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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음식이야기 김준근의 동저冬猪
  • 김병철
  • 등록 2026-06-18 14:22:04

동저冬猪 김준근의 풍속화 구글이미지


조선 말기 화가 김준근의 그림 ‘동저상’.

그런데 이 그림 속 자빠진 멧돼지에는 맹수다운 분위기가 없다. 날카로운 이빨도, 못잖은 발굽도, 철사처럼 빳빳하게 세운 털도 보이지 않는다. 애처롭게 뒤집혀 누운 저놈들은 새끼임에 틀림없다. 겨울 사냥에 나선 사냥꾼은 머리를 잘 써야 한다. 창 든 몰이꾼 두셋에, 화승에 점화하고 터지기까지 4초쯤 걸리는 화승총을 든 포수 한둘이 나서는 사냥이다. 이들에게 다 자란 수놈이나 어미는 상대하기에 너무 위험한, 너무 버거운 맹수다. 고기도 질기게 마련이다. 차라리 성체를 따돌리고 새끼를 줍는 편이 낫다. 

돼지고기 한 점 먹기가 이렇게 어려웠다. 사료로 전환 가능한 곡물이 전 지구를 돌고, 사료용 작물이 육종된 데다가 따로 재배되고, 옥수수기름이며 콩기름을 짜낸 찌꺼기가 넘치고, 그것마저 가공해 팔겠다는 산업과 축산업이 손잡으면서 돼지고기는 우리 앞에 드디어 흔전만전이 되었다. 겨우 10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겨울에 잡은 산멧돼지를 동저冬猪 라고 100여년 전에는 일컬었고 이 돼지를 지칭하는 저猪 가 점차 <제>로 발음되다가 오늘날의 제육복음의 <제>로 발음되게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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