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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문학적 결말
  • 朴京範 소설가/철학수필가
  • 등록 2026-05-30 23:55:20
  • 수정 2026-05-31 00:15:11
  • 眞理는 인간의 생각보다 아날로그(連續)하다 [32]

삼국지 하면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런데 그 명성 때문에 우리는 대개 너무 일찍 삼국지를 접하게 된다. 그리하여 진정 그 의미를 깨달을 정도의 연령이 되어서는, (다른 읽을 것도 많은데) 이미 읽은 것을 다시 볼 것은 없다하여 경시되고 만다. 이 같은 현상은 걸리버 여행기, 아라비안나이트 등 다른 유명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린이나 청소년기에 삼국지를 읽으면서, 읽는 중에는 재미를 느낀다 하더라도 결말에 이르러서는 허전하고 아쉬운 감이 드는 것이 있다. 큰 뜻을 품고 도원결의를 한 유비, 관우, 장비는 결국 천하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으며 남은 제갈량도 뜻을 이루지 못한다. 유비, 관우, 장비의 아들들은 인물이 모두 부친만 못하여 천하통일의 대업은 용두사미 격으로 끝나고 만다. 

여기서 우리는 삼국지를 영웅전기라기 보다는 순수한 문학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다른 많은 '이야기' 들에서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찬란한 결말을 맺는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 우리 인간의 생활은 그렇지만은 않다. 많은 인간의 역사와 한 개인의 삶은 이루지 못한 이상(理想)과 허무한 결말로 얼룩지어 있다. 

삼국지의 줄거리는 인간사의 있는 그대로의 성찰이 배여 있는 순수문학적 성격이 짙다. 큰 뜻과 희망을 품고 개척한 새 나라가 충분한 영광을 누리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몰락하는 이야기는 삼국지보다 더 읽힌 구약성서에도 있다. 

우리는 삼국지에서 주인공들의 성패를 떠나 그 의지의 의미를 알아야 할 것이다. 유비는 공명을 세 번 찾아가 천하통일에 뜻을 함께할 것을 권했지만 공명은 애초에 내키지 않았다. 아무리해도 그들의 대(代)에 천하통일이 이루어지리라고는 예측되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공명은 유비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이고야 말았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유비의 뜻을 세우려 애썼다. 유비가 죽고 난 후에도 그자신의 최후까지 천하통일을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여기서 인생의 참 의미는 목표의 성패가 아니라 목표를 향한 노력에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한편 유비를 ‘실패한 자’로 볼 수만도 없다. 비록 한(漢) 황실(皇室)의 가문이라 할지라도 그는 한낱 돗자리를 짜며 홀어머니를 모시는 필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한 몸으로 그는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왕의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덧붙이는 글

〈眞理는 인간의 생각보다 아날로그(連續)하다〉는 총 65편의 '에세이'들이 있으나 2009년 이전 글들로서 일부 현재로서는 발표하기에 적절치 않은 내용도 있고 혹은 다른 출간물 등에서 많이 인용된 내용도 있기 때문에 해당 시리즈는 여기서 마치고 앞으로 나머지 에세이 중에서는 일부 발췌하여 게재합니다. 그래도 다른 수록 에세이 들이 궁금하신 분은 인터넷 upaper.net에서 同名의 전자책을 찾으면 됩니다. https://muma.upaper.kr/content/101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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