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은 붉게 타는데 갈 길은 아직 멀고, 서산마루 해지니 하늘은 검게 물드네.
찬 바람에 옷깃 여며도 한기는 파고들고, 밤이 오는 길목엔 그림자만 홀로 길어라.
아스라이 번지는 저녁놀 뒤로 쉴 곳은 어디인가, 마음만 막막하네.
나그네 걸음마다 찬 이슬 맺힐 즈음, 따스한 불빛 하나 간절히 그리워라.
강물조차 춥다고 웅크리는 겨울 밤, 고독을 베개 삼아 누울 언덕이라도 찾을까
길 모퉁이 돌아가면 혹여 만날 수 있을까, 희미한 등불 아래 소박한 나의 안식처를.
세월의 무게만큼 굽어진 이 길 위, 멈출 수 없는 발걸음 무심하기도 하여라.