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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사민당이 몰락한 대사건, 콜렉티브 나이트 클럽 화재 참사(Incendiul din clubul Colectiv)
  • 알렉세이정
  • 등록 2026-04-21 13:01:44

2004년에 나토, 2007년 EU에 가입한 이후, 끝없이 침체될 것 같았던 루마니아의 경제는 급상승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경제 위기에 따른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넓은 영토와 동유럽 내에서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매장된 지하자원, 그리고 나토군이 주둔하면서 얻는 안보적 이익으로 인해 경제력은 크게 상승했다. 우선 루마니아는 재생 에너지의 잠재 자원 뿐 아니라 석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등 다양한 종류의 광물과 주요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어서 동구권 내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국가였다. 루마니아는 중부 및 동유럽의 가장 큰 천연가스 생산국이며, 부존량이 630bcm(향후 55년간 사용 가능)으로 추정되며, 자국내 생산량이 총 소비량의 75.7%를 충당하고 있다. 원유 또한 루마니아가 중부 및 동 유럽 내 최대 보유국이다. 이를 기반으로 루마니아는 2012년 이후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그리고 2015년에는 1인당 명목 GDP가 12,000달러 이상을 넘어서 명실상부한 고소득 국가가 되었다. 

콜렉티브 나이트 클럽 화재 참사(Incendiul din clubul Colectiv) 추모 촛불과 집회, 출처 : Uniti Schimbam

정치적으로는 계속 루마니아 사민당(Partidul Social Democrat)이 여당으로 집권하고 있었다. 루마니아 사민당은 이온 일리에스쿠(Ion Iliescu)가 차우셰스쿠 실각과 민주화 시위 이후, 창설한 정당이다. 간혹 보수 성향을 띄고 있는 국민자유당(Partidul Național Liberal)에게 넘어가기도 하고 사민당에 염증을 느낀 루마니아 국민들이 트라이안 버세스쿠(Traian Băsescu)와 국민자유당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라이안 버세스쿠(Traian Băsescu)는 두 번의 탄핵을 당해 두 차례의 직무 정지를 겪은 바 있으며 이 때도 러시아가 사민당을 지지하여 국자당(국민자유당의 약칭)을 탄핵하는데 깊이 개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기도 했다. 즉, 2024년 대선 당시, 조르제스쿠의 당선에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의심받았던 것처럼, 버세스쿠 대통령 탄핵 및 국자당의 탄핵 또한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받았던 것이다. 이처럼 루마니아 여당의 패배는 러시아의 개입설이 항상 따라다녔고, 과거 소련이 루마니아에 진입해 루마니아 사회주의 공화국을 만들었다는 트라우마가 대를 이어 내려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후, 사민당이 지지를 얻어 루마니아 정계에 복귀한다. 당시 사민당의 수장은 빅토르 비오렐 폰타(Victor-Viorel Ponta)로 아버지가 알바니아, 어머니가 이탈리아계로 루마니아 수도인 부쿠레슈티 출신이긴 하지만 가계가 매우 복잡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대학을 졸업한 인물인데다 세르비아-루마니아의 2중 국적자이다. 이런 2중 국적자가 총리나 대통령급 인사가 된 경우는 이전 루마니아에서 3대 대통령인 에밀 콘스탄티네스쿠(Emil Constantinescu)가 있었기에 이미 선례가 있었다. 참고로 에밀 콘스탄티네스쿠는 몰도바 출신의 전형적인 몰다비아인으로 지금도 루마니아-몰도바 2중 국적자이다. 그러나 루마니아인이나 몰다비아인은 그 정체성이 거의 같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질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폰타의 경우는 알바니아-이탈리아 혼혈의 매우 이질적인 캐이스였다. 그러나 폰타의 이와 복잡한 가계에 세르비아-루마니아 2중 국적이라는 정체성은 오히려 러시아와 친한 세르비아의 영향을 받아 정치권에 투영하려 한다는 의혹을 계속 받게 된다.

이는 실제로 그러했다. 폰타는 세르비아 진보당(Српска напредна странка)의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했다. 특히 당시 대통령이었던 토미슬라프 니콜리치(Томислав Николић)와는 베오그라드 대학 선후배 관계로 매우 각별했다. 이런 부분은 소련 시절의 강렬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루마니아 국민들의 반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게다가 폰타는 루마니아 세금 포탈 혐의, 탈세에 각종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어 핀치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폰타의 이런 스캔들의 출처가 Bucharest USAID라는 것이다. Bucharest USAID가 흘리던 정보를 루마니아 언론 매체가 주워 먹고 폰타를 핀치에 몰고 갔다. 그리고 여기에 더욱 불을 붙인 거대한 사건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폰타와 사민당을 완전히 몰락시킨 콜렉티브 나이트 클럽 화재 참사(Incendiul din clubul Colectiv)이다. 콜렉티브 나이트 클럽은 본래 루마니아 사회주의 공화국 시절 신발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그러나 해당 공장이 재정악화로 문을 닫은 뒤, 루마니아 한 사업가가 해당 공장을 인수해 이를 개조하여 나이트 클럽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나이트 클럽이 불법으로 개조되었다는 것에 있다. 당시 이 공장을 인수했던 해당 사업가는 각종 자금 세탁을 자행했던데다 사민당의 의원들에게까지 뇌물과 향응을 제공해가며 온갖 불법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본래 이 나이트 클럽은 조용한 칵테일 BAR로 신고되었지만 멋대로 용도변경을 했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이 경찰과 사민당 의원들에게도 들어갔다. 연기, 가스 등 환기가 잘 되도록 해야하는데 매우 밀폐된 공간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화재를 대비해 소화기도 배치해야 했지만 그런 것도 없었고  폴리스티렌 제품의 벽 패널과 각종 데코레이션 장식도 수없이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화재가 났을 때, 가연성도 높고 엄청난 유독가스를 유발하는 물질이다. 그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 검증 또한 무시하고 단속 나오면 뇌물로 무마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실상의 인재(人災)였다. 그리고 마침내 루마니아 내에서 인기 그룹인 굿바이 투 그래비티(Goodbye to gravity)라는 헤비 메탈 밴드 그룹이 할로윈에 맞춰 새로운 엘범인 Mantras of War를 홍보할 겸, 무료 콘서트를 하기로 했다. 

