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세계화의 물꼬 튼 '해의만(海義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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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는 요나라와 992년부터 1018년에 이르기까지 전쟁을 치뤘다. 이 26년간 전쟁에서 고려는 수십만의 강병으로 역시 수십만을 동원한 거란 요나라와 싸워 이기고 북방의 패권을 차지했다. 이는 고려 광종(光宗) 때 광군(光軍)이라 하여 30만 대군을 양성했고 그 외에 상비군에 호족들의 군대까지 합치면 거의 50만 대군을 보유하고 있었다. 역사에 기록된 한국사에서 수십만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던 사례는 고구려와 고려 밖에 더 있었는가? 중원 북부를 차지한 거란의 요나라도 대국이었다. 송나라를 굴복시키며 그들에게서 조공 등의 실리를 챙기고 북방을 평정한 강자였다. 고려와 거란 요나라의 전쟁은 북방의 패권을 다투기 위한 전쟁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데 귀주에서 강감찬 장군이 요나라에 치명타를 가하면서 고려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귀주대첩) 이 때 고려군은 거란군을 추격하여 당시 랴오허 강으로 추정되는 압록수를 건넜어야 했다. 압록수를 건너 요나라의 수도인 상경임황부를 함락시키고 요나라를 평정하여 옛 고구려의 영광과 북방 전체를 재패하여 송나라를 압박했어야 했다. 발해를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거란 요나라를 제압하여 발해 주민들과 거란족까지 완전히 흡수해야 전쟁은 완전히 끝나는 것이었다.

조선 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1745~1806)의 작품으로 밝혀진 <연행도(燕行圖)> 중 제9폭인 〈조공(朝貢)〉,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그런데 당시 고려 현종과 조정 중신들은 요나라 땅으로 진격하는 것을 반대했다. 당시 고려 조정에는 유학자들이 가득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요나라는 오랑캐지만 송나라는 대국이었기 때문에 대국인 송나라를 자극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거란은 우리와 뿌리가 같은 민족이지만 그들은 초원에서, 우리는 평야에서 생활했고 서로 고구려를 계승했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힘겨루기가 고려-요나라 전쟁이다. 진짜 힘겨루기에서 완승을 하려면 그 본거지까지 정복해서 그들을 흡수해야 완전한 승리라고 할 것이다. 후일 그 대의는 여진족의 금나라가 이룩했지만 사실 우리가 이룩할 수도 있었던 일이다. 이들 유학자들의 대의(大義)는 평화였다. 그런데 이 대의라는 것도 대단한 모순점이 있다. 그것은 이른바 오랑캐를 무찌르고 중화를 상국(上國)으로 받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화와 싸우는 것은 평화를 깨는 것이고 오랑캐와 싸우는 것은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는 희한한 모순 논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유학자들, 즉 유가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오로지 중화(中華) 뿐이었다. 이른바 이들이 지칭하는 오랑캐와 싸우는 것이 자국과 자국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중화(中華)를 위해서였다.
이들에게서 동족이라는 것은 중요한게 아니었다. 최고의 덕목은 군주에 대한 충(忠)이지만 그보다 더한 덕목이 상국(上國)인 중화(中華)에 대한 맹목적인 충(忠)과 효(孝)와 의(義)를 지키는 것이었다. 상국인 중화국가에게서 책봉 교지를 받아오고 중국이 인정해야 왕으로도 인정되는 이 비상식적인 행위는 국가에 대한 애국이 아니라 평화를 가장하여 자신들의 권력적 욕구를 채우는 행위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400년 후 다시 재현된다. 고려 말기 명나라가 철령 이북의 영토를 반환하라고 요구했을 때 군사를 압록수 이남으로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멍청한 유학자들이 있었다. 그에 반대하여 굴하지 말고 명나라를 쳐야 한다는 최영 같은 애국심이 강한 장군들이 있어서 이를 받아들인 고려 우왕이 10만 대군을 주어 최영과 이성계에게 명나라 정벌을 명한다. 명나라는 중화 한족이 세운 국가라 정벌하면 안되고 원나라는 오랑캐라 정벌해야 한다는 희한한 논리를 가진 자들이 정도전, 정몽주 등의 한족에 대한 복종을 가장한 평화주의자? 들이었다. 이들의 근본 또한 신진사대부, 유학자들이었다. 당시 명나라는 이제 일어나고 있는 국가로 각지의 혼란을 아직 수습하지 못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요동 정벌 등은 충분히 가능했고 상황에 따라 북경까지 점령도 가능했다.
