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여러 모로 바쁘게 보냈습니다. 오전에는 일전에 표구를 맡긴 글씨를 찾아왔습니다. 표구를 하는 비용은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 매일같이 마라톤을 달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큰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권상근 대표가 협찬을 해주었습니다. 그와는 페북에서만 봤고 한번도 면식이 없었지만 참으로 깊은 우정을 보여주어서 무어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표구를 하려고 했다가 비용이나 운송의 어려움 때문에 몽골로 글씨를 전달 받았는데, 마침 몽골에도 한인이 운영하는 괜찮은 표구사가 있더군요. 지난 주말에 가서 맡기고 오늘 목사 사모님이 교회차를 이용해서 찾아오셨네요. 막상 표구된 작품을 대하니까 가슴이 뭉클합니다. 좋은 글씨를 써서 보내준 서예가 수군작 선생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무튼 이 글씨를 이렇게 연구소에 다는 데는 여러 사람의 협력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합니다.
그리고 미담 한 마디 더 하겠습니다. 인하대의 김영 교수님이 도서를 25권 기증해주셨습니다. 한 권 한 권 교수님의 손 때가 묻은 좋은 책들인데 이 책들을 우체국 택배로 보내셨더군요. 이렇게 귀중한 책들을 멀리 몽골까지 보내주신 김영 교수님한테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항공으로 보내는 우체국 택배가 빠르지만 택배 요금도 비싸고 거의 100% 통관에서 걸립니다. 이번의 경우에도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중앙 우체국으로 직접 찾으러 갔어요. 박스를 개봉해서 일일히 책들을 확인하고 총 금액의 18%를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보낼 때 USD 300 이라고 써놓은 것도 있어서 그걸 기준으로 18%면 보통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박스를 개봉해서 일일히 중고 도서이고 특별히 문제가 있는 도서가 아니며, 후레 대학 한국학 연구소에 기증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키느라고 애를 좀 먹었지요. 물론 몽골어를 모르는 내가 설명한 것은 아니고 중간에 후레대 직원 칭기스가 통역을 해주었지요. 결국 앞서 말한 내용으로 서약서를 쓰고 카피해간 신분증을 맡기고서야 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전에 매실차를 받을 때도 통관이 안 된다고 해서 간신히 벌금을 물고 통관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나마 이번에는 통관료를 물지는 않았네요. 들어오는 길에 정비소를 들러서 차를 간단히 손을 보기도 했습니다.
연구소 액자는 칭기스와 학교 직원의 도움으로 벽에다 걸 수 있었습니다. 글씨를 처음 사진으로 볼 때와 표구를 해서 이렇게 걸어 놓을 때는 상당한 느낌의 차이가 있더군요. 한국학 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일념으로 몽골에 들어와서 이제 100일 정도 지나서 이렇게 현판을 하고 나니 감개가 무량하기도 합니다. 한국 같으면 돼지 머리를 놓고 절이라도 하겠지만 아직은 그럴만한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했군요. 대신 여러모로 도와준 목사 사모님하고 몽골 직원 칭기스에게 큰 고마움을 느낌니다. 저 글씨를 보면서 몽골에 올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각고면려하도록 하겠습니다.(2016.12.06)
(이날 현판을 달고 칭기스랑 내가 살던 아파트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셨습니다. 내가 그날 당신이 나를 도와 줘서 이 일을 무사히 잘 마무리했다고 하면서 고맙다고 했지요. 그런 칭기스가 내가 귀국한 지 몇 달 만에 죽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고 마음이 아픈 사건이지요. 이번에 몽골에 가면 그의 무덤을 꼭 찾아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