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세계화의 물꼬 튼 '해의만(海義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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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나는 신문, 잡지들을 본떠 연필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큰 종이에 쓰든가 책으로 묶든가 해서 집안 식구에게도 보여주고 동네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곤 했다.
그 중에는 신문, 잡지 기사를 흉내 낸 것이 많았지만 지금 가장 인상 깊게 기억되는 것은 잡지 내의 연재소설로 동생이 삽화를 그리고 내가 내용을 쓴 것이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조그만 집에 어울리지 않게 개를 두 마리 키우고 있었고 그 당시 만화가 강철수씨의 개 관련 만화를 즐겨 보았으므로 그 영향을 받아 개의 이야기를 썼다.
제목은 '잡종개'로서 그 당시 길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개의 <애환>이라고나 할까. 그 이야기는 시작이 아마 새끼를 낳은 개를 주인이 어느 보신탕집에 팔아 어미개는 식용으로 잡히는 데에서 부터였을 것이라 기억된다.
그런데 키워먹으려고 기르던 강아지 두 마리가 탈출한다. 그리고는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먹을 것을 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당시 어린이로서 선망의 대상인 개였던 도사견, 셰퍼드와 길에서 만나 대화한다. (그들의 식사를 얻어먹으려고 그들 가까이 갔던 것인가 한다.)
"너희들은 왜 더럽게 길에서 쓰레기나 주워 먹고 사니? 참 불쌍하다."
"우리는 매일같이 줄에 묶이어 지내는 너희들이 불쌍하다."
"그래도 개는 주인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 의무잖아?"
"흥 그까짓 거."
"뭐라곳! 으르릉."
"이크, 도망가자."
이 장면은 삽화로서 그려졌고 어린이 잡지소설의 형식을 본떠 맨 앞의 '너희… 사니?' 부분을 삽화의 옆에 첨부하여 써놓은 모양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들 잡종강아지 들도 나중에는 태어난 옛집을 찾아가 옛 주인을 상봉한다. 그런데 옛 주인은 그들이 온 것을 보고 그들을 끌고 다시 보신탕집에 팔러 간다.
개의 인간 짝사랑과 인간의 비정함을 그려냈다고나 할까.
그 뒤로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이후에는 오히려 글쓰기를 자신과 거리가 먼 걸로만 생각하고 열심히(?) 학교공부나 한 것 같다. 만약 국민학교 때의 소설쓰기 여파를 몰아 계속 필력을 키워왔다면? 글쎄 그렇게 아쉽지만은 않다. 글이란 것은 그 자체의 학습만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에.
아무튼 그때 그것이 지금 남아 있다면 얼마나 소중한 것이 되었을 까는 새삼스레 아쉬워 지면서 지금 내게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고대사’인 중학교 때의 어설픈 일기장(학교숙제로 쓴 것이었지만)의 보존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