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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안보실장 안드레이 예르막(Андрій Єрмак)의 사임이 어떤 결말을 불러올까?
  • 알렉세이정
  • 등록 2026-04-12 22:19:00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대변인을 했던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Алексей Арестович)는 에너지 기반 시설인 원전 기업 에네르고아톰에 대한 최악의  비리 스캔들이 발생한 이후, 젤렌스키 정권의 종말이 시작되었고, 이는 예상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젤렌스키는 11월이면 끝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기관 나부(NABU)와 사포(SAPO)가 조사하고 있는 권력형 비리 혐의 관련 조사는 미국이 젤렌스키에게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타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이는 필자는 이전에 트럼프가 젤렌스키의 약점을 휘어잡고, 평화협상 자리에 앉히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역시 아레스토비치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드레이 예르막 안보실장과 젤렌스키, 출처 : 우크라이나 스보보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 나부(NABU)는 지난 달 10일에 에너지 부문 부패 사건에 대한 특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이 부패 스캔들이 젤렌스키 정권을 곤경에 빠뜨릴 줄은 거의 예상하지 못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젤렌스키를 겨냥하여 예르막 안보 실장을 제거한다는 주장이 흘러 나왔고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나 15일여 만에 안드레이 예르막 안보 실장이 사임하는 정치적인 대격변이 발생했다. 나부(NABU)는 지난 28일 예르막 대통령 안보 실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 수색을 하게 되자, 예르막 실장은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으며, 젤렌스키는 예르막의 사의를 수락했다. 나부(NABU)는 예르막 실장이 에네르고아톰과 관련하여 자회사들부터 우크라이나 정부와 계약 금액의 10∼15%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받아왔던 비리 사건에서 핵심 역할했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나부는 1년 6개월 동안의 수사를 벌인 끝에 약 1,000건의 음성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비리의 주범인 젤렌스키 측근 사업가인 티무르 민디치의 아파트에 대한 도청 자료를 일부 공개했다. 이 녹음 파일에는 '알리바바'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가 바로 예르막 실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예르막은 비리 연관성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예르막 실장은 부패 스캔들로 대통령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가 미국이 제안한 28개 항의 평화 계획 안에 대해 제네바에서 미국-우크라이나의 후속 협상 대표를 맡았다는 것에서 원만한 평화 협상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 것이 아니냐는 뜻도 보여지고 있다. 이어 젤렌스키 는 지난 28일 예르막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모든 관심이 외교와 국방에 집중될 때 내부적으로는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가 물러났기 때문에 더 이상 부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는 예르막 실장이 평화 협상 과정에서 항상 애국적인 입장을 정확히 제시해 준 것에 매우 감사하며 대통령실을 재정비하고 내부를 쇄신하는 측면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행정부와 또 다른 한 축인 최고라다를 장악하고 있는 집권 여당 국민의 종 데이비드 아라하미아(Дэвид Арахамия) 대표는 공식적인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젤렌스키가 예르마크 실장의 사임을 받아들인 것을 적극 지지하며 대외적으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려면 국내적으로 강해져야 한다고 대통령의 사임 수리에 대한 취지를 옹호했다. 아라하미야는 그동안 예르막 실장을 견제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부패스캔들로 인해 우크라이나 내에서 더 이상의 분열은 안 된다며 전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국내 단결을 촉구한 것이다. 아라하미아 대표의 주장에 의하면 예르마크 실장이 사임하고 나서, 부패 스캔들로 흔들리던 국민의 종 의원들이 안정을 되찾고 2026년 예산안 등 정부의 정책을 지지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와 같이 수습하기에는 이미 많이 늦었다. 예르막 실장의 해임이 중대한 이유는 예르막의 정치적 역할 및 비중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예르막은 젤렌스키가 물러난 이후, 젤렌스키가 다음 대통령 후보로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예르막의 해임으로 인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받는 타격이 매우 지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르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내려진 계엄령과 총동원령 하에서 키릴 부다노프와 잘루즈니보다 젤렌스키가 더 중요하게 여겼던 진정한 의미의 우크라이나 정계 2인자였다. 