2015년 10월 30일, 굿바이 투 그래비티(Goodbye to gravity)의 공연은 예정대로 열렸다. 무료 공연이기에 사람들도 많이 모였으며 폭죽도 터뜨렸다. 그런데 문제는 폭죽이 실내용 폭죽이 아니었기에 화력이 매우 강력했다. 이 폭죽이 클럽 천장에 있던 폴리스티렌 장식에 불을 붙였고 불이 잘 붙는 폴리스티렌 특성상 화재는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클럽 내에 있던 500여 명의 사람들은 불을 피해 달아나려 했지만 입구는 한 곳 밖에 없었다. 소화기도 없었고 비상구도 없었다. 사람이 순식간에 모이자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깔리는 압사 현상까지 발생했다. 불이 계속 퍼져나가 천장의 일부가 녹아 비처럼 내리는 상황에서 스프링쿨러는 전혀 없었고, 살아 남은 클럽 직원들은 소화기가 1개 있었다고 하지만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기론 소화기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즉, 소화기도, 스프링쿨러도 없는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진압하는게 불가능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대는 11분 만에 도착했으나, 부상자가 너무 많아 루마니아 내의 병원 만으로는 감당 못할 정도였기에 이스라엘과 유럽의 병원에까지 실어 날라 치료해야 했다. 

이 사건은 64명이 사망하고 147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참사를 가져왔다. 그 중에서 2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나머지는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몇몇 시신은 훼손이 너무 심해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을 파악해야 했다. 굿바이 투 그래비티는 보컬리스트 안드레이 갈루트(Andrei Galit)를 제외한 모두가 사망했다. 안드레이 또한 당시 사고로 몸의 45%에 화상을 입었다. 이와 같은 참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루마니아서 일어난 화재 중 가장 많이 희생자가 나온 화재로 기록되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안전장치의 부재 이 외에도, 실외용 폭죽 사용, 비상구 부족, 소방 안전 검사를 받지 않고 뇌물로 무마한 점 등으로 인해 클럽 운영주는 많은 질타와 더불어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굿바이 투 그래비티의 무료 공연 조건도, 밴드 공연을 보려고 일정 수 이상의 사람이 오지 않으면 밴드 측에서 500유로를 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빅토르 폰타 총리가 부패 혐의로 핀치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사고 후, 대책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자 2015년 11월 3일 빅토리에이 광장의 빅토리에이 궁전 앞에서 15,000명 이상이 군중이 모여 폰타와 사민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에 당시 대통령인 국자당의 클라우스 요하니스(Klaus Iohannis)도 총리인 폰타와 과반 야당인 사민당을 비난했다. 그리고 빅토리에이 광장의 시위는 시작에 불과했다. 루마니아 전국 각지에서 폰타와 사민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고, 결국 폰타 총리를 비롯한 과반 야당의 사민당 내각이 총사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망자 중 화재 자체로 사망한 사람보다, 치료를 받다가 감염 등으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던 점 때문에 루마니아에선 병원들에 대한 분노가 더 커지면서 국자당 소속이었지만 보건부 장관도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어 사고, 그리고 사고와 관련해 있었던 여러 비리, 그리고 루마니아 병원들의 문제점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Colective가 제작되어 2019년에 공개되었다. 그리고 1년 이상을 과도 내각이 이끌었다가 2017년 1월 4일에 사민당 소속의 소린 그란데아누가 총리가 되었지만 국자당과 요하니스 대통령이 2017년 2월 3일 부패 사범을 사면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자 다시 시위가 발생했다. 당시 정부명령은 권한을 남용한 관리의 경우, 불법으로 받은 돈이 200,000레이(한화 약 5,423만원)를 넘지 않으면 기소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한 별도의 명령에서 비폭력 범죄로 5년 형 이상을 선고 받은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것을 의회가 심의하도록 했다. 이것이 채택되면 부패 혐의로 구속된 선출직 공무원들과 치안판사 등 2,500여명이 풀려 나게 된다. 사민당은 헌법에 어긋나는 형법을 개정하고 재소자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위대가 이를 믿지 않자 결국 소린 그린데아누 총리는 급하게 기자회견을 마련한 뒤 각료회의에서 부패한 정부 관리가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한다고 비판을 받아온 정부 명령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후, 부패 범죄의 처벌을 완화하려고 하자 루마니아 내 사법부와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이 이를 비판했고, 미국과 EU도 비판하면서 사민당의 인기는 수직으로 추락하게 된다. 결국 사민당은 2025년 현재까지 8년 동안, 국자당에게 밀리게 되었고, 러시아 및 세르비아가 선거 개입을 시도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게 된다. 이후, 칼린 조르제스쿠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전까지 사민당은 긴 암흑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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