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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동부와 서부의 경제적 극단 양극화
  • 알렉세이정
  • 등록 2026-04-17 21:57:17

상대적으로 부유한 터키 서부 지역에 비해 터키 동부 지역의 경제력은 이라크나 시리아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형편이 없다. 보통 안탈리아를 기준으로 서부와 동부로 나누고 있는데 역대 터키 대통령들은 이스탄불이 중심인 서부 지역을 집중적으로 키웠고 동부 지역을 홀대하다시피 했다. 농업과 목축업이 터키의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4%, 국가 수출의 83%에 달할 정도고 산업구조가 서부보다 취약한 동부는 서부보다 더 농업과 목축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경지면적만 해도 국토 전체의 50%나 되고 목초지가 45% 이상이다. 그 절반이 동부에 몰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공업이 눈부시게 발달한 지역도 아니다. 동부 지역의 경제는 대부분 목축업으로 여기에서나오는 전체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 

거의 붕괴 수준 직전의 터키 동부 지역 오래된 가옥들, 출처 : 필자의 직접 촬영


다만 터키의 농업과 목축업도 문제가 있는것이 대규모의 기업적인 재조가 아닌 소규모로 경작하거나 목축하여 수확하는 중심인데다 농업 기술과 관개시설들이 낙후되어 있고 목초지는 기상 이변으로 점차 황무지화 되어가고 있다. 터키 동부 지역은 농업 생산성이 낮고 축산업으로 인한 돈벌이도 얼마 안 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농촌이나 초원 지대 인구가 도시로 이주하는 현상과 해당 농촌이나 목초지들도 신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어 농, 목축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20%에 불과하다. 그래서 터키 동부 지역 사람들의 등골이 날이 갈수록 휘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 내가 늘 가지안테프와 동부 지역을 방문하여 찍은 집들의 사진을 보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노화되어 있고 제대로 된 보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집들은 거의 고목이 되어 쓰러져 가고 있는게 현실이며 대개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 때 지어진 집들이다. 


동부 지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재건도 어려운 상태에 있다. 곳곳에 위험하다며 주의하라는 뜻의 DIKKAT 표지가 붙여져 있고 그런 집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들이다. 이런 집들의 내구성이 과연 강한지에 대해서는 누구든 의문을 재기할 수 밖에 없다. 영상에서는 고층 건물들도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내진설계도 형편 없을 뿐더러 오스만투르크가 1923년에 멸망했는데 그 이전에 세워진 집이 보수조차도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것은 자연재해 한 방이면 어마어마한 피해와 손실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동부 지역의 시민들은 그러한 옛 오스만 식의 집에 입주하여 카센타를 만들고 목공소와 옷과 구두 등을 수선하는 수선소 등을 만들어 살고 있다. 이처럼 희망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동부 지역 사람들과 달리 서부 지역의 터키인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강하며 친구가 많다. 결국 이겨낼 것”이란 분위기가 강하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장기화된다면 터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외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터키인들의 생각은 동부와 서부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스탄불의 한 시민은 “터키를 이끄는 그의 지도력을 믿으며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젊은 층들은 “터키 주변국 누구도 터키가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장경제에 대놓고 개입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터키를 간섭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사태는 터키의 저력으로 극복할 것이라는 시민들의 믿음이 대단한듯 싶다. 그러나 동부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하나같이 비관적이었다. 왜냐면 동부 지역을 살리겠다고 출마한 정치인들이 출마에 성공한 이후, 약속을 지킨적이 한번도 없고, 동부 리제 출신의 에르도안도 역시 동부 지역을 살릴 의지조차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터키 경제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다. 동부와 서부가 가지고 있는 극단적 양극화를 해결해야 하는데 최근 침체되어 있는 터키 경제로 볼 때 답이 없어 보인다. 이런 집들을 정리할 돈도 막대한 예산이긴 하지만 최근에 이런 집들에 이라크와 시리아 난민이 자리잡았다. 터키의 중도좌파인 공화인민당이 시리아, 이라크 난민들에게 이 집을 보수하고 무상으로 보급하겠다고 몇년 전에 주장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집단반발을 샀다. 이런 집들을 리모델링과 보수할려면 돈이 더 많이 드는데 그돈이 GDP가 낮은 지역 주민들의 세금으로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할 시기 이전만 해도 터키 경제는 사실 나락 직전이었고 리라화조차 휴지조각 되었었다. 그리고 터키가 가장 많은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들을 거두었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불법체류자들은 터키 정부가 주택을 제공하지 못하니 동부 지역의 쓰러져 가는 빈 집을 자신들의 가옥으로 소유하는 기막힌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럼 왜 시리아나 이라크의 난민들이 터키에서 이처럼 비참하게 살고 있었을까? 그 이유는 터키가 비유럽 국가 출신 난민에게 적용되는 1951년 제네바 난민 협약의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터키는 시리아 난민에게 일시적 보호책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16년 1월부터 터키는 어느 정도 유럽연합의 압력에 굴복해 노동시장을 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난민들의 노동시장 진입엔 엄격한 제한이 따른다. 특히 기업이 고용할 수 있는 난민의 수를 종업원 수의 10%로 제한했다. 한편 기업은 난민을 고용해도 고용 당국에 고용 사실을 신고할 유인이 없다. 당국에 이를 신고하면 난민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당국에는 그에 따른 각종 사회보장 부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2016년 한 해 동안만 본다면 13,298건의 노동허가증이 발급되었을 뿐, 그 외에 시행된 조치는 없다. 따라서 아동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은 불법노동자로 고용되어 일하는 셈이다. 


터키 정부는 이들 중 일부를 적극 구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변호사, 의사, 기술자,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시리아 난민에게 터키 시민권을 부여하겠다고 지난 몇 달 동안 수차례나 언급한 바 있지만 지켜진 바는 없다. 동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가지안테프만 해도 70만 명이던 도시가 5년도 안 되어 40만 명이 넘게 인구가 늘어나면서 시 행정 및 경제력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서구 유럽에서는 더 이상 난민을 받지 않겠다 하였기에 터키에 몰리게 된 현상인데 국경을 넘어온 시리아인들이 터키어를 잘 모르고,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먹고 살 방법이라고 해봐야 구걸과 소매치기 뿐이라 현지 가지안테프에서도 시리아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4년 전에는 대지진까지 발생해 시리아나 이라크 난민까지 포함하여 이틀 만에 9,000명의 사망자를 냈다. 당시 대지진은 막강한 자연재해와 복합적이며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점들이 농축하여 만들어진 대참사이자 인재(人災)였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대참사를 겪고도 최근 터키 경제가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동부 경제는 더 떨어졌음 떨어졌지 나아질 것이라 보지 않는다. 대놓고 홀대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금은 날이 갈수록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주 거주자들인 쿠르드족이 독립하고자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대놓고 홀대하고 지원은 눈꼽만큼 하는 터키 정부를 믿을 수 없을 뿐더러, 자신들 또한 살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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