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세계화의 물꼬 튼 '해의만(海義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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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변화는 지난해인 2025년 8월 15일, 알래스카 러시아-미국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격하게 변화했다. 당시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이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린을 자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평화 안을 협의했다. 이러한 평화 안이 오고 가고 하는 사이에 EU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따라서 심적으로 많은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트럼프 또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의 최대 쟁점 중 하나가 전후 유럽 안보 문제를 거론하곤 했다 즉, 이후의 안보는 EU 측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EU에게는 전후 안보를 논의할 한 축인 러시아와의 채널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자마자 의도적으로 차단해버렸다. 푸틴 대통령은 EU와도 늘 대화와 협상은 열려 있다고 말해왔지만, 유럽은 이를 듣지 않고 원천적으로 차단해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유럽인들이 스스로 침묵하고 있다며 변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EU 자신들이 전쟁 협상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매우 분개하고 있지만, 그들을 배제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즉, 그들 스스로 배제를 선택했으며 이는 그들의 탓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EU는 러시아에 전략적인 패배를 안겨주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을 수립했고 여전히 그와 같은 망상 속에 살다며 비판했다.

미국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장악하겠다고 하자 EU가 적극 반발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차후의 안보 울타리로 삼으려 하고 있다. 출처 : EU NEWS
유럽의 정상들은 젤렌스키를 자주 만나고 있지만, 모스크바와는 공식적으로 평화 협상을 진행하지 않으며 불평만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EU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출구 전략을 직접 구상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는 듯 싶다. 트럼프가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반대하며 병력을 보낸 유럽 8개국인 덴마크 · 노르웨이 · 스웨덴 · 프랑스 · 독일 · 영국 · 네덜란드 · 핀란드를 상대로 2월 1일부터 관세를 올리겠다고 협박하다가 예고한 10%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하자 EU는 더 이상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모양새를 보이기 시작했다. 노르웨이는 동맹국이 동맹국을 공격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유럽인들에게 이는 장기간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정상들은 미국에 대한 경제적, 기술적, 군사적 의존도를 줄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 했다. 그린란드에 대한 분쟁이 다시 발생할 경우, 미국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결제 시스템, 통신 플랫폼에 유럽 국가들이 노출된다는 것은 각 유럽 국가들 안보에 심대한 타격을 주기 때문에 대미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그런 상황에서 EU는 자신들의 큰 적으로 여겨왔던 러시아에 대해 손을 내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선 이탈리아에서부터 그 변화가 감지되었다. 지난 1월 9일 로마에서 열린 조르쥐 멜로니 총리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럽이 두 당사자 중 우크라이나만 대화한다면 긍정적인 역할이 제한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멜로니는 협상이 무질서하게 진행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그와 같은 접근 방식은 유럽이 무언가 국제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호의를 베푸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후, 여기에 프랑스의 마크롱이 화답했다. 그는 프랑스-2 방송과의 기자회견에서 몇 주안에 푸틴 대통령에게 다시 전화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러시아와의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마크롱은 푸틴 대통령과 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소통 채널을 재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러시아가 간첩혐의로 수감한 프랑스 연구원 로랑 비나티에(Laurent Vinatier)를 러시아 농구 선수 다닐 카사트킨(Даниил Касаткин)과 맞교환했다고 발표했다. 로랑 비나티에(Laurent Vinatier)는 스위스 비정부 비영리 단체인 인도주의 대화 센터의 직원으로서 러시아에서 군사 및 군사 기술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체포되어 수감된 바 있다. 비나티에는 해외 에이전트의 명목으로 러시아 정부에 등록하지 않고, 군사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았었다. 그리고 2025년 8월에는 간첩 혐의가 인정되어 새로이 기소된 바 있다. 비나티에와 맞교환 된 다닐 카사트킨은 지난 2025년 7월, 해킹 '랜섬웨어' 조직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러나 카사트킨의 변호사는 그가 미국에서 중고 컴퓨터를 구입했을 뿐이며, 그 컴퓨터가 사건에 연루되었고 정작 카사트킨은 모르고 있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와 같은 러시아-프랑스 정상 간의 대화 시도는 2025년 12월부터 감지되었다. 마크롱은 지난해 12월 19일 EU 정상회의 직후 미국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를 협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따라서 EU는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는 것이 다시 필요해질 것이라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대한 공격적인 조치를 취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에 미국에 대한 EU의 비판과 성토가 잇다른 가운데 이와 같은 발언으로 러시아와 접근을 통해 미국의 신경을 건드려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과 대화할 준비는 언제든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의 말에 의하면 상호 정치적인 의지가 있다면 마크롱의 발언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러시아와의 모든 대화는 젤렌스키와 유럽 동맹국 모두에게 완전히 투명한 상태에서 진행될 것이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러시아와 이와 같은 대화를 위해 소통 창구를 EU로 둘지, 영국 등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의 모임인 '의지의 연합' 전체에 둘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또한 특사 직책에 대해서도 외교관 등의 공식 관료에게 맡길지 아니면 전, 현직 국가 지도자에게 역할을 맡길지 등 구체적인 소통 사항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 정도의 인물이라면 전문 외교관이나 관료보다는 유럽 내, 외에서 명망이 높은 거물급 인사가 맞겠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탈리아 정부의 실세로 여겨지는 조반 바티스타 파촐라리(Giovan Battista Patchoulari) 총리실 차관은 유럽중앙은행 총리를 지낸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전 이탈리아 총리가 특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인이 우크라이나인인 파촐라리 차관은 이탈리아 연정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고,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전 총리 또한 러시아를 적대하는데 앞장 섰던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을 푸틴 대통령에게 특사로 맡긴다는 것은 그냥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EU 외교관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알렉산데르 스투브(Alexander Stubb) 핀란드 대통령이 특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투브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유럽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로 자주 거론되어 왔다는 것이 특사로 맡겨야 한다는 이유다. 스투브는 골프 선수에서 외교관으로 전향했으며 이후 대통령이 된 이색적인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골프를 치며 친밀한 관계를 쌓아왔다. 그리고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국가라는 점에서 적임자로 꼽히는데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폐쇄하고 가장 신랄하게 러시아를 공격해왔던 국가다. 그래서 그가 특사를 맡는 것 또한 마리오 드라기만큼이나 문제가 있다고 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유럽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직책을 신설하고, 중량감 있는 인사에게 그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은 EU 집행위원회와 상당수 회원국들이 공감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에서 제외될 수 없는데다, 그린란드를 노리는 미국에 대한 저항의 발로에서 나온 자구책의 일환인데, 이로 인해 대러 강경 구도에서 대화 국면으로 노선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사로 볼 때, 필자는 오히려 조르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가야 한다고 본다. 여성인데다, 본래 친러 인사였고 무엇보다 러시아와의 대화 채널 구축을 가장 먼저 언급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직 총리이기에 그만한 고위직 인사도 찾기 어렵다. 과연 EU가 대미 의존도를 줄이고, 러시아와 다시 가까이 할 수 있을까? 역시 예상대로 유럽은 러시아에게 넘어오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미국은 아메리카를 영향권으로 두어 세계 3등분하여 다극 체제로 가는 것이 현실화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