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28 〈오만〉
종종, 오만이 찾아옵니다.
품위도, 성실도, 진정성도, 순수함도
거의 없거나 현저히 결여된 듯한 모습을 마주할 때면,
허무와 회한, 좌절과 더불어
오만이 심정의 문을 두드립니다.
“너의 노력은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그러한 장면들 앞에서 이 말은
어쩌면 합당한 수긍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저 쾌락과 거짓 속에서
행복한 척하며 서로를 소모하며 살아가면 될 것을,
왜 굳이 미련할 정도로
깊고 진하며 융합된 문답을 반복하는가.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려는 진정성.
과연 그것이
누구에게나 허용되어야 할 가치인가에 대한 의문이,
오만의 형태로 엄습해 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러한 사유와 기록들이
즉각적으로 수용되거나 반영되기를
단기적으로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완전히 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오만은 깊고도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러나 오만이 밀려올 때마다
다시금 스스로를 환기합니다.
현재와 과거를 관통하며 이어져 온
수많은 거룩한 행위들을 떠올리고,
그 흐름 속에서 제가 서 있는 자리를 되짚으며
심정을 가다듬습니다.
우리는 존재로 살아가는 동안,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 속에서 끊임없이
살생과 소모를 반복합니다.
무심코 걷는 길 위에서 스러진 생명들,
생존을 위해 소비한 수많은 동식물,
그리고 존재의 기회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헌신되어 온 보이지 않는 방향들.
그 모든 것 앞에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미물로서 이러한 어리석음을
완전히 단절하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 총량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삶,
그것이 제가 선택한 방향입니다.
깊고 강한 오만과의 충돌 속에서,
저는 매 순간
힘겨운 선택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과정 자체가
조율과 여백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수행임을 인식하고자 합니다.
조율여백 이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