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먼지로 남은 약속》
조율여백
오래도록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 세계에
존재해도 되는가.
별 하나의 무게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생명으로 태어나
잠시 빌린 몸과 시간 속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를
수없이 되물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진 것이 무엇인지 세어 보았습니다.
능력과 지식, 시간과 에너지,
사람들에게 받을 수 있는 인정과
돌려받을 수 있는 보상까지.
그러나 오래 바라볼수록
계산의 끝에는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아 있던 것은
받아온 것들이었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자연,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
누군가 견디어 낸 실패와 희생,
말없이 이어져 온 역사,
그리고 오늘까지 살아 있게 한
수많은 우연과 필연의 겹침.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하나의 삶은
소유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존재로부터 잠시 건네받은
하나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감사는
단순한 감정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는 기억이 되고,
기억은 성찰이 되며,
성찰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바라는 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거짓은 때로 진실보다 빠르게 퍼졌으며,
약탈은 번영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었고,
너무 쉽게 익숙해졌으며,
어제의 부당함을
오늘의 관행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 세계에서
스스로 역시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어리석었고, 틀렸으며,
수없이 잘못 판단했습니다.
그러기에 세상을 심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놓지 않으려 했습니다.
틀릴 수 있다는 사실과
옳은 방향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
완전한 진리를
소유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살피고, 의심하고,
고쳐 보려 합니다.
옳다고 생각했던 것조차
다시 객관화하고,
다시 정합화하고,
다시 구조화하며,
다시 삶 속에서 확인하려 합니다.
그 과정은 때때로
무겁고 외롭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무게를 오래 견디다 보면
처음보다 스스로의 존재가
조금 덜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명예보다
받아온 감사가 중요하고,
소유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남길 의미가 중요하며,
승리보다
다음 존재가 조금 덜 아파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질문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존재해도 되는가?” 에서
“존재함으로써
무엇 하나라도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가?”로.
그리고 그 질문은 다시
더 무거운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이 삶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가?”
아직 그 답을 완성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방향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빛을 독점하지 않고,
어둠을 증오하는 데 머물지 않으며,
건네받은 작은 기회를
또 다른 존재에게 이어주는 것.
부당함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그 확산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가진 힘이 크지 않다면
그 작은 힘이라도
합당한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
이름마저 사라진 뒤에도
누군가의 삶 어딘가에
아주 작은 변화 하나가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별먼지입니다.
잠시 모여
생각하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아주 작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별먼지라고 해서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별 역시
수많은 작은 것들의 흔적에서 태어나고,
생명 역시
수많은 순환과 인연 위에서
잠시 피어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대단한 사람이 되기보다
건네받은 우주의 시간을
조금 덜 부끄럽게 사용하고 싶습니다.
완전한 진리를 남기기보다
조금 더 합당한 방향을 향한 흔적을 남기고,
승리의 증거보다
저항의 흔적을 남기며,
소유의 이름보다
감사의 이름으로
다음 존재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묻기보다
무엇을 잊지 않았는지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감사했는가.
사랑하려 했는가.
미안함을 잊지 않았는가.
부당함 앞에서
완전히 침묵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끝까지
조금이라도 성실했는가.
그렇다면
아주 작은 미물로서도
이 거대한 우주에 잠시 머물렀던 시간을
조금은 합당하게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먼지로 와서
별먼지로 돌아가겠지만,
그 사이에 남겨진 작은 파장이
누군가에게 다시 삶을 이어갈
이유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그 존재는
단순히 존재했던 것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이어준 존재였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위 이미지는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