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세계화의 물꼬 튼 '해의만(海義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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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17~18세기 경부터 터키 음악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스만 제국에 의해 두 번이나 털릴뻔한 빈이 터키 음악 유행을 이끌었는데, 아마도 제2차 비엔나 공방전 이후 터키의 군악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유럽 클래식 음악에서의 터키풍(Alla Turca)음악은 서양음악의 이론에 터키 음악에서 도입한 악기와 주법을 재해석 한 것으로, 터키 음악의 본질과는 크게 다르다. 많은 작곡가들이 터키풍 음악을 작곡했는데, 너무나도 유명한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과 하이든의 군대교향곡 가운데 2, 4악장, 그리고 베토벤의 터키 행진곡이 잘 알려져 있다.

터키 전통 악기인 사즈(Saz)를 연주하는 터키 가수,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심벌즈의 경우, 본래 유럽에 없던 악기로 18세기 이후 터키풍 음악과 함께 유럽에 들어왔다. 유럽에서는 심벌즈를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터키풍 음악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현재도 심벌즈로 유명한 기업들은 뿌리가 터키 쪽이거나 터키에 공장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라베스크(Arabesk), 혹은 펜타지(Fentazi)라고 불리는 음악은 전통 터키식 리듬을 바탕으로 서구풍의 센스와 주법을 약간 가미한 형태로 여전히 TV 방송매체나 시장 바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서양의 팝 음악을 터키 음악의 전통음계에 맞춰 재해석한 투르키쉬 팝(Turkish Pop)은 유럽에까지 진출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젊은 세대도, 나이든 세대도 전통음악을 좋아한다는 점에 대해선 왠지 모르게 부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터키 현대 대중 음악을 들어보면 상당수 가요들이 서구적인 멜로디로 시작했다가 곡의 중간 부분에서 20초~30초 가량 가사 없는 터키, 아랍풍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그러다가 다시 서구풍 멜로디로 끝나는 양식이다. 전혀 터키풍 멜로디가 나올거 같지 않은 록 음악, 일렉트로니카, 심지어 헤비메탈에서도 곡의 중간 부분에 터키풍 멜로디가 나오는 것이 터키 음악의 특징이다. 현대 터키 대중 음악은 중동과 유럽 양쪽에 걸쳐서 인지도가 있다. 중동에서는 레바논, 이집트와 더불어 중동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3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터키 음악에는 전통적인 민요(Halk müziği)와 전통춤과 놀이에서 사용하는 Türkü(튀르튀), Bozlak(보즐라크), Uzun hava(우준 하바), Zeybek(제이베크), Halay(할라이), Horon(호론), Çiftteteli(치프테텔리), Oyun havası(오윤 하바스)등의 노래와 춤곡들, Ezan(아잔), Semai 같은 종교음악, 오스만 제국 시기의 메흐테르(Mehter) 군악 그리고 19세기 이후 유럽 클래식 음악의 영향을 받은 클래식 터키 음악(Klasik türk müziği)과 파슬(Fasıl), 끝으로 유럽에까지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앞 단락에서 언급한 투르키쉬 팝(Türk Pop)과 아라베스크(Arabesk)가 있다. 사용하는 악기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터키의 민족악기라 할 수 있는 사즈(Saz)라는 기타 비스무리한 악기와 사즈와 비슷하지만 더 작은 바을라마(Bağlama), 우드(Ud), 가야금처럼 가로대에 현이 50여개가 있어 손으로 튕겨 소리를 내는 카눈(Kanun)이 존재한다.
이러한 카눈(Kanun)을 가지고 공연하는 민족가수들이 있는데 이 가수들 중 상당수가 가지안테프 출신이다. 터키의 한 시대를 풍미한 네셰트 에르타쉬(Neşet Ertaş), 마흐주니 셰리프(Mahzuni Şerif), 알리 에크베르 치첵(Ali Ekber Çiçek), 알리프 사으 체브데트 귀네바칸(Alif Sağ Cevdet Günebakan) 등은 가지안테프 출신의 가수들로 사랑을 받았다. 터키 현대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두 인물을 꼽으라면 그 하나는 바르스 만초(Barış Manco)고 다른 하나는 젬 카라자(Cem KARACA)다. 에르킨 코라이와 함께 아니톨리안 락의 선구자로 유명한 쳄 카라자(Cem Karaca)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혼혈인데다가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에 갖은 고생을 했었다. 1970년대에는 경찰의 체포를 피해 독일로 도피한 적도 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의외로 노동운동의 역사가 깊다.
경쾌한 북소리가 특징인 다르부카(Darbuka), 갈대피리인 네이(Ney)는 전국적으로 널리 쓰이며, 호궁 비슷한 악기인 레밥(Rebap)과 큰 북(Davul), 태평소와 오보에의 직접적인 조상인 주르나(Zurna)는 특히 동남부 아나톨리아 지방의 전통 춤곡에서 흔히 쓰인다. 그리고 흑해 지방에 한정해서 케멘체(Kemençe)라는 경쾌한 소리를 내는 악기도 쓰이며, 특히 군악에서는 심벌즈(Simbal)와 질(Zil)이라는 손가락에 끼워 사용하는 미니 심벌즈를 사용한다. 또한 마캄(Maqam)은 아랍·터키·페르시아의 음악 용어로 본래는 7-8세기경에 아랍에 들어온 여러 나라의 선법을 일컫는 명칭에 불과했으나 아랍 음악 이론의 발달에 따라 그것을 음계의 체계로 집약, 정리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순전히 음계의 뜻으로, 또는 마침음의 위치에 의한 선법의 뜻으로도 해석되었는가 하면, 전통적인 선율형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해석되어 현재 아랍 국가들 내부에서도 지역마다 다른 마캄의 집약 체계를 가지고 있다.
Kavgasız ev, çalgısız düğüne benzer. (다툼 없는 집은, 악기없는 결혼식과 비슷하다 - 옛 터키 속담)
위 속담은 터키인과 그리스인이 터키 영토 안에서 함께 사는 이상 친하게 지낼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고, 또한 그것이 두 민족의 우정을 방해하지는 못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위 속담과 같이 터키 음악은 그리스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음악 이론은 그리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종교 음악 또한 그리스의 영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