예르막과 젤렌스키의 인연은 무려 15년전까지 올라간다. 당시 예르막은 변호사에서 TV 제작 사업을 하며 각종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로 유명 코미디언이자 배우였던 젤렌스키를 처음 만났다. 당시 젤렌스키의 인기를 최고조로 올렸던 드라마 "국민의 종(Слуга народу)"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젤렌스키와 인연인 된 이후, 그가 대선에 나서자 예르막은 즉각 젤렌스키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2019년 젤렌스키의 대선 승리와 함께 대통령실에 들어가 외교 보좌 업무를 총괄했다. 그리고 2020년 2월, 안보 실장 자리를 오르면서 그는 젤렌스키의 최측근으로 활동하게 된다. 예르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러시아-유럽안보협력기구(OSCE)-우크라이나 3자 연락 그룹(TCG)의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고 활동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그는 서방의 지원을 얻기 위해 돌아다니는 젤렌스키와 동행하는 등, 외교정책을 포함하여 실질적인 국정 운영을 이끌어 왔다. 그렇기에 예르막의 지위는 SBU 국장인 키릴 부다노프보다 더 높았고, 전후, 치뤄질 대선에서 대권도 노릴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 권력 서열 2위로 최고위층 인물이었던 셈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의 이론적 기초가 된 '영토와 평화의 교환 원칙(The principle of exchanging territory for peace)'을 처음으로 제시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예르막은 키신저의 생전에 자주 찾아가 그의 고견을 들었으며 젤렌스키가 키신저를 만날 때도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예르막이기에, 그의 사임은 우크라이나 내, 외부에서 비록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고라다 반부패위원회 위원장인 아나스타샤 라디나(Анастасія Радіна)는 예르막의 사임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고, 영국 가디언 등에도 나부(NABU)의 압수 수색 이후, 젤렌스키가 대놓고 그를 해임할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적으로 볼 때 해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기사화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고라다가 젤렌스키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과 의회에서 최악의 경우, 젤렌스키 탄핵을 막기 위해 예르막이 스스로 희생해 물러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라다 내 다수 세력을 점유하는 '국민의 종'의 일부 의원들이 예르마크 실장의 사임을 요구했고, 젤렌스키에 반발하려 했기 때문이다. 예르막의 사임에 대해 키릴 드미트리예프(Кирилл Дмитриев) 러시아 대통령 특사가 논평하기를, '민디치 도청 파일'에 예르막 실장이 '알리바바'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풍자하여 "알리바바는 가고, 도적 40명만 남았다(Алибаба исчез, осталось только 40 воров)"고 텔레그램에 남기면서 우크라이나 행정부의 행태들에 조롱했다. 특히 나부(NABU)가 예르막의 자택을 수색할 때 "열려라 참께"(Сезам, откройся!)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예르막의 사임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반부패세력 간에 벌어진 상호 대립이라는 최악의 위기 국면도 현지 언론에서는 꾸준히 감지되고 있다. 




예르막 실장과 루스템 우메로프(Рустем Умєров) 국방장관이 부패 혐의로 입건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거꾸로 대통령실에서 알렉산드르 클리멘코 반부패특별검찰청(SAPO) 청장에 대한 입건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는 대통령실과 반부패기관이 서로 상대편의 핵심 인사를 향해 창끝을 겨누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예르마크 실장의 주도 하에서 대통령실이 SBU와 국가수사국인 SBI를 통해 나부(NABU)와 사포(SAPO)에 대한 반격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난 27, 28일 은 양측이 서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보이지 않은 긴박한 움직임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르막 실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 수색의 이유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지만, 그의 혐의가 에네르고아톰 뇌물 수수가 아니닌 민디치 녹취록에 등장했던 키예프 교외의 고급 별장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나부(NABU)는 이미 수사가 끝난 '고급 별장촌' 수사 건을 내세워 예르막 실장에게 선제 공격을 가한 셈이 되었다.




키예프 별장촌 이야기는 반부패기관에 의해 이미 구속된 체르니쇼프 전 부총리가 건설을 추진했으며 4채 중 2채가 대통령과 대통령 실장이 소유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물론 그와 같은 과정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실과 반부패기관 간의 기싸움에서 이미 대통령실이 완패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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