기 2명을 대학원 조교직을 주지 않고 총애하는 4학기 생들에게 몰아 주었다. 이 선생은 학생들에 대한 호불호를 노골적으로 표현하시는 버릇이 있었다. 그 때문에 열받아서 대학원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당시 학생처장으로 있었던 고 박영식 선생이 처장이 주는 장학금을 끌어다 준 적이 있었다.



선생은 대단한 미식가였다. 우리는 고기를 하나의 전체로 생각했지만 이 분은 음식점을 갈 때도 -당시는 1980년대 초반이었다- 부위 별로 맛있는 집으로 갔다. 문제는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잘 먹었네'라고 하면서 먼저 일어나는 것이다. 한 두 차례가 아니라 종강할 때마다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별로 좋은 인상을 갖지 못했다. 다음으로 이 선생의 독특한 안목이 기억난다. 선생은 학부 수업에서도 원서 사용을 당연시했으니까 대학원 수업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시간철학>이라는 수업에서는 시간의 역사에 관한 두툼한 원서와 다수의 부교재를 사용했다. 지금도 기억을 하지만 그 당시 수업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선생의 절대적 권위가 묵시적으로 인정되었고, 학생들의 태도도 아주 진지했다. 데모와 최류 가스로 일관된 대학가의 분위기와는 이주 딴판이었다. 이때 부교재로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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