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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 알렉세이정
  • 등록 2026-04-17 20:58:18

인구는 14억이 넘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인도는 법적으로 카스트 제도는 철폐됐지만 관습이 악습이 되어 남아 있는 나라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한국 다음으로 수학 강국이 인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고대 인도의 수학은 세계 수학의 기초와 정석이 되었다. 지금 아라비아 숫자를 쓰고 피타고라스 정의나 미적분도 쓰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10진법을 사용한 나라가 인도다. 천재들이 많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전체 인도 인구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14억에서 1%도 적은 숫자가 아니다. 사실상 인도는 그들이 이끌어가는 것과 진배없다. MIT 공대 다음으로 크고 세계 서열 두 번째 공대가 인도에 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보면 저렇게 가난에 찌들어 있는데 어떻게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 

인도의 수도 뉴델리 구석진 곳에 위치한 한 가난한 마을과 사람들, 출처 : 필자의 직접 촬영


하루 벌어 연명하기 바쁜 저들에게 현재의 생활도 그저 과분할 따름이다. 그리고 인도에서 길거리 음식 왠만하면 안 먹는게 좋다. 위생불량에 먹는 순간 물갈이 파티 예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도 끓여 먹는게 가장 좋고 밖에 다녀오면 반드시 손을 씻어주는게 좋다. 여기는 스스로 몸과 건강을 지켜야 하며 특히 먹는거, 마시는거, 위생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사람만큼이나 신도 많고 문화도 다양해서 공용어만 18개에 신들의 숫자는 대략 4억을 넘는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신도 많고 민족도 많아서인지 맘이 넓어서 무엇을 믿든 우리는 인정한다는 마인드를 지니고 있어서 이란에서 옮겨온 조로아스터교나 바하이교 신도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 밖에 시크교나 자이나교 같은 생소한 종교부터 심지어 약 2500년 전에 유태인들이 이주해서 유태교도 존재하는 등 종교도 참 다양하다.


8년 전, 필자는 인도 뉴델리의 카스트 제도와 빈부격차의 거대한 장벽을 마주한 바 있다. 당시 부탄에 거주하시는 서상록 선생님과 함께 커피 한 잔 하기 위해 카페로 이동할 때 마주한 두툼한 장벽과 철문을 보고 순간 무슨 군부대에 들어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장벽과 철문에는 고용된 경비원이 지키고 있고 그 안에는 밖의 세상과 전혀 딴판인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세상은 유럽이나 터키, 러시아 어디서든 볼 수 있어 감흥이 별로 없지만 장벽과 철문 밖의 세상은 세상 최악의 가난함과 조우하는 그런 곳이었다. 장벽과 철문으로 중상류층과 불가촉천민이 사는 구역을 가르는 것 같아 그 격차를 명백히 보여주는 한 장면이기도 했다. 철문과 장벽 밖은 쓰레기가 널려 있고 포장도 안된 도로가 많으며 까무잡잡한 피부에 몇일 안씻은 모습, 더러워진 옷차림에도 아랑곳 없는 사람들.. 말 그대로 거지나 집시들,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곳이다. 


그곳을 한번 돌아본 나는 이러한 엄청난 격차를 체험하면서 신분계층, 안 되는 것은 영원히 안 되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카스트 제도라고 하면 인도 힌두교도 특유의 신분제를 지칭한다. 인도 사람이라도 기독교, 자이나교, 이슬람교, 시크교, 불교 등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카스트 제도를 거부한다. 인도 사람들은 이 제도를 바르나(Varna)라 부른다. 뜻은 색깔, 정확히는 피부의 색깔이라는 뜻이다. 사실 인도에서는 카스트라는 것 자체가 신분제는 아니며 인도 사람들이 각자 속해있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 비슷한 카스트에 저마다 속해 있다. 성명만 봐도 어느 카스트인지 대강 구별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카스트를 분류해서, 상류층에 속한 카스트 족벌과 하류층에 속한 카스트 족벌 등으로 이것을 등급화 시켜놓은 것이 바로 바르나이다.


