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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트럼프가 천단(天壇)에서 만남을 가진 이유
  • 알렉세이정 칼럼리스트
  • 등록 2026-05-14 23:50:44

고대 중국 황제들은 태산(泰山)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봉선 의식을 일생 중 가장 중요하고 엄격한 정치 행사이자 제례 행위로 생각했다. 본래 공자의 출생지인 산동성에 위치한 태산(泰山)은 중국의 명산들 중에서 가장 최고로 치는 신성한 산으로, ‘오악의 으뜸산(五岳之首)’, 천하제일산(天下第一山), 五岳独尊 등으로 불렸다. 이러한 봉선의식은 황제가 중원 지역의 통치 정당성을 하늘로부터 부여 받고, 자신의 치하에 태평성세를 이루었음을 하늘에 고하는 의식이다. 이는 정치, 종교, 문화, 역사적인 상징성이 매우 크다. 태산에서의 봉선은 황제라고하여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천하를 안정시키고, 태평성세의 정치를 이루었던 황제만 가능했다. 

중국 베이징 천단(天壇) 기년전(祈年殿) 앞에서 트럼프와 시진핑,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그리고 봉황과 기린 등 성세(盛世)의 정치를 상징하는 길조가 출현해야 가능했으며 한 때 천하의 패자로써 제나라 환공이나  당 태종도 신하들의 반대로 태산에서 봉선을 하지 못했고 지금까지 단 8명의 황제 만이 태산에서 봉선 의식을 거행했었다. 물론 자격이 되지 않았던 송나라 진종은 태산에서 봉선의례를 치뤘지만 이후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했으며 이후 황제가 태산에서 봉선의식을 거행하는 것 자체가 없어지고, 그 의식이 명나라 때, 영락제가 북경으로 수도 옮김으로써 천단이 만들어져 그 의식의 명맥을 이어오게 됐다. 천단은 건설 당시에는 천지단(天地壇)이라고 불렸고,1530년 가정제 9년에는 3개의 제단을 더 추가함으로써 천단이라고 불리게 된다. 


동쪽으로는 일단(日壇)을, 북쪽으로는 지단(地壇)을, 서쪽으로는 월단(月壇)을 추가하였다. 현재의 규모로 확장된 것은 청나라 건륭제 연간이다. 매년 동지에 풍작을 감사하는 의식을 행하고, 가뭄이 든 해에는 기우제를 지냈다. 기곡단(祈穀壇) 중심에 위치한 기년전(祈年殿)은 황제가 풍작을 기원하던 장소로, 건물 안에는 '황천대제(皇天上帝)'를 봉안했다. 멀리서 보면 기년전은 둥근 모양으로 3층 건물인데, 지붕에는 남색 유리 기와를 얹었고 최상층에는 남색 바탕에 황금색으로 쓴 편액을 걸었다. 대청 안에는 황금빛 녹나무로 만든 큰 기둥 28개가 있다. 가장 안에 있는 4개 기둥은 일년 사계절을 대표하고 가운데 12개 기둥은 12달을 상징한다. 


더불어 밖에 있는 12개 기둥은 12시진(時辰)을 의미하고 내외에 있는 24대 추녀는 24절기를 뜻한다. 기곡단의 남쪽, 원구와 가까이 있는 황궁우(皇穹宇)는 신주를 모시는 곳이다. 평상시에는 신주를 황궁우에 모시다가 제사를 지낼 때면 원구단이나 기곡단으로 옮겼다. 천단은 한마디로 중국 중심 천하의 아시아 절대권력,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상징으로 황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천자(天子)로써 하늘의 뜻을 조공국이나 책봉국을 비롯한 제국 내 모든 백성들에게 선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중화주의의 상징인 천단에 왜 하필 시진핑은 트럼프와 이곳을 관람했을까? 


시진핑은 중국 중심의 천하관으로 트럼프를 내려다 보고, 중국의 시대가 열려 미국을 찍어 누른다는 의미를 보여 주기 위해 천단을 장소로 선택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대통령의 천단 방문은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이후 51년 만이다. 그때는 냉전 시대로 소련과 중국의 사이가 좋지 않아 미국은 중국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곳에서 모택동을 만났을테지만 51년 후인, 현재의 만남은 다르다. 이곳에서 양국 정상이 머문 시간은 30분에 불과했지만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천단을 관람하여 전달한 외교적 메시지는 확고했다. 과거 명, 청 시대에도 그랬던 것처럼 조공국이나 책봉국의 사절처럼 트럼프에게 머리 숙이고 들어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트럼프와 시진핑은 서로 대등한 관계에 입각하여 중국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시진핑이 의도적으로 천단 방문을 설정했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가 그런 의도를 알 리 없고, 이 장소가 과거 천자가 지배한 중국이 조공국과 책봉국에게 조아림을 받으며 그 위세를 드러낸 곳이라는 것을 가이드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알았을 것이다. 51년 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천단 방문이 미-중 관계에 신기원을 열었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의 종주국으로써 중국을 압도하는 위세를 드러냈다면 트럼프의 이번 천단 방문은 구질서가 서서히 역사 속으로 저물어 가고 다극화라는 신질서가 대두되는 역사적 변곡점 속에서 중국이 그만한 위치에 올라갔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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