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터키의 꽃, 튤립과 장미
  • 알렉세이정
  • 등록 2026-04-17 21:00:10

터키의 국화는 '튤립'이다. 그러나 터키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 국화를 '장미'로 알고 있다. 여자들의 이름에 '귤'(Gül)이란 단어를 많이 쓰는데, 터키어로 '장미'라는 뜻이다. 이처럼 터키 사람들의 장미 사랑은 남다르다. 이스파르타는 이러한 장미 사랑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미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야 물론 있다. 피부 미용에 효능이 있다고 잘 알려진 '장미 오일'과 '장미 수'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도시 조경은 장미 없이는 불가능 할 정도다. 가로등 모양도, 버스에 그려진 그림도, 대부분의 상점 역시 향수, 화장품, 생활용품, 옷 등 장미와 연관된 것들이다. 

튀르키예 이스파르타의 꽃 가게, 출처 : 필자의 직접 촬영


매년 5월 20일 장미와 연관된 소소한 마을 행사가 펼쳐지는데, 올해부턴 그 모습이 달라졌다. 국제 축제로 명명되면서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들썩이게 된 것이다. 대체로 축제 기간은 5일이다. 축제의 주인공은 시민들이다. 아니 참여하고자 하면 누구나 그렇다. 시청 광장에 모여 장미 또는 분홍색으로 치장을 한 시민들이 행렬을 나설 준비를 한다. 성별이나 나이는 제한되지 않는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들떠있다. 대기하는 참가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킨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신부와 신랑들 뒤로 어린이 커플 그룹이 보이고, 또 이스파르타 이주민들의 전통 복장들을 구경할 수 있다.


튤립은 터키인들의 자부심이 담긴 꽃이다. 튤립의 본고장이 터키라는 사실 외에도 18세기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 시절을 ‘튤립의 시대’라고 부를 만큼 튤립은 터키인에게 상징성이 큰 꽃으로 국화로도 지정되었다. 튤립이라는 꽃명의 유래 역시 무슬림이 머리에 두르는 수건인 터번과 모양이 닮아 튈벤트(Tulbent)라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봄이 되면 튤립 축제가 열리는 이스탄불 도시 전체는 수천만 송이의 튤립으로 장관을 이룬다. 4월에 이어 5월까지 이스탄불 도시 어디에서나 형형색색의 튤립을 볼 수 있으며, 톱카프 궁전에 있는 귈하네 공원과 돌마바흐체 근처의 일디즈 공원(Yıldız Park), 에미르간 공원(Emirgan Park) 등에서 100종 이상의 오색빛깔 튤립이 피어난다. 


특히, 에미르간 공원은 이스탄불 최대 튤립 축제가 펼쳐지는 곳이다. 이때에는 에미르간 튤립 정원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그 어느 곳보다 풍성하고 화려한 튤립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정원은 멀리서 보면 마치 십자수나 모자이크화 같은 생각이들 만큼 그림 같은 모습을 자랑한다. 이곳은 이스탄불의 바다 전경과 함께 만개한 튤립을 즐길 수 있어 현지인들의 숨은 튤립 명소이다. 또한 이스탄불 술탄 아흐메트 광장(Sultanahmet Square)에는 생화로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튤립 카펫을 전시해 방문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640,000개의 튤립으로 만든 약 4,600평방 피트 크기의 카펫을 만들어 화제가 되었다.


꽃의 여왕 장미가 개화하기 시작하는 5월 중순이면 터키 남서부 이스파르타 지역은 장미 향으로 가득해진다. 이스파르타는 전 세계 장미 오일 생산량의 65%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장미 오일 산지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 재배하는 분홍색 장미는 다마스크 로즈(Damask Rose)라는 품종인데, 다른 장미 품종에 비해 3~4배가량 향이 진해 향수나 장미 오일, 장미수 등의 화장품 주 원료로 적합하다. 장미의 도시 이스파르타 사람들의 장미 사랑은 대단하다. 도시 조경전체가 장미를 테마로 하고 있어, 길거리 곳곳 눈길이 닿는 곳마다 장미 문양을 볼 수 있다. 1999년부터는 장미축제를 열어왔는데, 사람들은 축제를 감상하며 각자가 들고 있는 꽃바구니 속에 담긴 장미 꽃잎을 서로의 몸에 뿌려주며 행운을 빌어준다. 


공중에서 흩날리는 수십만 장의 장미 꽃잎이 도시 곳곳을 분홍색으로 물들이며 향기로운 장관을 선사한다. 이스파르타에서는 유기농 장미수나 비누, 오일 등 장미로 만들어진 다양한 뷰티 제품뿐만 아니라 장미 문양이 새겨진 수공예품도 관광객들에게 인기 상품이다. 장미 꽃잎으로 덮인 이스파르타의 로쿰(Lokum)은 여러 번 먹을수록 입안 가득 장미 향이 퍼져 터키 내에서도 별미로 꼽힌다. 장미의 꽃말은 '열정'과 '사랑'이다. 얼마 전 성년의 날 성인이 된 이에게 장미를 선물한 이유도 바로 이 꽃말에 담긴 뜻 때문이다. 물론, 꽃말을 알지 못해도 장미는 매혹적인 꽃임에 틀림이 없다. 사랑을 고백할 때 뿐 아니라, 뜬금없이 꽃 한 송이를 건네더라도 그 순간을 특별한 날로 바꿔주는 매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터키 이스파르타(Isparta)의 5월은 매일이 특별하다. 이스파르타는 '장미의 도시'로 잘 알려진 곳으로, 장미 개화 때 즈음 장미의 황홀함에 흠뻑 빠질 장미 축제와 세계 최초의 장미 박람회가 열린다.



















0
유니세프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