즉 한국에서는 브라만, 수드라 등의 카스트 계급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인도에 가면 카스트는 각 개개인이 속한 족벌에 불과하고, 그 카스트 족벌들을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불가촉천민 등등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 바로 바르나이다. 사회적 계급이라면 상하위 이동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 있지만 이건 핏줄이라 벗어날 길이 없다. 최근에는 같은 카스트들끼리는 서로 합하여 구분이 불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한국을 보면 동서남북을 가르고 뭔가 의견을 제시하고 빠나 뽕으료 만들어 배척하는 사회,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겨 빈부격차를 격화시키고 아직도 존재하는 뿌리 깊은 신분적, 인종적 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이것이 카스트 제도와 무엇이 다른가 생각된다. 한국은 신(新) 카스트에 사회적으로 뭔가 퇴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카스트의 기원은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일까?


팔라왕조(8세기~12세기)와 촐라왕조(9세기~13세기)는 남부 지역과 동부 지역에서 나타난 힌두교 왕조인데 인도에서는 최초로 나타난 힌두교 왕조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 동부의 팔라왕조는 불교도 받아들여 힌두교와 종교적인 혼합을 노리기도 했다. 촐라왕조는 이미 혼혈화하여 사라진 아리아 인들을 대신해 쿠샨 왕조의 막판 혼란 시기에 스스로 브라만과 크샤트리아 계급에 올라간 현지 토종인들이 주축되어 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때 베다 경전을 중심으로 최고의 신 브라흐마의 오른손과 왼손에서 왕을 배출한다 믿었기 때문에 왕권은 세습제라기 보다는 왕위 물망에 오른 자의 이름을 종이에 적고 종이를 브라흐마의 양손에 올리는데 이 때 양손 아래에 초를 놓고 태워 가장 먼저 종이가 타는 사람이 왕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그 종이를 브라흐마가 선택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격적으로 카스트의 크샤트리야라는 이름이 나타난 것이 촐라왕조 때부터라 볼 수 있겠다. 이전에 크샤트리아는 샤발라(Shabala)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원래 카스트라고 붙여진 신분제의 원어는 바르나(वर्ण)라고 불리었다. 카스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대항해시대 때 포르투갈인들과 스페인인들이 사용했던 '카스타(Casta)'라는 용어에서 시작되었고 영국인들이 인도를 지배할 때 카스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라 그렇게 오래된 명칭은 아니다. 브라만이나 크샤트리야는 브라흐마와 시바, 비슈누의 3주신에게 축복받아 이들을 대신해 바이샤와 수드라 계층을 지도해 나가는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이들 하층민들을 다르마(Dharma)의 가르침으로 지도해나갔다. 


다르마(Dharma)는 법을 의미하며 우주에 존재하는 영원한 법칙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생명이 마땅히 따라야할 본질을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신분을 초월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카스트 제도에 의한 각 신분의 다르마는 브라흐만의 지혜(Wisdom), 크샤트리야의 용맹(Valor), 바이샤의 근면(Diligence)을 말하기도 한다. 수드라는 불행히 브라흐마의 축복을 받기 위해 카르마(Karma)에 갇힌 존재로 묘사된다. 카르마는 불교와 힌두교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이른바 "업(業)"이다. 선한 카르마는 다르마에 당연한 업을 쌓는 것을 의미하며 선업을 쌓으면 다음 윤회에 보다 존귀한 존재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 그 존재가 브라만과 크샤트리야가 된다는 것이다. 악업(惡業)을 쌓으면 다음 윤회에 이르러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난다. 


그래서 바이샤와 수드라는 현실에 순응하여 브라만을 예우하고 크샤트리야의 지도에 따르면 다음 생애에 브라만과 크샤트리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하층계급의 현실은 노예일지라도 다음 생애에서 귀족이 되기 위해 열심히 선한 일을 하며 복을 쌓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카스트 제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현재 생애에 충실하면 다음 생애에는 그 영광을 누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카스트는 힌두교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의 사회적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했지만 13억이 넘는 인구에 수천년의 견고한 세력을 이어온 힌두교의 종교법칙이 살아있는데 카스트라 사라질리 만무하다. 그래서 힌두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카스트 제도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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