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세계화의 물꼬 튼 '해의만(海義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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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숭배를 금기시했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의 조상을 만들지 않고, 화려한 꽃과 식물 무늬나 글씨, 다채로운 형태적 디자인을 중시했다. 절대 권력자 술탄이 썼던 터번 장식이나, 허리띠, 의복, 식기, 잔, 목욕 및 필기 도구 등은 온갖 보석과 귀금속으로 치장되어 있다. 코란의 글귀를 금물을 써서 우아한 디자인의 필체로 옮긴 작품들도 보인다. 16세기 제국 최전성기의 술탄 쉴레이만 1세가 지녔던 칼 손잡이는 금 판 위에 다이아몬드 보석을 붙이고, 칼날에 ‘알라가 승리를 선사하리라’란 글귀를 새겨놓았다.

오스만투르크 향로는 백제 금동대향로 및 박산향로와 비슷한 외양이다. 출처 : 필자의 직접 촬영
물방울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루비 등으로 뒤덮인 터번 장식, 거대한 수정 덩어리를 깎아 나뭇잎 모양으로 만든 투명한 국자, 상아판이나 보석 금박판으로 덧이은 허리띠, 금사슬로 이은 귀마개와 루비, 에메랄드 등으로 장식된 코란 글귀 들어간 투구, 은으로 만든 손씻는 주자와 수반 등은 눈맛이 아찔하다. 당시 궁정문화가 얼마나 장식미의 극치를 달렸는지 실감하게 한다. 인도 무굴제국과 더불어 근세기 대표적인 다인종 다민족 왕조였던 오스만 제국의 뛰어난 공예술은 황실이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 그만큼 절치부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빛바랜 공예품들의 상징성이 역사의 무상감을 새삼 아로새기게 하는 것이다.
전시의 또다른 하이라이트는 문화 교류의 개방성을 실증하는 도자기, 병 등의 유물들이다. 성수를 담는데 썼던 청자병은 전형적인 중국산. 하지만, 오스만 장인들은 이 병의 주둥이와 뚜껑, 손잡이 부분을 이슬람 스타일의 공예적 요소가 부각된 금속붙이와 결합시켜 제국 특유의 독창적 공예품으로 재창조했다. 중국풍 구름무늬와 이슬람 덩쿨무늬가 어우러진 모스크 등잔, 중앙아시아 티무르 제국의 공예양식을 계승한 15세기 놋쇠 물병도 이런 문화융합의 양상을 드러낸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젠틸레 벨리니(Gentile Bellini, 1429~1507)가 만들었다는 술탄 메흐메트 2세의 초상이 새겨진 메달이나 19세기 술탄들의 근대 초상화는 인물상을 만들지 않는다는 이슬람 전통을 벗어난 것으로, 세속과 종교를 철저히 구분했던 당대 실용주의 문화의 반영이다. 오늘날 서양 카페의 원조가 된 17~19세기 오스만 궁정 커피하우스에서 썼던 다이아몬드 박힌 커피 잔 받침과 커피를 데웠던 은화로, 밥요리 필라프를 담았던 식기 등은 당대 고급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 말미의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