게다가 아직도 원나라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오히려 원나라와 손잡고 친다면 명나라를 다시 황하 이남으로 내몰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토 회복의 좋은 기회를 7불가론을 내세워 날려버리려 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명분은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원명교체기라는 시대적 혼란을 틈타 우리의 강토를 회복하고 원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것인데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치는 것이 이치에 안 맞는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결국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반란을 일으킨 이성계와 유학자, 유가들은 평화를 가장하여, 한족에게 굴종을 선택했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 조선은 명나라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명나라는 과연 우리를 돕기만 했을까? 이들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강화라는 명목으로 당시 일본과 대화했다. 그리고 북삼도(평안도, 함경도, 황해도)는 명나라가 차지하고, 하삼도(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는 일본이 차지하자는 심유경(沈惟敬)과 고니시 유키나카(小西行長)의 어처구니 없는 비밀회담으로 우리 강토를 두 동강 내어 서로 차지하고자 했다.
명나라는 당시 왜군과 싸움을 계속 회피하거나 소극적인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큰 소리만 치고, 우리에게 많은 공물과 공납을 요구했다. 오죽하면 그 행패가 왜군보다 더 심했다고 기록되어 있지 않는가. 결국 의병과 승병, 관군, 이순신 장군의 수군 등이 왜군을 몰아내서 이 땅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명나라 원군의 기여도는 많아야 20%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조선의 유학자들은 재조지은(再造之恩)의 마음으로 명나라에 결초보은(結草報恩)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두 고사의 뜻은 "거의 망하게 된 것을 상국(上國)인 명나라가 구해주었으니 죽어서도 잊지 않고 상국(上國)의 깊은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여기의 앞줄에 대명천지(大明天地)라는 말도 붙었다. 문자 그대로의 뜻대로라면 "크게(大) 밝은(明) 하늘(天)과 땅(地)"이지만 여기에 국가 이름이 들어가면 뜻이 다르게 변질된다. "대명(明 : 명나라)의 천지(세상)" 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합치면 대명천지(大明天地)에 재조지은(再造之恩)의 마음을 갖고 늘 결초보은(結草報恩) 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망해가는 명나라에 늘 위와 같은 마음으로 오랑캐인 청나라를 배척하고 명나라를 섬겨야 한다는 조선 유학자들의 뿌리 깊은 "사대주의" 정신이 자리 잡은 것이다.
그 DNA를 이어 받아 그런지 요즘 대한민국을 보면 사대주의 굴종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사대주의의 DNA는 명나라에서 일본 제국으로, 일본 제국에서 미국으로 갈아타며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본인들이 마치 미국인인듯이 행동하고 미국의 편을 들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마치 중국을 오랑캐 대하듯 하며 조선 시대에 명나라의 편을 들고 숭배하듯이 미국을 상국(上國)으로 여기고 굴종하는 행위를 혈맹이자 동맹이라는 보기 좋은 말로 포장한다. 세상에 어느 동맹이 주권도 없이 무력에 강한 나라에 굽실거리고 있는가? 역대 역사에서 그런 동맹이 존재하기나 할까? 그런데 그런 행위를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며 미국에 유학을 갔다 오거나 학위 및 중요한 직책을 하고 오면 그를 최고의 엘리트로 여긴다. 이는 조선 시대의 사대부 양반들이 공자를 숭배하며 제사를 지내고 명나라에 가서 북경 유리창 서점에 책이라도 한 권 사오면 가보로 여기고, 명나라에 사절이나 하정사(賀正使), 성절사(聖節使), 천추사(千秋使), 혹은 동지사(冬至使)로 다녀오기만 하면 집안의 영광으로 알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저 망할 사대주의 DNA가 내려와 과거에는 중국, 현재에는 미국만 보면 꼬랑지를 내리고 겁먹은 강아지처럼 눈치만 살피는데 급급한 그런 꼬라지 짓을 반복하고 있는 행태를 보면 그 상태에서 한국인으로써 긍지와 자부심이 느껴지는지도 의문이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이제 다극화로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갖지 않고 숭중, 숭미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대로 그들에게 묻히게 된다. K-POP? K-DRAMA?, K-MOVIE? K-CULTURE? 우리의 정체성이 사라진다면 그 딴 자부심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지금도 미국의 편을 들어 이란인을 죽이는 일에 환호하는 자들을 보고, 미국의 힘을 신(神)처럼 숭배하는 인간들을 보자면 참 한심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